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법 제1장 제1조는 최저임금은 근로자에 대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기 위한 것으로 규정한다. 이는 누가 봐도 선의의 정책이지만 지난 정부 때 가장 논란이 컸던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2018년 16.4%, 2019년 10.9%로 급속하게 인상했다. 고용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그로 인해 여론이 나빠졌고 2020년 인상률은 2.9%, 2021년은 코로나19 위기를 배경으로 1.5%로 낮아졌다.

여성 노동자들이 지난 5월 2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한수빈 기자
결국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7.2%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 때의 7.4%와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당시 대선후보들이 대부분 2020년 혹은 2022년까지 1만원의 시간당 최저임금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을 생각하면 실망스러운 결과다.
최저임금 고용효과 논쟁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소득주도성장은 임금과 가계소득을 증가시켜 불평등을 완화하고 총수요와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전략으로 서구 임금주도성장의 한국판이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오랫동안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하고 불평등이 악화돼 소비가 위축되고 성장의 기반이 약화된 현실에 대한 반성에 기초한 것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정책이었다. 실제로 실증분석을 해보면 최저임금 인상률이 노동소득분배율에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 2016년 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을 받는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약 24%로서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높았고, 임금불평등이 심각했던 현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의 근거로 작용했다.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은 엄청난 논란에 휩싸였다. 무엇보다 2018년 고용 증가가 이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어 약 10만명에 그쳤는데, 많은 사람이 이를 최저임금 인상의 악영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018년 1분기 이후 가구소득의 불평등이 크게 악화됐는데 이 또한 최저임금 인상 탓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과연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불평등을 악화시켰을까. 먼저 고용의 변화는 인구 변화와 경기나 산업의 변화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2018년 고용증가의 둔화는 그해부터 시작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관련이 컸다. 인구와 비교한 고용 수준이 전년보다는 낮아졌지만 2015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2018년 고용률과 실업률은 나쁘지 않았다. 2019년에도 최저임금이 크게 올랐지만 고용은 약 30만명이나 증가했다. 음식·숙박업과 같이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의 고용은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중국 관광객의 감소로 계속 하락해왔다.
경제학자들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친 영향에 관한 실증분석을 발전시켰다. 여러 실증연구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러 요인을 통제한 다른 연구들은 그 영향이 뚜렷하지 않다고 보고한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실제로 얼마나 많이 감소시켰는가를 둘러싼 논쟁이 존재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불평등에 미친 효과도 마찬가지다. 분기별로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는 2018년 샘플이 크게 변경돼 결과의 신뢰성을 두고 논란이 제기됐다. 이 조사를 봐도 노동자 가구 내에서는 불평등이 개선됐다. 전체 가구의 불평등 악화는 주로 노인가구로 구성된 하위계층 비근로자 가구의 소득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었다.
신뢰성이 더 높은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는 2018년 이후 처분가능소득 기준 가구소득 불평등이 지속적으로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시장소득 기준으로도 2019년 가구소득의 지니계수는 2017년에 비해 약간 개선됐다.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사용한 황선웅 부경대 교수의 2019년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은 하위가구의 소득을 높여 가구소득 불평등을 감소시키는 데 기여했다.
소득주도 부분 성과 있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을 배경으로 노동자들 사이의 임금 불평등은 크게 개선됐다. 고용노동부가 매년 발표하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2017년 22.3%에서 2020년 16%로 크게 낮아졌고, 하위 20% 임금 대비 상위 20% 임금 배율도 2017년 5.06에서 2020년 4.35로 낮아졌다. 소득주도성장이 목표한 바와 같이 전체 국민소득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노동소득분배율도 2018년 이후 높아졌다.
이를 고려하면 소득주도성장에서 소득주도 부분의 성과는 작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불평등, 특히 임금 불평등을 개선하고 임금 몫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물론 투자의 부진으로 성장은 촉진되지 못했다. 이는 2018년 이후 세계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끝나고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돼 설비투자가 감소했고 건설투자도 급감했기 때문이다.
노동소득 증가와 불평등 완화가 총수요 부진을 막을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이 성장으로 바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소득주도에 의한 성장 효과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성장을 촉진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확장과 경기관리가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2018년 대규모 초과세수로 사실상의 긴축재정 정책을 펴면서 이에 실패했던 것은 아쉬운 일이다.
아무튼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당시의 뜨거운 논란은 부작용을 과장한 측면이 컸다. 그럼에도 2018년의 최저임금 인상은 적어도 영세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는 큰 충격이었다. 경기가 둔화되는 시기에 이뤄진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이 약자들 사이의 갈등만 부추긴다는 비판은 아픈 지점이었다.
돌이켜보면 이들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폭을 낮추고 꾸준히 인상하는 편이 나았다. 무엇보다 적극적인 거시경제관리,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기업 등이 함께 지도록 하는 노력이 매우 부족했다.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노동자들의 비중도 2017년 13.3%에서 2019년 16.5%로 높아졌다. 2021년에도 15%가 넘는 약 322만명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았다. 이는 현장에서 최저임금을 준수하기 위해 여전히 할 일이 많음을 의미한다.
윤석열 정부의 최저임금 첫 결정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새 정부는 정부의 경제개입을 반대하고 자유를 강조해 불평등 개선 의지가 약할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한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시민이 되기 위해 일정 수준의 경제적 기초가 보장돼야 하며 이를 위해 사회가 연대해서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그러한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효과적인 수단임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