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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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가 왜 ‘도미니언’이어야 했을까

영화는 가족영화의 공식에 따라 무난히 조립됐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던 메이지는 커다란 사건을 통해 자신의 의사가족을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제목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JURASSIC WORLD: DOMINION)

제작연도 2022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47분

장르 액션, 어드벤처, SF

감독 콜린 트레보로우

출연 크리스 프랫,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드완다 와이즈, 로라 던, 제프 골드브럼, 샘 닐 외

개봉 2022년 6월 1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수입/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유니버설 픽쳐스

유니버설 픽쳐스

그러니까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록우드 저택에서 탈출한 공룡들이 전 세계에 퍼졌고, 현재 생태계 적응에 성공했다면 인류를 비롯한 영장류를 제치고 최상위 지배자로 등극하는 걸까. 전작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2018) 영화를 보고 가졌던 질문이다. 다음에 만들어질 영화이자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에 붙은 부제는 도미니언(dominion). 그러니까 최상위 포식자의 지위를 두고 인류와 다투게 되는 걸까.

그리고 마침내 공개된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예상보다 순했다. 영화의 주타깃층은 자동차, 로봇에 이어 공룡에 열광할 아이들이다. 대부분의 어른 관객들은 그런 아이의 손을 잡고 나선 부모일 것이고. 애초부터 <혹성탈출> 시리즈와 같이 역전된 세계를 묘사하리라 기대할 일은 아니었다.

쥬라기 시리즈의 진정한 주인공은

가족영화의 범주에 이 시리즈를 놓는다면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누구일까. 전작에서 독가스 해제 버튼을 눌러 공룡들이 탈출하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던 꼬마소녀 메이지 록우드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전작에서 몇년 흐른 뒤의 이야기다. 메이지는 자라 이제 10대 중반의 청소년이 됐다. 질풍노도의 시기다. 갑자기 전 세계에서 출몰하는 공룡들과 함께, 호사가들은 모습을 감춘 이 소문 속의 복제인간 소녀의 행방을 놓고 입방아를 찧고 있다. 메이지는 어디로 갔을까. 시리즈의 남녀 주인공인 오웬과 클레어와 함께 인적이 닿지 않는 외딴 숲속에 살고 있다. 오웬은 소녀에게 다리 건너 밖의 세계로 나가지 말라고 하지만, 이제 청소년이 된 소녀가 말을 들을 리는 만무. 숲속에는 이 ‘의사(擬似)가족’만 살지 않는다. 어찌된 일인지 공룡 블루도 근처를 맴돌고 있다가 오웬 및 메이지와 조우한다. 무성생식으로 베타라고 사람들이 이름 붙인 새끼까지 낳았다.

사건은 <쥬라기 공원> 시리즈 때부터 악덕 라이벌 기업으로 거론만 됐던 바이오신 회사가 이 복제인간 소녀와 베타를 납치해 자신들의 연구기지로 데려가면서 벌어진다. 소녀와 블루의 어린 새끼들을 되찾으려는 오엔과 클레어 그리고 바이오신 회사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공룡시대의 거대한 메뚜기 유전자를 복제해 퍼뜨렸다는 심증을 가진 <쥬라기 공원>의 남녀 주인공, 그랜트와 새틀러 박사가 유럽의 산골짜기에 있는 바이오신 회사의 연구기지로 잠입한다. 드디어 앞서 나온 총 5편의 주인공들이 총출동해 이 유전자 조작 악당들과 맞선다.

가족영화로 오락 요소는 충분하다. 이미 예고편에서 공개됐지만, 몰타의 공룡거래 암시장이 아수라장이 된 뒤 바이오신의 하수인인 소요나 산토스는 레이저로 오웬과 클레어를 지목, 아트르키랍토르가 끝까지 추격하게 만든다. 차량을 뒤엎으며 도로와 골목을 누비는 오토바이 추격신은 007 시리즈와 같은 첩보물에서 익숙한 기믹(관객의 관심을 끌기 위한 장치)이다. 주인공을 끝까지 추격하는 암살자가 공룡이라는 점만 뺀다면. 영화에서는 여러 측면에서 그간 제작된 5편의 영화를 총체적으로 자기 인용하고 있다. 말하자면 ‘쥬라기 공원/월드’라는 장르 내 자기 인용이다.

