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미국, 유럽의 많은 회사에서는 원격근무(재택근무 포함)가 일반적인 근무형태 중 하나였지만 국내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팬데믹 기간 국내 기업과 직장인들은 원격근무에 빠르게 익숙해졌다. 이제 원격근무는 국내에서도 주된 근무형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원격근무는 주로 교육수준과 보수가 높은 지식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최근 글로벌 기업에서는 ‘하이브리드 근무제(Hybrid Work Model)’가 확산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근무제란 전통적인 사무실 근무와 원격근무를 혼합해 일하는 방식으로, 원격근무를 포함하는 상위 개념이다. 하이브리드 근무는 사무실 근무와 원격근무 사이에서의 시간 분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무실 근무 시간과 원격근무 시간을 합산해 전체 근무 시간을 계산한다.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MZ세대에게 하이브리드 근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시장조사기관 웨이크필드 리서치가 미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2021년 3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회사가 유연한 근무방식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거의 절반(47%)에 달하는 응답자가 이직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41%는 회사가 하이브리드 근무를 제공한다면 더 낮은 급여를 받고 일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재택근무를 경험한 MZ세대를 대상으로 유사한 조사를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2022년 5월 네이버는 제2사옥 준공을 맞아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기본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필요시에만 출근하고 공용 좌석을 제공하는 R타입(Remote-based Work) 근무방식과 주 3회 이상 출근하고 고정 좌석을 제공하는 O타입(Office-based work) 근무방식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전면 출근은 아예 선택안에 없었다. 그 결과 R타입을 선택한 직원이 55%, O타입을 선택한 직원이 45%로 조사됐다. 팬데믹으로 2년간 전면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원들의 인식을 알 수 있는 결과였다. 예상치 못한 조사결과에 경영진도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이처럼 원격근무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원격회의를 하거나 팀 단위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효과적인 협업 도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또한 SaaS(Software as a Service·서비스형 소프트웨어), VDI(Virtual Desktop Infrastructure·데스크톱 가상화), DaaS(Desktop as a Service·서비스형 데스크톱) 등의 기술을 도입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SaaS를 통해 애플리케이션 설치 없이 웹브라우저나 모바일 기기만으로 작업할 수 있고, VDI나 DaaS 등을 이용하면 가상화 기술로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와 동일한 데스크톱 환경을 제공받아 작업이 가능하다. 보안성도 크게 향상된다.
하이브리드 근무제의 정착을 위해서는 조직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성과관리와 인사고과에도 많은 변화가 필요해 어려운 점도 발생할 것이다. 한가지 명확한 점은, 직원들에게 시간과 장소에 대한 유연성을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근무제가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고 오래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근무환경이 됐다는 사실이다.
<류한석 IT 칼럼니스트(ryu@peoplewa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