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더하기 1은 2인가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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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더하기 1은 2인가> 존 배로 지음·김희봉 옮김·김영사·1만4800원

[신간] 1 더하기 1은 2인가 外

‘1+1=2’라는 수식은 ‘확실하고 뻔한 것’의 대명사처럼 쓰인다. 더 설명할 것도 없어 보이는 이 단순한 수식이 과연 그저 자명한 것이기만 할까? 책에서 예로 들듯이 똑같은 파동 둘을 더하는데 둘의 위상이 정반대라면 파동 2개가 되지 않는다. 또 0에 0을 더하면 0이 둘이고, 이것은 0이다. 무한에 무한을 더하면 무한이 된다. 애초에 ‘1’과 ‘2’는 무엇을 가리키는 것이며, 기호 ‘+’와 ‘=’ 역시 무엇인지부터 캐물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이 1+1=2와 같은 연산에 집중하는 이유를 저자는 수학이 ‘추상화’라는 과정에서 시작한 학문이라는 점을 들어 설명한다. 사과 하나, 파동 하나, 0 하나 등 세상의 모든 하나를 1이라는 수로 환원시키는 과정은 물론, 이 환원에 바탕을 두고 있는 덧셈이라는 연산까지 과연 모든 사물에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만큼 타당한가를 묻는다. 간단하게 생각했던 수식 안에 지금의 수학 체계를 떠받치고 있는 주춧돌에 관한 의문들이 여럿 내포돼 있는 셈이다.

저자는 ‘1+1=2’라는 수식을 매개로 사물 속에 숨은 패턴과 수학의 본질을 찾아나선다. 수학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수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닿는다. 수학자이자 이론물리학자였던 저자는 2020년 타계하기 전 일생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낸 이 책에서 수학이 만들어진 경계 안팎을 넘나들며 수학의 철학과 역사를 함께 보여준다. 어렵지 않은 수식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화이트헤드와 러셀의 기초론, 무한대의 산술 이론,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등 점점 머리가 복잡해지는 방향으로 치닫지만 상세하고 쉬운 설명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다행이다. 어느 정도 미로를 헤맬지라도 의지할 만한 실타래 하나는 쥐고 있어서다.

▲나의 덴마크 선생님
정혜선 지음·민음사·1만6000원

[신간] 1 더하기 1은 2인가 外

지리산의 대안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던 저자는 치열하게 살았지만, 자신의 한계를 맞닥뜨려 눈앞이 캄캄해지자 배움을 구하고자 덴마크 세계시민학교를 찾는다. 세계에서 온 학생들이 함께 배우는 100년 전통의 학교에서 삶을 바꾸는 배움을 얻은 이야기를 담았다.

▲호수의 일
이현 지음·창비·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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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 주인공 호정이 은기와 만나 경험하는 설렘과 사랑, 각자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담은 장편소설이다. 첫사랑의 두근거림뿐 아니라 가족, 친구와의 갈등과 외로움 등 한가지로 정리되지 않는 여러 갈래의 깊은 마음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아무도 죽지 않은 밤
프랭크 하일러 지음·권혜림 옮김 지식서가·1만6500원

[신간] 1 더하기 1은 2인가 外

25년간 응급의학 전문의로 일한 저자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환자와 의료인의 삶을 투명하게 묘사한다. 처참한 사고를 겪은 군인과 노동자, 이해하기 어려운 치료 거부 환자 등 다양한 병원 속 풍경을 냉철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시각으로 그려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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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역경루
오늘을 생각한다
용산의 역경루
공손찬은 중국 후한 말 북방민족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화북의 군벌이다. 오늘날 베이징 근처 유주를 근거지로 세력을 키웠던 공손찬은 백마의종이라는 막강한 기병대를 중심으로 황건적과 만리장성 넘어 이민족들을 토벌하며 군세를 넓혀갔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갖췄으나 성품이 포악했던 공손찬은 폭정을 일삼으며 민심을 크게 잃는다. 왕찬이 기록한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에 의하면 공손찬은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가 하면 유능한 관료들을 쫓아내고 점쟁이를 측근에 등용하는 등 막장 행각을 벌였다. 하루는 백성들 사이에서 덕망 높았던 관리 유우를 저자에 세워놓고 ‘네가 천자가 될 인물이라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말한 뒤 비가 내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분개한 수만의 유주 백성들은 유우의 아들과 합세해 공손찬을 공격했고, 라이벌 원소와 이민족들까지 연합해 공격하니 공손찬은 고립무원에 처한다. 사방이 포위된 공손찬은 기주 역현에 거대한 요새를 짓고 농성에 들어가니 이 요새가 역경성이다. 자신의 남은 전력을 요새 건설에 쏟아부은 공손찬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 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향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