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 오해를 넘어 이해로
<자해를 하는 마음> 임민경 지음·아몬드·1만6000원
![[신간]자해를 하는 마음 外](https://img.khan.co.kr/newsmaker/1467/1467_71a.jpg)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자신의 손목에 난 상처를 은근히 보여주는 애들이 있었다. 보여주길 꺼리는 듯 아닌 듯, 결국에 그 흉터를 내놓던 모습이 기억난다. 무슨 상처냐, 왜 그랬느냐, 아프진 않았느냐 묻지 않았다. 그걸 보여주는 의도 혹은 저의가 무엇인지 알려고 들지도 않았다. 자해의 결과물이라는 게 뻔했다. 뭔가를 물어봤다간 간신히 봉합된 상처가 벌어지며 그 친구의 삶이 내게 쏟아질까 무서웠던 건 아닐까 싶다. 그 애들의 표정에 ‘알면 다쳐’란 메시지가 스쳤던 것 같기도 하다.
‘자해’는 말 그대로 스스로를 해치는 행위를 뜻한다. 임상심리학자인 저자가 제시하는 정의를 보면 ‘자해’란 ‘비자살적 자해, 즉 자살의 의도가 없는 자해를 뜻한다. 그렇다면 자해는 도대체 왜 하는 걸까? 자해까지 해가며 얻는 게 무엇이길래?
오랜 편견은 이 질문에 “그들이 관종이라서”라고 답한다.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관심을 원해서 자해하는 경우는 5~10% 정도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자해의 정서 조절 기능을 이유로 든다. 괴로운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일종의 ‘진통제’로서 자해를 택한다는 설명이다. 저자가 인터뷰한 이들 중 3분의 1이 학대 속에서 자랐다는 점이 유의미하다. 이밖에도 따돌림, 실직, 빈곤, 소수자 정체성 등 자해 요인은 여러가지다. 흉터 밑에 가려진 ‘진짜 문제’ 요인을 직시한 이후에야 우리는 비로소 회복을 논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이 의미 있을 단 한 사람을 위하는 마음으로 책을 내놓는다”고 밝혔다. 그도 한때 자해를 하는 소위 ‘자해러’였다고 고백한다. 저자의 경험에서부터 시작한 자해에 관한 성찰은 과거에 자해를 했거나, 아직 자해에서 벗어나지 못했거나, 자해를 하는 주변 사람을 걱정하는 모두에게 닿을 고민과 제안을 담고 있다.
▲생일을 모르는 아이
구로카와 쇼코 지음·양지연 옮김·사계절·1만6800원
![[신간]자해를 하는 마음 外](https://img.khan.co.kr/newsmaker/1467/1467_71b.jpg)
끔찍한 아동학대 범죄가 벌어질 때마다 사회적 공분이 일어나지만 정작 ‘그후’의 이야기는 많이 알려지지 않는다. 학대를 당한 아동은 원가정에서 분리된 이후에도 몸과 마음에 후유증과 트라우마가 남는다.
이 아이들이 인생을 긍정하고 희망을 찾게 하려면 사회는 어떤 돌봄을 제공해야 할까.
▲우리가 서로를 잊지 않는다면
김여정 지음·은행나무·1만2000원
![[신간]자해를 하는 마음 外](https://img.khan.co.kr/newsmaker/1467/1467_71c.jpg)
한국전쟁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보광동 토박이 어르신들의 증언과 미군 용산기지의 그늘에서 소수자를 끌어안은 보광동의 역사와 골목길에 카페를 차려 ‘마을 사랑방’을 만들고, 드나드는 이들의 삶을 기록했다. “정사와 비사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이야기”라는 심사평을 받았다.
▲판을 까는 여자들
신민주 외 지음·한겨레출판·1만5000원
![[신간]자해를 하는 마음 外](https://img.khan.co.kr/newsmaker/1467/1467_71d.jpg)
20대는 여성과 남성으로 구성될 텐데, 20대 남성만을 ‘이대남’이란 조어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소리가 마치 20대 전체를 대변하는 양 미디어에 울려퍼진다. 여기에 반기를 든 20대 여성 셋이 모였다.‘우리의 정치’를 말하기 위해, 지금 여기서 싸우기 위해….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