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딜레마에 빠진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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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지지율 효과 못 받는 이재명, 윤석열은 ‘부인·처가리스크’ 등 발목

‘묘서동처(猫鼠同處)’. 교수신문이 매년 이맘때 발표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다. 고양이와 쥐가 같은 곳에 있다는, ‘도둑과 도둑 잡는 사람이 한패가 돼버렸다’는 뜻이다. 정치상황에 대한 중의적인 알레고리다. 여기서 ‘쥐(鼠)’는 이재명 후보일까, 아니면 윤석열 후보일까. 지지하는 입장에 따라 달리 해석될 것이다.

12월 11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 방문을 마치고 나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12월 16일 국민의힘 새시대 준비위원장실에서 열린 윤영일 전 의원 환영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 연합·국회사진기자단

12월 11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 방문을 마치고 나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12월 16일 국민의힘 새시대 준비위원장실에서 열린 윤영일 전 의원 환영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 연합·국회사진기자단

1987년 이래 치러진 역대 대선과 20대 대선의 가장 큰 차이는 높게 유지되고 있는 현직 대통령 지지율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2월 10일 발표한 12월 2주차 정당지지도 조사의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률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5년차 2분기 지지율은 39%로, 13대 노태우 대통령(1988~1993) 이후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95% 신뢰수준에 ±3.1%, 전화조사 인터뷰, 응답률 16%).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넘어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는 여권후보에 대한 지지로 확장되진 않는다. PNR·시사경남이 12월 13일 실시한 20대 대통령 여론조사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는지에 대해 물었는데, ‘공감한다’가 41.4%인 반면, ‘공감하지 않는다’가 52.5%에 달했다. 이 조사에서 국정수행평가에 대한 평가도 긍정평가가 위 국민과의 대화와 거의 유사한 39.6%인 반면, 부정평가는 56.5%에 달한다. 조사에서 대선후보 지지도는 윤석열 후보가 43.5%, 이재명 후보가 39.3%를 기록해 여권 후보가 대통령 지지율을 넘어서는 확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박스권에 갇혀 있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높은 현직 대통령 지지율의 아이러니, 딜레마다(95% 신뢰수준에 ±3.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역대 최고 현직

대통령 지지율의 역설

현 여권은 2017년 이후 두 번의 큰 선거에서 압승했다. 2018년 지방선거는 2017년 대선 직후 치러진 선거이기도 했고, 정권 지지율이 높을 때 치러졌던 선거였다. 어느 정도 결과가 예견됐다. 2020년 총선은 달랐다. 국민의힘 전신인 당시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정권심판론을 들고 나왔지만 대패했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2018년 지방선거 후 일각에서 나온 평가처럼 대한민국 주류 교체, 유권자 변화라는 기저에서 변화가 원인이었을까. 그런데 올해 4월 7일 치러진 보궐선거 결과나 현재 20대 대선을 앞두고 나오는 여러 지표는 386세대 중심의 진보세대 동맹이 한국사회 주류가 됐다고 판단하기는 이른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총선 결과를 복기해보면 핵심적인 변수는 코로나19 방역이었다. 당시 황교안 대표가 이끄는 자유한국당은 ‘우한 코로나’라는 말까지 일부러 쓰며 문재인 정부 초기 방역실패를 총선 쟁점으로 부각하고자 했지만 결과는 방역의 정치화에 대한 심판 표심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보궐 직후 박신용철 더 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결국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정부대처’가 여권의 압도적 승리로 이끈 요인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내년 대선은? 코로나19에 대한 대처는 여전히 핵심변수가 될 수 있을까. 청와대 인사들이 거론한 임기 말 국정목표는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성공적 대처와 함께 하나 더한다면 종전선언”이라고 말한다. 다시 박신용철 위원에게 물었다. “코로나19는 이미 변수가 아닌 상수가 돼버렸기 때문에 눈에 잘 안 띌 수는 있다. 효과는 세대별로 다를 것이다. 중장년 이상은 사실 국가동원체제에 익숙한 문화나 환경에서 자란 세대다. 대한민국의 중장년 세대가 공동체를 앞세운 세대라면 현재의 2030세대는 다르다. 국가·공동체보다는 개인의 자유가 더 중요한, 유럽식 마인드가 강한 세대다. 코로나19가 발생한 것이 정부 때문은 아니지만 감염병 국면이 2년 넘어 3년차가 되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목소리가 임계점을 넘어 터져나올 수 있다.” 그동안 ‘K방역’ 등으로 브랜드해온 코로나19 방역이 상황이 악화될 경우 지난 총선과 달리 대선에서는 심각한 악재로 떠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딜레마의 핵심은 방역 문제가 아니라 재난지원금 문제”라며 “지금에 와서 따져보면 코로나19를 핑계로 총선 직전에 돈을 푼 것은 맞다. 현 야권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코로나19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다 망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상대적으로 높은 대통령 지지율도 부동산 민심이나 코로나19 방역 대응에 대한 평가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 “대통령 임기를 마친 후에서야 평가가 되겠지만 대통령의 지지율이 꾸준히 나오니 민심의 경고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여론조사의 딜레마다. 방역상황이 악화되는데 대통령이나 후보자들이 보이지 않고 김부겸 총리와 정은경 질병청장만 나타나고 있다. 소신 있는 지도자라면 대통령이나 후보가 본인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을 각오하더라도 직접 나서서 ‘부스터샷을 맞으셔야 한다’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코로나 대응결과,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코로나19 방역상황 악화는 역설적으로 후보자들에게는 자신의 코로나19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당장 이재명 후보의 경우 자신의 도정경험을 바탕으로 ‘지역화폐와 결합한 기본소득 모델’을 설파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당 경선을 거쳐 후보로 선출된 후 기본소득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이재명 후보의 경우 5년 동안 내부에서 나름대로 준비해왔을 것이고 대표정책은 추정컨대 기본소득, 기본주택으로 이어지는 기본시리즈였을 것”이라며 “경선을 거치면서 다른 후보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등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으니 당에서도 기본소득을 전면적으로 내세울 수도 없고 거둘 수도 없는, 스텝이 꼬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반적인 구도 자체만 놓고 보면 5년 전 40대 후반 세대가 50대에 편입되면서 50대 우경화 현상이 약화한 것을 빼놓고는 전반적으로 여권보다 야권이 유리한 구도”라면서 “특히 2030세대의 경우 이재명·문재인에 대한 안티정서가 강한데, 이재명 후보의 경우 그동안 문제됐던 이남자·삼남자만 아니라 그동안 정부여당을 강고하게 지탱해온 2030여성의 지지를 못 받고 있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의 경우 부인 및 처가리스크 이외에도 ‘공부가 덜 돼 있고 대한민국 어젠다에 대한 학습도 안 된 자질 문제’가 제기되지만 구도 자체가 야권에 유리하게 형성돼 있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여야 유력대선주자들이 인물이나 비전, 리더십, 도덕성에서 문재인 대통령보다 우월한 사람들이 출마한 상황이라면 문재인 대통령과 현 대선후보 비교를 통해 미래권력으로 중심이 이동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여야 모두 어디서 어떤 뇌관이 터질지 모르는 ‘후보리스크’가 상당한 상황이다. 따지고 보면 후보자인 이재명·윤석열이 딜레마에 빠진 것이 아니다. 유권자로서 국민이 누구를 선택하는 것이 나을지 시험에 들게 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딜레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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