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의 본심을 파헤치다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김학진 지음·갈매나무·1만7000원
‘아라비안 배블러’라는 새는 집단을 이뤄 생활한다. 이 새 가운데 한마리는 모이를 먹을 때 다른 새들이 먹는 동안 보초를 선다. 포식자가 접근할 때 큰소리를 내며 위험을 자처하는 역할을 맡는다. 보초를 서려고 많은 새가 경쟁한다.
언뜻 봐선 이들의 무모한 이타성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위험을 무릅쓸 만큼 뛰어난 역량을 갖췄다고 인정받은 새는 무리의 지도자가 되거나 더 많은 번식 기회를 얻는 이득을 누릴 수 있다.
다양한 생물처럼 인간에게서도 나타나는 이타성에는 어떤 원리가 자리 잡고 있을까. 뇌과학자인 저자는 최신 연구결과와 사례를 통해 인간 역시 이타적 행동이 장기적으로 더 높은 이득을 주는 생존전략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타적인 행동은 타인의 호감을 끌어내며,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근원에는 본래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가 있음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 인간은 사회적 가치를 후천적으로 학습하기 전부터 타인의 감정과 평가를 판단해 인정받고 싶어하는 기제를 이미 몸속에 갖춘 채 태어난다는 얘기다.
이타적인 행동이 자신을 우선하는 본능을 의도적으로 억누른 결과가 아니라 일종의 ‘자연스러운’ 즉흥적 반응이라는 건 많은 함의를 던진다. 이타성의 기초가 되는 인정욕구는 부정적으로 발현되면 남들이 자신을 떠받들어야 한다는 ‘갑질’ 같은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저자는 인정욕구와 이타성이 보이는 긍정적인 면을 최대한 끌어내는 동시에 이기심과 균형을 맞추려면 무작정 인간의 선의를 찬양하기보다 냉철하게 과학적·합리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방안을 모색하라고 조언한다.
▲아름. 다움,
윤여경 지음·이숲·1만8000원
디자인 이론가인 저자가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둘러싼 다양한 개념과 관점을 검토한다. 한국어의 ‘아름다움’과, 영어의 ‘beauty’, 중국어의 ‘眞善美’ 등
개념을 비교하는 한편, 아름다움이 대상과 맥락에 따라 어떻게 쓰이고 의미를 지니는지도 함께 살핀다.
▲박순애, 기록, 집
김혜미 지음·이매진·1만4000원
가족을 찾아 일본으로 떠났다가 돌아온 한국에서 ‘조총련’이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간첩으로 몰려 1977년부터 12년 넘게 감옥에 갇힌 92세 여성 박순애의 삶을 기록했다. 국가의 폭력과 개인의 불행에도 굴하지 않은, 평범한 한 인간의 모습을 펼쳐보인다.
▲권력의 심리학
브라이언 클라스 지음·서종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1만8000원
권력의 정점에 섰던 수백명의 사례를 통해 권력의 본질을 파헤친다. 사이코패스적인 개인이 조작과 위협으로 권력을 손에 넣는 과정, 잘못된 권력 부여가 촉발한 주요 사건 등을 다방면으로 살피며 자격 없는 자들이 권력을 쥘 때 나타날 수 있는 폐해와 위험성을 경고한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