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경남 합천 옥전고분군 - 다라국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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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23)경남 합천 옥전고분군 - 다라국의 아침

차갑게 얼어붙은 도로를 달렸다. 경남 합천의 동쪽, 황강이 느리게 흐르는 쌍책면의 합천박물관이 목적지다. 보고 싶은 풍광이 있어 이른 새벽부터 길을 나섰다.

이 곳에는 잊힌 나라 ‘다라국’ 흔적이 남아 있다. 다라국은 변한을 모태로 한 가야 세력 중 하나였다. 고령의 대가야는 널리 알려졌지만, 합천 역시 가야의 흔적이 제법 많다. 합천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는 뒷산에서는 수십기의 고분군도 발견됐다. 고분 안에서 <양직공도(梁職貢圖)>와 <일본서기>에 기록으로만 전하던 다라국의 유물이 쏟아졌다. 현재까지 발굴이 이뤄진 것은 극히 일부. 이 일대에 약 1000기에 달하는 고분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옥전고분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고분이 늘어선 언덕에 올랐다. 멀리서 동이 터왔다. 밝은 햇볕이 따스하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밤새 얼어 있던 땅이 밝은 빛으로 뒤덮였다. 간밤의 한기가 증발한 자리에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신비로움이 피어올랐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오랫동안 시간 저편에 잠들어 있던 고대 역사가 깨어나는 듯했다.

<글·사진 정태겸 글쓰고 사진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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