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미세플라스틱의습격을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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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기금(WWF)이 2020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 200만t에서 2015년 4억700만t으로 65년 사이 200배 이상 증가했다.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한해에 약 3억t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배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950~2015년 인류는 약 83억t의 플라스틱을 생산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같은 기간 약 63억t의 플라스틱이 폐기돼 이중 약 49억t이 매립되거나 버려졌고, 8억t이 소각됐다. 재활용된 플라스틱은 약 6억t에 불과하다. 2050년까지 누적생산량이 340억t에 달하고, 이중 120억t이 버려져 계속해서 토양과 해양에 유입될 전망이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세계 플라스틱 포장재의 32%가 해양으로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양생물의 생명을 위협하며 생태계를 파괴한다. 생태계에 축적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람이나 파도, 광산화에 의해 지속적으로 파쇄돼 점점 더 작은 크기의 조각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플라스틱 잔해를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5㎜ 미만 크기)이라 한다.

전 세계 플라스틱 포장재 중 32%가 해양으로 유입된다. 국내 해안쓰레기의 70%는 어구, 부표, 그물 등 어업활동에서 발생한다. 미세플라스틱은 대기와 물에 있는 잔류성 유기 독성물질을 흡착해 섭취하면 독성물질이 축적될 수 있다.

바닷물이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되면 바닷물을 햇빛에 증발시켜 채취하는 천일염에 미세플라스틱이 흘러 들어가게 된다. 천일염뿐만 아니라 생수 등 다른 식음료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2018년 해양수산부 의뢰로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국내산과 외국산 천일염 6종류에서 미세플라스틱을 검출했다.

2021년 10월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발표한 ‘해양쓰레기 및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글로벌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은 해양쓰레기 중 가장 장기간 지속되는, 유해한 폐기물로 전체 해양폐기물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바다에 존재하는 플라스틱 양은 약 7500만~1억9900만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세플라스틱의 섭취와 그 악영향

미세플라스틱은 해산물 섭취와 일상생활 속 일회용품 사용으로 인체 내로 유입된다. 평균적으로 한 사람이 1주일에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양은 약 5g이다. 신용카드 1장만큼 섭취한다는 얘기다. 개수로는 매주 평균 2000개(WWF·‘플라스틱의 인체 섭취 평가 연구’)에 달한다.

미세플라스틱은 공기, 옷(합성섬유), 물, 갑각류, 소금, 맥주 등에 존재한다.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넣을 때도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 플라스틱 원료를 사용해 만든 의류도 세탁할 때마다 수천개의 합성 플라스틱을 배출한다.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는 해양생태계 파괴 주범으로 세탁 시 섬유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을 지목했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큰 플라스틱이 주는 영향과는 다른 형태로 환경과 생물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큰 플라스틱이 이동할 수 있는 장소는 바다, 토양, 강 정도로 제한적이지만, 미세플라스틱은 바다, 토양, 강뿐만 아니라 지하수, 대기 중으로 이동할 수 있다. 소금, 해산물, 생수, 수돗물 등에서 발견될 정도로 광범위하게 이동한다.

미세플라스틱은 장폐색, 영양분 섭취 부족으로 인한 에너지 할당 감소, 먹이 오인으로 인한 섭식 습관 변화, 성장과 번식의 감퇴와 같은 미시적인 악영향을 준다고 보고됐다. 미세플라스틱이 마이크로 이하의 작은 크기로 체내 깊숙한 곳까지 침투할 수 있으며, 나노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은 뇌, 태반 장벽을 통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플라스틱 제조 당시에 첨가한 비스페놀 A, 프탈레이트 등의 화학물질과 미세플라스틱 표면에 흡착된 바닷속 잔류성 유기 오염물질은 생명체에 위협요소가 된다.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인간에게도 미세플라스틱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1㎛ 이하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을 뜻하는 초미세플라스틱의 독성 영향이 밝혀지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잔류기간이 길기에 체내에 축적된다. 뇌 안에서 세포를 죽이는 신경독성 물질로 작용할 수 있다. 최신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이 생물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규명해냈다. 2016년 프랑스와 벨기에 과학자들이 성체 굴을 2개월 동안 미세플라스틱에 노출시켰더니 굴의 난모세포 수는 38% 감소했고, 지름이 5% 줄었으며 정자의 속도도 23% 떨어졌다. 한국소비자원의 ‘먹는샘물 내 미세플라스틱 안전 실태 조사’ 보고서는 미세플라스틱 크기가 150㎛ 이하이면 소화관 내벽을 통과할 수 있고, 0.2㎛ 이하이면 체내 조직으로 흡수돼 국부적 면역체계 이상, 장 염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 미세플라스틱이 간, 심장, 폐, 뇌 등으로 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바이오 융합연구부 최성균·이성준 박사 연구팀은 2021년에 섭취한 미세플라스틱이 뇌 안에 축적돼 신경독성 물질로 작용한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다용 박사팀은 최근 미세플라스틱이 세대 간에 전이돼 자손의 뇌 발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 연구팀은 생쥐의 모체가 섭취한 미세플라스틱이 출산 후 모유 수유를 통해 자손으로 전달돼 뇌 조직과 여러 장기에 축적된 것을 확인했다. 자손에서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영역인 해마 영역의 손상과 뇌 신경세포 형성을 담당하는 신경줄기세포의 감소를 확인했다.