추격신엔 악당 대신 ‘공룡’

<쥬라기 월드> 시리즈로 넘어오면서 악당들은 공룡시대의 공룡들 유전자로부터 더 무시무시한 괴력을 지닌 공룡을 만들어낸다. 1편에서 최종 포식자로 등장한 인도미누스 렉스가 대표적이다. 이번 편에 등장하는 최대 능력자는 기가노토사우루스다. <쥬라기 공

원> 시리즈의 진정한 주인공 렉스는 티라노사우루스인데, 실제 아르헨티나에서 기가노토사우루스의 화석이 발견된 이후엔 “티라노보다 더 강한 공룡이 있다”라는 선전이 공룡 팬덤 사이에선 흥했다고 한다.

총평하자면 전반적으로 영화는 가족영화의 공식에 따라 무난히 조립한 영화다.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던 메이지는 커다란 사건을 통해 자신의 의사가족을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아무리 기가노토사우루스가 최종 능력자라고 하지만 인간들은 무심히 도와주는 다른 강자 공룡들의 도움을 통해 위협을 극복해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부제가 왜 도미니언인가. 영화관을 나서면서 궁금했던 점이다. 이쯤이면 공존(co-existence) 같은 부제가 붙어야 하는 게 아닌가. 사실 그런 제목이었다면 애초의 기대치도 반쯤 낮춰졌을 것이다. 뭐 흥행을 염두에 두자면 약간의 뻥튀기는 필요하다고 해두자.

공룡멸종과 외양에 대한 최신 가설들



유니버설 픽쳐스

유니버설 픽쳐스


공룡은 왜 지구에서 사라지게 됐을까. 필자의 학창시절만 하더라도 화산폭발이나 온난화와 같은 급작스러운 기후변화, 아니면 더 날렵한 포유류가 등장해 알을 먹어치웠다는 등 몇가지 가설이 경쟁하고 있었다. 지금은 거의 결론이 난 사안인 듯하다. 소행성 충돌이다. 장소도 거의 특정된다. 멕시코 유카탄반도 인근에서 일어났다. 지름 10㎞ 정도의 소행성이 충돌했다. 그동안 이 설이 공룡멸종의 원인으로 확정되지 않은 것은 그 충돌이 남긴 크레이터가 어디에 있냐는 반론에 부딪혀서다. 유카탄반도의 크레이터는 1990년대에 최종 확인했다. 최신 연구결과에 따르면 만약 이 소행성 충돌이 몇시간만 빨랐다면 충돌장소는 유카탄반도가 아니라 대서양이었다. 그럴 경우 충돌장소 인근 공룡들의 떼죽음은 피할 수 없었겠지만 다른 대륙의 공룡들은 살아남았을 것이라는 가정이 성립한다. 그 경우 지금과 같은 포유류-영장류 전성시대로 이어지지 않았을 테니 지구의 주인도 바뀌었을지 모른다는 가설이다.

공룡 멸종과 관련한 학설만 달라진 게 아니다. 공룡 화석을 바탕으로 추정하던 공룡의 외양도 달라졌다. 천둥벌거숭이 근육질 외모가 아니라 화려한 깃털이 있었으리라는 이른바 깃털공룡설도 나왔다. 아직 학계의 다수설은 아니지만, 논쟁의 한복판에 <쥬라기 공원> 시리즈가 있었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깃털을 넣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지만, 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반대했다고 한다. 아직 논쟁은 진행 중이지만 깃털의 증거는 이미 여럿 나왔다. 이번에 개봉한 <도미니언>에서는 현실을 반영해 호수 격투신에서는 피로랍토르(사진)가, 기가노토사우루스와 맞서 싸우는 절대 포식자 테리지노사우루스가 각각 깃털공룡이라는 설정으로 등장한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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