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자가 말하는 ‘약물 중독’
<중독에 빠진 뇌 과학자> 주디스 그리셀 지음·이한나 옮김·심심·1만9000원
중증질환자의 고통을 덜기 위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을 손에 넣어 약물 의존에 빠지는 청년들이 국내에서도 늘고 있다. 미국에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약물 과량복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사상 최초로 10만명을 넘어섰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 책의 저자는 20년 넘게 각종 약물에 취해 밑바닥 인생을 경험한 약물 중독자였다. 그런 사람이 약물 중독을 연구하는 뇌 과학자가 돼 약물에 관한 책을 썼으니 혹시라도 호기심 때문에 약물 주변을 기웃거릴 누군가에게도, 이미 약물의 위험성을 절감하며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될 만하다. 물론 ‘쾌락’ 또는 ‘호기심’이 어떻게 인간을 탐닉과 의존의 수렁으로 몰고 가는지 궁금한 보통의 사람들에게도 잘 알지 못했던 약물의 상세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저자와 처음으로 연을 맺은 약물은 알코올, 즉 술이었다. 이후 대마와 코카인, 메스암페타민(필로폰), LSD 등 다양한 약물을 사용하며 그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져 갔다. 이러한 경험은 자신이 약물 중독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신경과학자가 되기까지를 소개하는 서문 이후 약물의 종류별 작용 기제를 다룰 때도 자신의 일화와 함께 생생하게 소개된다. 또한 뇌의 어떤 특성 때문에 중독이 일어나는지를 설명하면서 중독에 빠지기 쉬운 요인과 중독 문제의 해결 방안 역시 알려준다. 물론 과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해서 중독 문제를 개인적·사회적으로 해결할 묘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단시간에 인류가 약물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 어려운 현실을 얘기하면서도 그럼에도 자신처럼 약물에서 벗어나는 것 또한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중독의 반대는 단순히 약물에 취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양꼬치의 기쁨
남유하 지음·퍼플레인·1만4800원
평범한 일상에 들이닥치는 악몽 같은 공포와 기괴한 상상력이 주는 기묘한 카타르시스로 빚어낸 이야기 10편을 묶은 단편집이다. 날카로운 호러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숨겨왔던 온갖 감정과 욕망을 찢고 뜯는 피와 살의 향연으로 분출해내는 작품들이다.
▲어쩌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김정헌 지음·창비·2만원
1980년대부터 진보적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확산된 민중미술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화가인 저자가 예술을 통한 사회적 실천에 힘써온 삶과 가치관을 담아낸 회고록이다. 예술적 여정 외에도 민중미술사의 굵직한 사건과 주요 인물 또한 생생하게 표현했다.
▲팬데믹 이후의 시민권을 상상하다
한상원 외 지음·인천대 인문학연구소 엮음 후마니타스·1만8000원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오늘날의 시민권과 관련된 다층적 쟁점을 재조명한 논의를 담고 있다. 팬데믹 이후 부각된 인종주의 및 외국인 혐오,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들처럼 권리를 향유하는 자와 권리에서 배제된 자들의 경계에 대해 다각도로 짚어본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