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가 틱톡 닮기를 노골화하기 시작했다. 건강한 라이벌 정도로 여겼던 틱톡이 무서운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페이스북의 위상을 위협하기 시작해서다. 그러잖아도 애플의 개인정보보호 정책(ATT)으로 광고 매출의 8%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터다. 설상가상으로 틱톡이 메타가 우위를 점해왔던 광고시장을 일정 수준 앗아갈 것이 확실시되면서 위기감은 안팎으로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메타의 틱톡 ‘닮기 전략’은 크리스 콕스 메타 최고 제품 책임자(CPO)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로 확인됐다. 이 메모를 보면 틱톡 디지털 제품의 겉모양과 기능을 베끼는 것을 넘어 알고리즘을 복사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틱톡 성장의 핵심에 ‘포 유 페이지’가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그것을 작동시키는 추천 알고리즘을 모방하는 것이 경쟁사의 도전을 방어하는 첩경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이를 크리스 콕스는 추천 알고리즘의 ‘현대화’라고 불렀다.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다음 문장에 있다. “인프라스트럭처 팀에게 올해 연말까지 데이터센터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규모를 5배 늘릴 것을 압박하고 있다”는 언급이다. 틱톡의 알고리즘을 닮아가기 위해선 현재 데이터센터에서 운용 중인 GPU를 5배나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직원수는 줄일 수 있어도 추천 알고리즘 ‘카피캣’을 위한 하드웨어 투자엔 돈을 아끼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의 부정적 영향은 비단 고용시장에만 그치지 않는다. 탄소 배출과 기후위기라는 또 다른 양태로 옮아갈 확률이 높다.
GPU는 그야말로 ‘전기 먹는 하마’다. 머신러닝과 같은 인공지능(AI) 모델의 기초 작업을 수행할 때 뿜어내는 탄소배출량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상당하다. 예를 들어 특정 브랜드 GPU 하나가 24시간 동안 기계학습을 실행할 때 배출하는 탄소량은 내연기관 자동차가 14㎞를 이동하면서 뿜어내는 양(약 2.8㎏)과 동일하다. 메타가 전 세계에 걸쳐 운영 중인 21개 데이터센터가 평균 2만개씩의 GPU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연말까지 그 수가 200만개까지 늘어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올해 말 메타의 데이터센터 내 GPU가 하루에 배출하는 탄소량(약 5880t)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AI 발전이 지구엔 재앙이라는 말이 허풍이 아닌 이유다.
물론 데이터센터의 탄소배출량은 GPU 같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탄소 배출 최적화 알고리즘’ 등 소프트웨어의 함수이기도 하다. 메타는 ‘지속가능한 AI’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보이며 친환경 AI 개발을 주도해왔다. 몇몇 데이터센터는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되고도 있다. 연말까지 GPU 수를 5배 증대하라는 불호령 앞에서 지속가능성과 탄소배출량 최적화 따위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자칫 틱톡을 닮아가기 위한 경쟁이 더 격화되기라도 한다면, 알고리즘 경쟁이 유발하는 기후위기의 공포는 심각한 국면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 빅테크 간 수익 경쟁의 불똥이 기후위기를 심화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