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전쟁과 쪼개지는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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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고심 끝에 결론을 냈다. 애플에 이어 안드로이드 앱에서 사용자 데이터를 추적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2021년 4월 애플이 앱추적투명성(ATT)이라는 이름으로 이 정책을 시행한 지 10개월 만이다. 구글은 강도와 강제 시기에선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양대 모바일 운영체제 진영이 모두 ‘사용자 프라이버시 보호’ 쪽의 손을 들었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라 할 수 있다.

메타(구 페이스북) 로고 앞에 끊어진 이더넷 케이블이 놓여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메타(구 페이스북) 로고 앞에 끊어진 이더넷 케이블이 놓여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사용자 데이터 추적’으로 천문학적인 광고 수익을 거둬 온 페이스북(현 메타)은 올해 100억달러의 광고 매출 하락을 예상했다. 다만 구글의 유연한 정책 적용으로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현재 메타 플랫폼으로 사명을 변경한 페이스북은 메타버스라는 모바일 인터넷 대체품을 개발하려고 모든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애플의 ‘프라이버시 추적 옵션’ 버튼 하나는 이처럼 플랫폼 간의 관계를 이전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바꿔놓았다. 협력적일 것만 같던 실리콘밸리의 플랫폼들은 이제 생존을 놓고 전면적인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이제 더 이상 상호 데이터 교류는 불가능한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페이스북이 애플과 구글의 앱 생태계에서 사용자 데이터를 추출하고 이를 광고 수익으로 전환해 가던 그간의 협업 관계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서로를 향해 횡포, 데이터산업복합체라는 과격한 낱말들을 동원해 가며 비판에 열을 올린다.

2017년 <플랫폼 자본주의>를 펴낸 닉 스르니체크는 당시 이러한 국면의 도래를 이렇게 전망한 바 있다. “추출된 데이터를 고립된 플랫폼(Siloed Platform)으로 밀어넣는 경향성이 나타난다.” 플랫폼 자본주의의 특성상, 데이터 추출 경쟁을 가속화하면, 유사한 시장 영역에 진입하는 확장 경쟁의 흐름이 나타난다. 뒤이어 데이터를 자사만의 ‘사일로’(저장고)에 가둬버리는 ‘인터넷 쪼개짐’ 현상이 가속화한다.

애플이 선두에서 이러한 흐름을 지휘한다. ‘데이터 인클로징’을 통해 더 이상 외부 플랫폼들이 그들의 사용자 데이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사일로에 넣고 아예 문을 잠가버렸다. 구글도 이 작업에 동참한다고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페이스북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동시 통제 하에서만 독점적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이 가능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것이 새로운 인터넷 혹은 인터넷의 대체품으로서 기능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도 배웠다. 끝으로 다른 플랫폼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이용할 수 없도록 확실하게 단속해야 한다는 사실도 이해하게 됐다. 무려 10조원 이상의 학습 비용을 치르면서 말이다.

사용자 데이터 추출과 이윤 창출이 긴밀하게 연결된 플랫폼 자본주의는 앞으로 불가피하게 인터넷을 쪼개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닉 스르니체크의 말처럼 플랫폼은 “스스로를 점차 폐쇄적으로 만들어 가게” 될 것이다. 그것이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경로이고,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기에 그렇다. 이제 개방되고 연결된 인터넷은 상상하기 어렵다. 메타가 선보인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가 폐쇄적이고 단절된 플랫폼의 결정체가 될 수도 있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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