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의 허위정보와 공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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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의 위세가 대단하다. 지난해 구글의 월 방문자 수를 넘어서더니, 올해엔 예상 광고매출액이 트위터와 스냅챗을 합친 것보다 더 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아직 페이스북의 그것엔 미치지 못하지만, 이 기세라면 머지않은 시간에 페이스북을 역전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사용자가 이미 500만명을 훌쩍 넘어서면서 ‘대세 영상앱’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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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의 빠른 성장세는 더 큰 그늘을 낳고 있다. 바로 우크라이나 허위정보의 확산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이래 악명 높은 허위영상은 대부분 틱톡에서 나온다는 오명을 얻었다. 영국 BBC 팩트체크팀 저널리스트인 샤얀 샤다리자데가 “이렇게 많은 허위 콘텐츠가 있는 플랫폼은 본 적이 없을 정도”라고 말할 정도다. 다른 분쟁지역 영상이 우크라이나 전쟁 영상으로 둔갑하는가 하면, 여느 플랫폼처럼 비디오게임 영상이 전장의 흔적으로 확산하기도 한다.

틱톡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사용자 대상 정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기술적 조치엔 소홀한 편이다. 짧은 영상이 빠르게 스크롤되는 플랫폼과 콘텐츠의 특수성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맥락을 담기엔 영상이 너무 짧고, 비판적 소비를 하기엔 너무 빨리 흐른다. 10초 남짓의 영상에서 사용자들이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랜덤 기반에서 사용자의 선호를 빠르게 찾아들어가는 고유의 알고리즘도 전쟁 허위정보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허위정보 모니터링 단체인 ‘뉴스가드’에 따르면 40분이면 신규 사용자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허위정보와 만나게 된다고 한다.

여느 소셜플랫폼 기업들이 그러했듯, 틱톡 또한 공적 책무의식 결여와 개인주의 가치관을 동시에 드러낸다. 합산된 개인데이터를 관리하는 공적 정보수탁자로서의 책임의식은 뒤로하고, 개인의 역량에 전적인 신뢰를 보내며 책임 또한 함께 전가하는 위선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 이미 페이스북의 전례에서 충분히 학습할 만도 했건만,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할 때마다 개선의 조짐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금단의 과실 효과’로 판명난 ‘허위정보 표식 붙이기’ 수준에서 필터링하는 나이브한 조치도 반복되고 있다.

미디어 영향력과 공익은 불가분의 관계다. 더 많은 사용자가 이용할수록 사적 플랫폼 기업에 의한 공적 충격은 커지게 마련이다. 이 지점에서 공익과의 충돌이 발생하고 사회적 간섭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거치며 사회가 습득한 교훈이다. 새로운 소셜플랫폼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치를 사전에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예상치 못했던 특별한 상황’이라며 둘러대는 건 그저 변명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틱톡 사용자 4분의 1 이상이 19세 미만 청소년들이다. 이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이해하고 내재화할지 고려한다면, 대응 조치는 빠를수록 좋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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