크기 5㎜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뜻하는 ‘미세플라스틱’ 모습 / 우즈홀해양연구소 제공

크기 5㎜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뜻하는 ‘미세플라스틱’ 모습 / 우즈홀해양연구소 제공

미세플라스틱 저감 향한 국제적 움직임

해외에서는 유럽연합(EU)이 발 빠르게 나섰다. 미세플라스틱 규제에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U는 2021년 3월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단계부터 재활용까지 고려하는 신순환경제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제조→활용→폐기’의 기존 선형경제에서 ‘생산→소비→폐기물 관리→재활용’의 순환경제로 바꾼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EU는 1차 미세플라스틱과 해양환경을 해치는 합성수지 생산을 제한하고 있다. 2020년 비OECD 회원국에 유해 폐플라스틱 수출을 금지하는 폐기물 선적 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2021년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포장재 폐기물에 1㎏당 0.8유로의 세금을 부과하는 플라스틱세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독일에서는 2019년 1월 ‘신 포장재법’ 시행에 따라 모든 소매점에서 일회용 및 재사용 음료를 포장하는 선반 근처에 ‘EINWEG(일회용)’와 ‘MEHRWEG(재사용)’ 표기를 부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2021년 7월부터는‘일회용 플라스틱에 관한 지침(Directive EU 2019/904)’을 통해 두께가 15~50㎛이거나 과일 및 채소용 얇은 플라스틱 봉투를 제외한 일회용 플라스틱 식사용 도구, 플라스틱 빨대, 플라스틱 음식 용기 등 대체 가능한 소재가 있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스웨덴은 2018년 1월 씻어내는 ‘린스-오프’ 제품에서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자체 금지령을 발표하는 등 EU 일부 회원국들이 화장품과 세제에 사용하는 미세플라스틱을 금지하고 있다. EU 차원의 규제 수립 역시 추진 중이다. 프랑스에서는 ‘낭비 방지 및 순환경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올해부터 1.5㎏ 미만의 채소와 과일을 비닐 포장하는 것을 금지한 데 이어 2025년부터 자국에서 생산하는 모든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배출을 막는 합성섬유 필터 장착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시행하기로 했다.

미국은 2015년 ‘마이크로비드 제거 수자원법(Microbead-Free Waters Act)’을 제정해 2017년 7월부터 자국 내 모든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된 화장품의 생산을 금지했다. 2018년 7월부터는 미세플라스틱이 포장된 화장품의 도입까지 금지했다. 캐나다는 2016년 미세플라스틱을 유해 물질로 지정해 2018년 7월부터 미세플라스틱이 들어 있는 샤워젤, 치약 및 세안 스크럼 등의 화장품 제조, 수입과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생선 안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조각들 / 그린피스 제공

생선 안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조각들 / 그린피스 제공

이러한 법제적 흐름에 따라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미 미세플라스틱 저감장치가 달린 세탁기 출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세탁기의 특수 필터와 세탁물 보호 주머니 등 미세플라스틱 저감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일반 플라스틱의 문제와 달리 그 해결을 위해 개별 국가의 노력과 책임뿐만 아니라 국제적 노력이 필요하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14년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전 세계 10대 환경문제 중 하나로 발표하고, 2017년에 ‘해양쓰레기에 대한 국제 파트너십(The Global Partnership on Marine Litter)’을 설립했다. 국제기구, 국제NGO 등이 미세플라스틱 저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탈(脫)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 대안은?

