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생 정당 대표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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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회 일본 참의원 통상선거가 끝났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암살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집권 자민당은 단독 과반, 개헌에 찬성하는 정당(자민당-공명당-일본유신회-국민민주당)을 합치면 3분의 2선을 차지했다. 반면에 입헌민주당을 비롯한 호헌파 야당은 대부분 참패로 드러났다. 유일하게 의석을 늘린 진보성향 야당은 ‘레이와 신센구미’였다. 배우 출신으로 얼굴이 익은 야마모토 타로 대표의 1인 정당 취급을 받던 이 신생 정당은 2019년 참의원 선거에서 중증장애인 후보 2명을 비례로 당선시켜 어엿한 원내정당으로 인정받고, 이후 조금씩 의석을 늘려가고 있다(현재 참의원 5명·중의원 3명).

<비욘드 더 웨이브> 포스터 / DAUM 영화

<비욘드 더 웨이브> 포스터 / DAUM 영화

정치·경제 위기 속에서 기존 정당에 대한 반발과 신생 정당의 탄생은 흔한 일이지만 이들이 오래 지속되는 건 별개 문제다. 레이와 신센구미 역시 그런 우려 섞인 전망을 여전히 받지만 꾸준한 고정 지지층 확보로 현재 일본의 몇 안 되는 호헌야당(입헌민주당-일본공산당-레이와 신센구미-사회민주당) 중 그나마 활력을 유지한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여전히 이 당의 얼굴은 대표인 야마모토 타로다. 그만큼 정계 입문 초부터 화제를 몰고 온 인물이다. 다큐멘터리 <비욘드 더 웨이브>는 그가 레이와 신센구미 창당 이전 독불장군 소리를 듣던 시절을 담았다. 영화는 왜 국내에도 소개된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개성파 연기자로 성공적인 경력을 이어가던 그가 정치에 입문하게 됐는지 묻는다.

그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세상이 바뀌지 않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한차례 낙선 후 2013년 참의원에 당선된 야마모토 타로는 처음엔 그저 배우 출신 정치신인으로 주목받았지만, 세상은 곧 그의 진면목을 알게 된다. 돈키호테처럼 그는 아베 신조 정권의 우경화에 필마단기로 돌격을 이어간다. 원전 문제에서 출발한 관심은 빈곤과 노동 문제로 확장된다. 거리에서 사회단체 시위에 함께하고 자신의 의원 지위를 활용해 당사자의 목소리가 의회에 실제 전해지도록 노력한다.

그의 고민과 시야는 날로 확장된다. 평화헌법 수호에 대해 그는 과거 일본의 전쟁국가화 역사를 명백히 인식하며 우경화를 비판한다. 그 확장선상에서 ‘민주주의의 카나리아’ 오키나와 문제에 대응하다 경찰에 끌려가길 불사한다. 영화는 정체된 일본정치에서 드물게 주목받는 정치인의 탄생을 전달하려 애쓴다. 이후 주인공의 궤적은 레이와 신센구미의 정치실험으로 이어진다. 여전히 가두에서 청중을 끌어모으며 일본사회의 위기를 절절히 염려하는 그의 행보는 이젠 국내에도 제법 알려진 상태다.

물론 그에 대한 비판과 염려도 여전하다. 견고한 기반은 닦았지만 야권 연대에 어떤 순기능을 하는지, 확장성 측면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그럼에도 사회적으로 소외된 목소리를 대변하려는 진정성 측면에서 기존 정치에 무관심했거나 야당에 실망한 이들을 규합하는 데 일정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에는 의견이 모아진다. 국내 정치에서 거대 여야의 적대적 공생을 우려하는 이들은 제3정당의 부재를 아쉬워한다. 그런 이들에게 야마모토 타로와 레이와 신센구미의 도전은 흥미롭게 지켜볼 참고사례일 테다(EBS D-box와 왓챠 스트리밍 서비스).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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