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한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말로 유명한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는 신과 인간 그리고 우주에 대한 깊은 사유를 바탕으로 신학으로부터 철학을 구한 ‘철학자들의 왕’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실제로 ‘사과나무’ 발언을 했는지는 논란이 있지만, 렌즈 가공에 열정을 기울인 것만은 확실하다. 렌즈 깎는 기술을 배운 뒤부터는 하숙집 다락방에서 은거하면서 렌즈 갈이를 직업 삼아 소박한 생활을 했다.

안내렌즈삽입술 / 경향신문 자료사진
렌즈 장인으로서의 명성도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품질이 뛰어난 망원경과 현미경을 제작해 한 의사가 “유명한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스피노자가 만든 1등급 현미경으로 림프의 혈관 다발을 관찰했다고 한다”는 기록을 남겼을 정도다. 스피노자에게 렌즈 가공은 생계유지 수단인 동시에, 광학(光學)에 대한 그의 과학적 관심이 반영된 것이기도 했다. 삶 전체를 통해 예속에 맞서 자유를 획득하고자 노력했고, 긍정과 자유의 철학을 널리 설파한 스피노자가 렌즈에 몰두한 것과 비슷하게 이 시대 렌즈 기술의 발전은 많은 사람에게 시력 측면에서의 자유를 선사하고 있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다양한 시력교정 수술이 개발·상용화되고 있다. 라식·라섹은 이미 대중적인 수술이 됐고, 스마일라식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각막이 너무 얇거나 고도근시의 경우, 심한 안구건조증이 있다거나 야간 동공이 너무 큰 사람, 각막에 상처나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이런 수술이 불가능할 수 있다. 한쪽 눈만 근시가 심하여 양쪽 눈의 시력이 불균형한 부동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환자들에게는 안내렌즈삽입술(ICL)을 통한 시력교정을 권장한다.
ICL은 홍채와 수정체 사이에 렌즈를 삽입해 시력을 교정하는 수술로 방식은 홍채를 기준으로 앞에 넣는 전방렌즈와 뒤에 넣는 후방렌즈로 나뉜다. ICL을 통해 초고도근시부터 고도원시에 이르는 넓은 범위의 시력을 교정하면서도 높은 시력 회복이 가능하다. 각막을 3㎜ 정도만 절개하는 수술로, 점안마취만으로 시행이 가능하다.

박영순 안과전문의
짧은 수술 시간은 외부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해 부작용도 낮춘다. 수술 과정과 이후에 각막이나 수정체를 손상시키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고 정확한 최대 교정시력 효과를 가져온다. 환자의 상태에 따른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수술 후 15~20분부터 깨끗하고 안정적인 시력을 얻을 수 있다. 또한 ICL에 사용되는 렌즈는 인체 친화적인 재질로 만들어져 안정적이면서도 반영구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다. 자외선 차단 및 시신경 보호 기능이 들어 있어 염증 반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술 후 일상생활에서 렌즈로 인한 불편함이 없으며, 안과에서 현미경으로 봤을 때만 확인할 수 있을 정도여서 티가 나지 않는다. 수술 후에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느껴질 경우, 삽입했던 렌즈를 제거해 수술받기 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도 있다.
ICL은 각막을 미세하게 절개해 렌즈를 삽입하고 위치를 잡는, 의료진의 경험과 숙련도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술인 만큼 누구에게 맡길지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수술 특성상 의사의 숙련도 및 경험 정도에 따라 만족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환자와 교감하며 정확하게 이해하는 병원인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병원인지 확인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겠다.
<박영순 압구정 아이러브안과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