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外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시로 써 내려간 투쟁의 세월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송경동 지음·창비·1만1000원

[신간]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外

시인은 원숭이가 되길 거부했다. 원숭이는 “잠깐 민주주의자였다가/ 잠깐 정의의 편 참된 역사의 편이었다가/ (…)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을/ 내 것인 양 사유화하고 헐값에 팔아넘기는 사람”이다. 독재를 미화한 미당 서정주를 기리는 문학상 수상을 거부하고, 차별금지법을 미루는 대한민국이 주는 예술상도 거절했다. 세상과 타협해 이름을 얻으려는 시도를 경계했지만, 어느 틈에 자기 안에 들어와 사는 원숭이 한마리를 본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철거민, 해고 노동자, 산재 사망 노동자의 유족 곁에서 함께 싸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다치기 일쑤고, 수배자가 되기도 했다. 가진 돈을 털어야 아이에게 피자 한판 겨우 사줄 수 있을 정도로 형편에 도움이 되는 일도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모두가 마음껏 배우고, 차별받지 않고 사는 세상을 꿈꾼다. 특권층의 이해를 지키는 법을 ‘법치’라는 이름으로 강요할 때 “모든 이의 생이 노역과 고역이 되지 않는 사회혁명”을 부르짖으며 맞선다. 시집은 자서전처럼 읽힌다. 그가 일했던 화학단지와 제철소, 간척지, 건설현장은 세상을 읽는 서재가 됐다. 그곳에서 그는 “눈부신 사회의 평범한 밑줄들”을 만났다. 쌍용차, 콜트-콜텍, 파인텍 등 정리해고에 맞선 투쟁에도 빠짐없이 나갔다. 그가 숱하게 들었을 ‘해산명령’은 헌법이 금한 사회적 특수계급을 만든 ‘재벌’을 향한다. “(정의와 공평이라는) 진정한 민주주의에 도전하는 자는/ 그가 공권력이라도/ 역사의 이름으로 이격 조치하고 체포하라”고 일갈한다. 시로 쓴 ‘30년 사회운동’의 발자취는 지근거리까지 이어진다. 지난 2월 25일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씨가 복직한 날 쓴 시에선 분노와 희망, 애도가 한데 섞여 있다. “노동자의 목에 빨대를 꽂고 더운 피를 마시는/ 이 흡혈 게임이 얼마나 더 남았습니까?”

[신간]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外

▲짱깨주의의 탄생
김희교 지음·보리·3만3000원

중국 혐오정서는 ‘짱깨’라는 용어로 응결된다. 저자는 반중정서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분석하면서, 혐오를 만든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는다. 한국이 다자주의 시대의 주역이 되려면 평화체제의 관점에서 한중관계를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간]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外

▲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
김준혁 지음·반비·1만6000원

코로나19로 불거진 건강 불평등, 돌봄과 장애의 문제를 의료윤리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저자는 우리가 진정 건강해지려면 의료를 넘어선 돌봄, 동물과 자연 등 우리를 살리기 위해 희생된 ‘그들’의 건강을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의료의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자는 제안이다.

[신간]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外

▲딸기 따러 가자
정은귀 지음·마음산책·1만4000원

영미문학 교수인 저자가 쓴 산문집이다. 팬데믹 시기의 고립과 불안을 달래준 인디언의 말과 노래를 열두 달 주기에 어울리도록 정리했다. 절망의 순간에도 넋을 놓지 않고 자연에서 생기를 일궈나가고 곁을 돌보는 마음이 인디언의 사유에 담겼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신간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