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언론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다뤄보고 싶은 주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이주민 2세대가 노동시장에 어떻게 진입하고,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지’입니다. 1990년대 빠르게 증가한 국제결혼가정의 자녀 중 청년기에 진입한 이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으리란 생각에서였습니다. 기회가 닿지 않아 마음속에 품고만 있다가 입사 15년째인 올해 드디어 기사를 쓸 수 있게 됐습니다. 본인 또는 부모가 외국으로부터 이주한 경험이 있는 ‘이주배경 청년’들을 섭외하고 만나보려면 주간지 기사의 통상 생산 주기인 일주일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내부 회의 끝에 한 달가량의 시간을 확보했습니다.
![[취재 후]공존의 길에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https://img.khan.co.kr/newsmaker/1467/1467_80a.jpg)
막연히 국제결혼가정의 경우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데다 부나 모 중 한명이 한국어에 서툴다 보니 자녀가 학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이것이 취업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취재를 하다 보니 이런 면이 있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이주배경 청년의 유형이 더 다양했습니다. 학계에선 이주배경 청년을 크게 7가지로 구분하고 있었습니다. 국내 출생 국제결혼가정 자녀, 국외 출생 국제결혼가정 자녀, 국내 출생 외국인가정 자녀, 국외 출생 외국인가정 자녀, 남한 출생 탈북배경 청년, 북한 출생 탈북배경 청년, 제3국 출생 탈북배경 청년 등입니다.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이 지난해 실시한 실태조사결과를 보면 이주민 2세대는 공통점도 있지만, 유형별로 상당히 다르기도 했습니다.
이번 기사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크게 3가지였습니다. 우선 이주배경 청년에 대한 국가 통계가 없었습니다. 다음으로 복잡하고 다양한 비자 유형에 익숙해져야 했습니다. F-1(방문동거), F-2(거주), F-3(동반), F-4(재외동포), F-5(영주권), D-2(유학생), D-10(구직), E-7(특정활동) 등 종류가 얼마나 많던지요. 마지막으로 이주배경 청년에 대한 ‘관점’입니다. 혹자는 이들을 “그림자”, “잘 보이지 않는 존재”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한 연구자는 이들이 객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건 맞지만 저런 표현이 부정적 고정관념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고 경계했습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길다면 길겠지만, 이 주제를 충분히 소화하기엔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이주배경 청년의 ‘건강함’에 주목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공존하는 법을 모색하는 데 지난 호 표지 이야기가 작은 도움이라도 됐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