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BTS가 “군 복무” 선언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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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립니다. 다시 한 번 ‘병역특례’ 문제가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굴 전망입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약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544시간 동안 사회공헌활동만 하면 됩니다. 사실상 면제입니다. 특히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e스포츠도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LoL)’, ‘EA 스포츠 피파’ 등 8개 종류입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체육 분야와 맞물려 예술 분야의 병역특례도 꾸준히 논란이 일었습니다. 예술요원 대상을 순수예술 분야로 한정한 제도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입니다. 2005년 윤원호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 “한류스타 및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예술인 등 문화산업 종사자들에게 병역특례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등 대중문화예술인에게 병역특례를 허용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논의에 진척이 없습니다. 주무부서인 국방부는 반대 입장입니다. 공청회 등 의견수렴 자리를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국방부와 병무청이 병역법 시행령과 내부 규정을 개정하기만 해도 BTS의 병역특례는 가능해집니다.

그럼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특례 대상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BTS가 군대 갈 준비를 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특례를 적용받지 못하면 멤버 중 한명이 당장 내년에 입대해야 합니다.

병역특례 제도는 1973년 ‘국익’을 위해 처음 도입됐습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현재 시대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 전근대적 제도”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아예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국회와 정부 내 논의가 지지부진한 만큼 BTS가 병역특례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군 복무를 마치겠다”고 선언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BTS 멤버들은 그간 “국가의 부름이 있다면 언제든 임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정부와 국회의 결정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선택한 길을 간다면 예술·체육요원의 병역특례 제도 폐지 주장도 더 힘을 받을 것 같습니다.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이라는 특례 요건을 BTS가 충족하지 못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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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