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파시즘 2.0 外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우리 안의 파시즘을 돌아볼 때

<우리 안의 파시즘 2.0> 임지현 외 엮음·휴머니스트·1만6000원

내 편만 옳은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가능한가?

[신간]우리 안의 파시즘 2.0 外

‘우리 안의 파시즘’이 1999년에 이어 20여년 만에 두 번째 버전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한국사회는 진보했는가, 아니면 후퇴했는가. 20년 사이 한국은 세계 10위권 이내 선진국으로 진입했고 복지나 경제 규모 역시 크게 성장했다. 각종 가치와 이념이 등장했다 스러지기도 했다. 인종주의, 개발, 진보, 공정과 능력주의, 민주주의 등을 둘러싼 진단과 비평이 넘쳐나지만 대체로 함의는 같다. ‘우려’다. 역사학자 임지현은 다시 필자를 모아 공정과 능력주의, 세대-연공-인구의 착종, 국민주권 민주주의, 식민지 남성성, 일상적 인종주의, 관종과 인터넷 담론, 한국의 문화 종교 현상, 수사의 정치학, 교가에 깃든 파시즘 등 말 그대로 우리 ‘안’에 있지만 너무 찰싹 달라붙어 새삼 돌아보기 어려운 주제를 풀어냈다.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이란 막대한 변수도 등장했다. 1999년 버전이 IMF 위기 이후 출간돼 화제를 낳았다면 이번 2.0 버전은 코로나19를 담을 수밖에 없다. 임지현 교수는 지난 20여년 동안 권력의 작동방식이 힘에 의한 강제와 억압에서 내면화된 규율과 동의를 통한 자발적 복종으로 이동했다고 짚는다. 그 예시로 코로나19로 인한 의학적 비상사태를 든다. 이 비상사태를 맞이해 논의와 토론이 실종되고 ‘위기’란 이름으로 모든 디테일이 퉁쳐지면서 여론이 양분된다는 비판은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바야흐로 ‘우리 안의 파시즘’을 다시 돌아보기 딱 좋은 시점이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퇴보했다고 체감 혹은 진단을 하기는 쉽지만, 해결방법을 논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진단 없이는 처방이 나올 수 없다. 한국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일어난 퇴행에 관한 진단을 보고 싶다면 우리 안의 파시즘부터 돌아보면 어떨까.

▲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
김종철 지음·녹색평론사·2만1000원

[신간]우리 안의 파시즘 2.0 外

고 김종철 발행인의 ‘녹색평론’ 머리말 원고를 모아 엮었다. ‘녹색평론’이 그간 걸어온 길을 한눈에 보여줄 뿐만 아니라 발행인이 매 현안을 맞이해 던진 근본적인 질문을 만날 수 있다. 국가라는 하나의 공동체와 지구라는 공간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황유미 외 지음·한겨레출판·1만4000원

[신간]우리 안의 파시즘 2.0 外

점심 식사는 모두에게 같은 의미일까. 사람들은 점심 식사를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먹을까. 작가 10인이 점심시간에 써내려간 점심의, 점심에 의한, 점심을 위한 산문을 모았다. 점심 메뉴 선정에 진심인, 꿋꿋이 혼자 점심을 먹는, 점심시간을 틈타 딴짓하는 이들을 위한 ‘맛있는’ 글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사자와 카프카의 원숭이
라르스 스벤젠 지음·김강희 옮김 21세기북스·1만7000원

[신간]우리 안의 파시즘 2.0 外

반려동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으리라. 노르웨이 철학자가 인간이 동물을 이해할 수 있을지, 동물을 이해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를 쉽게 풀어냈다. 철학적 논의에 기반을 두면서도 일상적인 호기심을 톡톡 건드린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신간바로가기

이미지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