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의 밥상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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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하는 사람들과의 밥 한끼

<연대의 밥상> 이종건 지음·곰리 그림·롤러코스터·1만6000원

[신간]연대의 밥상 外

자주 찾던 단골가게가 어느 날 문을 닫았다. 맛있는 음식을 내놓는 집이라 망할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기에, 당황스러웠다. 적지 않은 가게들이 오히려 맛집이라는 이유로 생존을 위협받는다. 지난 4월 21일 강제집행당한 서울 중구의 노포 ‘을지OB베어’가 그런 경우다. 40년 넘게 한자리를 지키며, 오늘날의 을지로 노가리골목을 만든 가게다. 연탄불에 구운 노가리에 시원한 생맥주를 곁들여 먹는 문화를 만들었다. 가게가 알려질수록 인근에 유사한 가게들이 들어찼다. 을지OB베어의 건물주가 세운 만선호프도 그중 하나다. ‘서울미래유산’, ‘백년가게’에 선정됐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하지 못했다. 을지OB베어의 백년가게 현판 위에 ‘부동산인도집행조서’가 붙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듯, 을지OB베어는 건물주의 ‘재산권’ 행사에 속절없이 밀려났다. 돈은 돈 냄새를 잘 맡는다. 소상공인들이 피땀어린 노력을 쏟아 인기 있는 상권을 만들면, 자본이 들어와 이들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이 책은 을지OB베어를 비롯해 아현포차, 본가궁중족발, 노량진수산시장 등 골목 가게들을 장악하는 자본에 맞서, 모두의 골목을 외치며 연대해온 이들의 이야기다. 그 중심에 철거 현장에서 맺은 인연들과 함께한 밥상의 이야기가 있다. 둘러앉아 먹는 따뜻한 한끼로 용역깡패의 폭력과 포클레인에 맞설 힘을 얻는다. 기독교 도시운동단체 ‘옥바라지 선교센터’에서 일하는 저자는 “연대는 결국 서로의 삶에 참견하는 일”이라면서 “인간이 서로에게 관여하는 가장 오래된 방식이 밥을 먹는 행위”라고 말한다. 저자는 힙플레이스라는 허울 뒤에 가게를 뺏기고 일터와 삶터를 뺏긴 이들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개발과 자본의 논리가 동네가게들의 삶을 뽑아내지 못하도록 연대에 나서자고 제안한다.

[신간]연대의 밥상 外

▲서학, 조선을 관통하다
정민 지음·김영사·4만4000원

고전학자인 저자가 1770년대 중반 서학의 태동기부터 1801년 신유박해까지 초기 천주교 역사를 집대성한다. 연구와 고증을 토대로 그간의 오류를 바로잡고, 새로 발굴한 사료로 서학을 둘러싼 쟁점을 총망라했다. 서학이 조선사회에 끼친 영향도 면밀히 보여준다.

[신간]연대의 밥상 外

▲만화로 보는 야구 이야기 | 앨릭스 어빈 지음·톰 코커 외 그림 신기수 옮김·궁리·2만3000원
식민지 시대 막대기와 공으로 즐기던 놀이로부터 메이저리그가 탄생하고, 오늘날 미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스포츠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쉽게 정리된 내용과 세밀한 그림으로 야구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번역자가 추가한 주석도 이해를 돕는다.

[신간]연대의 밥상 外

▲롱 게임 | 러쉬 도시 지음·박민희, 황준범 옮김 생각의힘·2만7000원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을 대체하기 위한 중국의 대전략과 그들이 100년간 이어온 ‘긴 게임’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바이든 행정부 국가안보회의 중국 담당 국장으로 중국 정부의 문헌, 고위 관리의 회고록, 유출된 자료를 바탕으로 중국의 대전략을 분석한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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