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은 없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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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의 낙인을 지우기 위해

<정상은 없다> 로이 리처드 그린커 지음·정해영 옮김·메멘토 3만3000원

[신간]정상은 없다 外

19세기 후반 미국에는 ‘어글리법’이 있었다. 어떤 형태로든 기형인 사람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 범죄자로 분류하는 법이었다. 이 법은 1973년에야 완전히 폐지됐다. 8단계 아동발달 이론을 만든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1944년 다운증후군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시설에 보내고, 사산했다고 거짓말했다.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 비정상을 열등한 존재로 낙인찍는 문화의 자취다. 문화인류학자인 저자는 정신질환의 낙인을 만들고 지탱하고, 변화시킨 역사적·문화적 힘을 탐색한다. 산업화 사회는 생산성을 기준으로 인간의 가치를 평가했고, 장애가 있는 사람은 시민의 범주에서 쉽게 제외했다. 여기에 골상학 같은 유사과학이 동원됐다. 전쟁은 정신질환을 과학적으로 접근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전투 시 스트레스가 정신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만든 정신질환 분류체계는 오늘날 정신질환 진단에 가장 널리 사용하는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DSM)’의 초판이 됐다. 저자는 2011년까지 6년간 한국에서 대규모 자폐증 역학 연구도 했다. 당시 한국 부모들은 종종 자폐증 진단을 거부하고 유전적 부담이 적은 ‘반응성 애착장애’ 진단을 받으려 했다. 자폐증이 유전된다고 믿었기 때문에, 혈통에 먹칠하는 대신 차라리 어머니의 양육 탓으로 돌렸다. 저자는 정신질환의 낙인을 감소시키고 정신의학이 발전하는 데 큰 영향을 준 항정신병 의약품 개발과 탈시설화, 신경다양성 운동 등의 노력도 소개한다. 정신분열증 대신 통합실조증이라는 새 용어를 써 치료를 촉진한 일본의 사례도 소개한다. 진단 언어를 변화시켜 낙인에 대항한 사례다. 저자는 정신질환에 새겨진 낙인이 역사적 구성물이며, 이를 해체하는 일 역시 인간의 몫이라고 말한다.

▲매일을 헤엄치는 법
이연 글, 그림·푸른숲·1만6000원

[신간]정상은 없다 外

미술 크리에이터 이연의 그림 에세이다. 제 삶을 되찾기 위해 퇴사를 감행한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퇴사 이후 가난과 외로움으로 바닥을 찍은 듯한 느낌을 받지만, 그때가 자신만의 삶을 찾을 기회였다고 말한다. 바닥을 딛고 더 멀리 헤엄칠 수 있는 힘을 준다.

▲나의 마지막 영어공부
박소운 지음·원앤원북스·1만6000원

[신간]정상은 없다 外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현지에서 쓰는 영어 배우기,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영어 공부법을 소개한다. 통역사인 저자는 그 누구의 영어도 완벽할 수 없다고 한다. 완벽해지고 싶다는 강박관념을 떨쳐낼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영어를 끈기 있게 배울 수 있다.

▲나를 찾는 시간
유창선 지음·새빛·1만6000원

[신간]정상은 없다 外

저자는 30년 넘게 시사평론가로 활동했다. 진영에 갇히지 않고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무리에 속하는 대신 자발적인 고독의 길을 걷기로 했다. 그때 찾아온 뇌종양으로 투병과 재활의 시간을 갖게 된다. 극한의 상황을 이겨낸 이의 단상과 사유가 책에 담겼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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