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하얀 봄의 선물](https://img.khan.co.kr/newsmaker/1472/1472_64.jpg)
대둔산은 ‘호남의 금강산’이라고 부른다. 한반도의 척추인 태백산맥에서 뻗어나온 노령산맥이 김제의 만경평야를 향해 뻗어나가다 금산 일대에서 독립적인 산군을 이룬다. 전라북도 완주, 충남 논산과 금산에 넓게 걸쳐져 있는 산이 대둔산이다. 이중 완주 운주면에서 보는 대둔산은 말 그대로 비경이다. 하늘을 향해 가파르게 솟아올라 하얀 암벽이 민낯을 내민다.
가파른 산세는 보기에 멋져도 오르기엔 버겁다. 산을 따라 걷는 길에 가파르고 긴 철제계단을 놓은 이유다. ‘미친 계단’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다행인 건 이 산에 케이블카가 있다. 몇년 전 새로 단장한 케이블카를 타면 927m의 선로를 따라 5분 만에 정상부까지 오를 수 있다. 그 위로 오른 날, 아래의 세상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봄의 선물을 만났다. 밤새 암봉 주변에 하얗게 내린 3월의 눈, 그 위를 뒤덮은 안개. 가히 신선이 머물 법한 풍광이었다. 뒤로는 봉우리와 봉우리가 모여 수놓는 선경이, 앞으로는 아래로 뻗어가는 산맥의 흐름과 그 너머로 이어지는 인간의 세상이 한눈에 들어왔다. 도저히 입을 다물 수 없는 선물이었다. 이 짧은 겨울과 봄 사이 자연은 이렇게 살아 움직인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