미세플라스틱은 일단 자연환경에 배출되면 회수가 거의 불가능해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를 줄이지 않는 한 저감이 어렵다. 플라스틱 사용금지 등을 통해 발생을 철저히 억제해야 한다. 또 미세플라스틱이 해양으로 흘러 들어가면 현재 기술로는 완전한 제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을 아예 생성하지 않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따라서 미세플라스틱, 폐플라스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연적으로 분해가 되는 생분해성 고분자 소재 연구,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3R(reduce·recycle·reuse) 실천과 폐플라스틱을 필요한 화합물로 재생산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 운동 등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더 근본적인 대책으로 국제사회에서는 ‘자원채취-대량생산-폐기’의 구조를 띠는 지금의 선형경제에서 제품의 생산과 소비 단계에서 폐기물을 줄이고 발생한 폐기물을 다시 생산과정에 투입하는 순환경제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U에서 제시한 내용이다.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썩는 플라스틱’인 생분해 플라스틱은 폐기 후 물과 이산화탄소, 또는 메탄 등으로 분해된다. 생분해성 고분자란 토양 매립 시 자연계에 존재하는 미생물(조류·박테리아·곰팡이 등)의 활동으로 물과 이산화탄소 혹은 메탄가스로 완전히 분해되는 고분자를 의미한다. 국내 생분해성 고분자 시장은 낮은 물성, 높은 생산 비용, 미진한 정부지원 등의 이유로 성장이 매우 더뎠으나 정부, 산업체, 학계에서 기존 생분해성 고분자의 단점을 개선해 상업화하려는 연구와 노력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이 해양에서도 작용하는 생분해 플라스틱 ‘폴리히드록시알카노에이트(PHA)’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LG화학이 옥수수 성분의 생분해성 신소재를 개발하는 등 다수의 기업이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을 공략 중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의류 세탁·건조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패션브랜드 파타고니아와 기술 협약을 맺고 연구개발 조직에 전문 인력을 투입하는 등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인 세탁기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서부의 국립공원 11곳에서 확인된 미세플라스틱을 확대 촬영한 모습 / 유타주립대학 제공

미국 서부의 국립공원 11곳에서 확인된 미세플라스틱을 확대 촬영한 모습 / 유타주립대학 제공

“발생원·발생량 추적 체계 수립해야”

한국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6년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새로 정의했다. 2017년 미세플라스틱을 함유한 화장품의 제조 또는 수입을 금지했다. 그러나 당시 규제 대상이 전체 화장품의 0.56%밖에 되지 않아 비난을 샀다. 2020년 6월 세정제, 제거제, 세탁세제, 표백제, 섬유유연제 등을 미세플라스틱 함유 금지물질로 확대 지정했다.

이 외에 미세플라스틱 제품과 성분을 환경정보공개제도 또는 환경마크에 포함해 친환경적인 소비를 유도해야 한다는 제안과 국내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현황에 맞는 배출계수를 개발해 미세플라스틱의 정확한 발생원과 발생량을 추적하는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해 밀고 나가야 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안치용 ESG연구소장은 “해양에 들어가 생태계 전체로 순환하는 미세플라스틱은 눈에 보이지 않는데다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 게다가 발생을 원천 차단하는 대체 물질 사용에 기업이나 사회가 더 많은 비용을 내야 하므로 문제 해결에 미온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 전반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 수 있는 시한폭탄이란 사실을 인식하고 지구촌 차원에서 세계시민적 각성과 그에 걸맞은 실천을 전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지구적 문제이지만, 해법은 항상 개인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고 안 소장은 강조했다.

<공동기획 주간경향·ESG연구소·(사)ESG코리아·감신대 생명과평화연구>

<청년ESG프로젝트팀 이찬희 연세대 언더우드학부 경제학과 2학년·현예린 연세대 지속개발협력학과 4학년·김나현 서울여대 저널리즘학과 3학년/ ESG연구소 안치용 소장·이윤진 연구위원>

청년이 외친다, ESG 나와라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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