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저선량 CT’로 폐암 조기발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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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과 석면, 라돈 등의 유해물질 노출을 비롯해 1급 발암물질로 규정된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 심화로 국내 폐암환자는 지속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2019년부터 폐암이 국가 암예방 지원사업의 하나가 됐다. 고위험군에 대한 저선량 CT 촬영을 1만원 정도만 자가 부담하면 된다. 지원사업 대상자는 54~74세 사이 30년갑(1일 1갑씩 1년 피우면 1년갑임) 이상 흡연자들이다.

이창영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교수가 외래진료에서 폐암의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다. / 연세암병원 제공

이창영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교수가 외래진료에서 폐암의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다. / 연세암병원 제공

이창영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교수(흉부외과)는 “2018년 발표된 국내 폐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10년 전보다 15.8%포인트 높아졌다”면서 “폐암 조기발견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저선량 CT 검사”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일반 CT보다 노출 방사선량이 절반 이하이며, 일반 흉부 X선으로 촬영할 수 없는 ‘간유리 음영’을 보여주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간유리 음영은 뿌옇게 유리를 갈아 뒷면을 보이지 않게 하는 간유리 모습처럼 CT 촬영 영상에서 흐릿하게 나오는 작고 불투명한 결절들을 지칭한다. 많은 폐암 전문의는 간유리 음영을 폐암의 전조 증상으로 보고 추가적인 정밀검사와 필요한 치료를 권한다.

폐암의 수술적 치료는 기본적으로 1~2기 환자에게 시행하고 있으며, 수술 범위는 암이 발생한 폐엽(肺葉)과 주변 종격동 임파선을 제거한다. 우리 몸의 폐는 몇개의 폐엽이 합쳐진 구조다. 우측 폐는 3개, 좌측 폐는 2개의 폐엽으로 이뤄져 있다. 이 교수는 “환자의 수술적 부담이 크고 회복 기간이 긴 전통적인 개흉 수술 대신 최근 80% 이상은 흉강경이나 로봇 수술기를 이용한 최소 침습 수술이 보편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비흡연 여성 환자들에게 늘고 있는 간유리 음영을 포함한 초기 폐암은 수술 후 재발률이 같은 크기의 고형화 폐암보다 현저히 낮다.

이러한 배경으로 재발을 막고자 암이 생긴 한개의 엽을 다 제거하는 ‘폐엽절제술’ 대신, 삼각형의 쐐기 모양과 같이 폐엽 일부를 절제하는 ‘폐 쐐기절제술’이나 1개의 폐엽을 1~4개 구역으로 세분화한 후 암 발병 부위가 포함된 구역을 절제하는 ‘폐 구역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 간유리 음영을 가진 폐암환자에게 시행된 전통적인 폐엽절제술과 폐 구역절제술을 비교한 결과 전체 생존 기간과 폐 기능 보존 면에서 폐 구역절제술이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나 폐 구역절제술이 더 확대될 거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폐 구역절제술은 난이도가 높은 암 수술 분야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여러 보조 방법이 있다. 우선 3차원(3D) CT 촬영을 통해 폐를 입체적인 3차원을 영상으로 구현해 의료진이 사전에 정확한 수술 범위 설정과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의료용 형광 조영제인 ‘인도시아니 그린’을 환자에게 정맥주사한 후, 암과 정상 조직을 정밀하게 구분해 절제하는 수술법도 폐 구역절제술의 성공률을 높여준다.

3~4기 폐암환자는 일반적으로 이런 수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표적치료제나 면역관문 억제제 등 새로운 항암 약물 치료제가 속속 도입되면서 일부 4기 폐암환자에서 수술적 치료가 가능해지는 추세다. 이 교수는 “다른 장기로 전이된 암 개수가 적은 ‘소수 전이 환자’ 중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경우 그에 맞는 표적치료제를 사용해 전이된 부분을 치료하고, 남아 있는 원발부위의 암 조직은 수술로 절제하는 등 말기 폐암환자의 새로운 치료 돌파구를 만들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효순 의료전문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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