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는 우연이 아니다
<존버씨의 죽음> 김영선 지음·오월의봄·1만9000원
우리 시대의 존버씨가 죽어가고 있다. 오늘도 버텨야 하는 삶을 살아가는 존버씨는 노동의 고통과 비참한 처우에 시달리는 김알바, 김인턴, 김사원, 김대리, 김과장과 다르지 않은 이름이다. 갈아 넣고 쥐어짜고 태우는 ‘과로+성과체제’에서 존버할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가 바로 존버씨다. 저자는 “과로사의 원인과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설득하고 공감할 수 있는 언어를 발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로사는 분명 ‘사회적 타살’이고 자꾸 되풀이되지만 그 죽음을 놓고 개인적인 일, 우연·예외적인 일, 갑작스러운 일로 치부하기 일쑤다. 기업뿐 아니라 노동자들까지도 개인 탓으로 돌리거나 내면화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혹시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죽기 위해 일하는 건 아닐까?’를 고민하는 우리 시대 존버씨의 삶을 반추하며, 과로와 죽음의 거리를 멀어 보이게 만드는 자본주의적 장치에 어떻게 균열을 낼 수 있을지 고민하도록 이끄는 책이다.
▲부를 만드는 경험의 힘
최영일 지음·스노우폭스북스·1만6500원
시사평론가인 저자는 벤처기업 대표에서 신용불량자까지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경험했다. 현재는 한 지상파 라디오 프로그램을 맡아 경험을 상품화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저자는 경험이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풍요롭게 해줄 종잣돈이자, 나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밑거름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경험을 사고팔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드는 방법을 제시한다. 가공하지 않은 보석을 깎아내듯 경험을 객관적 시선으로 재구성하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보편적 경험과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슬기로운 남극 물고기
김진형 지음·지오북·1만4000원
남극 물고기는 남극암치아목 물고기 123종을 말하며 최저수온 영하 1.9도의 남극해에서 산다. 이 남극 물고기의 종류와 생태, 행동 특성을 책에 담았다. 또 남극 세종기지에서 한국까지 물고기를 도입하는 과정, 극지 아쿠아리움 제작기까지 들려준다.
▲역사에 없는 사람들의 미국사
로널드 다카키, 레베카 스테포프 지음오필선 옮김·갈라파고스·1만7000원
미국 역사에서 다양한 이주민과 아메리카 원주민은 없는 사람으로 취급되거나 다르고 열등한 타자로 등장한다. 저자는 “미국사를 비유럽계 ‘역사들’로 다시 써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이주’와 ‘정착’을 중심으로 엮은 새로운 관점의 역사서다.
▲도시를 바꾸는 새
티모시 비틀리 지음·김숲 옮김 원더박스·1만8000원
새로 말미암아 변화한 도시 모습과 도시에서 공생하기 위해 힘쓰는 이들의 이야기다. 새는 도시를 더욱 푸르게 하고, 우리의 삶을 한층 더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새에 집중하는 순간, 앞에 놓인 수많은 문제를 높은 시야에서 바라보며 대응해갈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구경민 기자 sewr16@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