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선의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문학동네·1만5000원
인터넷에 넘쳐나는 혐오 표현을 볼 때마다 세상이 암울하게 느껴진다.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른 상대방을 세상에서 치워버려야 할 존재로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며 누군가의 감추고 싶은 내밀한 사생활을 폭로한다. 생각과 지향이 다른 이들이 공존하기 위해 지켜야 할 규칙은 무엇일까. 각자가 주장하는 권리가 서로 부딪힐 때 어디서 멈춰야 하나. 23년간 법관으로 일하다 지난해 퇴직해 전업 글쟁이가 된 작가는 공존의 기술로 법, 특히 헌법을 강조한다. 인간은 존엄하고,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라는 핵심가치에 기반을 둔 헌법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최소한의 선의’라고 말한다. ‘법 앞의 평등’만으로는 부족하고, 모두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법에 의한 평등’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공정한 경쟁을 가능하게 하는 열쇠라고 말한다.
▲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
체이스 퍼디 지음·윤동준 옮김·김영사·1만6800원
우리가 먹는 고기는 모두 한때 생명이 있는 존재였다. 지금까지 그랬지만 죽이지 않고도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 만든 고기 ‘세포배양육’이 새로운 육식의 시대를 열고 있다. 기후위기와 동물권 이슈로 세포배양육 산업 투자는 크게 늘었다. 약 10년 사이 배양육 가격은 500g당 120만달러에서 100달러까지 떨어져 시장 진출을 코앞에 두고 있다. 언론인인 저자는 배양육 산업을 이끄는 기업인, 연구자를 취재해 이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준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정지우 지음·문예출판사·1만5000원
에세이와 평론을 주로 써온 작가의 첫 글쓰기 에세이집이다. 20년 넘게 작가로 활동하며 생각하고 경험한 글쓰기에 관한 증언을 담았다. 작가의 성장 기록이자, 글쟁이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다. 매일 꾸준히 글 쓰는 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서 오세요, 고양이 식당에
이용한 지음·문학동네·1만7800원
시인인 작가가 13년간 ‘고양이 식당’의 주방장으로 일한 경험을 기록했다. 시골 길고양이에게 식사를 제공하면서 그들이 사랑하고, 자식을 낳고, 때론 이웃이 쳐놓은 쥐약을 먹고 죽는 모습을 지켜본다. 고양이들이 허락한 소중한 사진이 글과 함께 담겼다.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린다 노클린 지음·이주은 옮김 아트북스·1만4000원
미술사에서 여성 차별과 소외 문제를 다룬 기념비적인 논문의 출판본이다. 위대한 여성 미술가의 부재는 남성에게 집중된 교육과 성장의 기회 때문이었다고 밝힌다. 책은 논문의 완역본과 함께 논문 발표 30년이 지난 시점의 평가 글을 함께 수록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