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는 미온적 반응이었던 반면 기니엔 ‘반대’ 외쳐
올해 각국에서 벌어진 쿠데타에 가장 딜레마에 빠진 국가는 중국이었다. 미얀마 군부쿠데타에는 미온적이었던 반면 아프리카 기니의 쿠데타에는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어떤 기준이 중국에게 작용한 걸까. 중국은 올해 초 일어난 미얀마 쿠데타에 대해서는 ‘내정 불간섭’ 자세를 취했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취한 미얀마 쿠데타 반대 입장과 많이 다른 태도였다. 미얀마 군부를 비판하기는커녕 쿠데타는 미얀마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방관하면서 유엔 상임이사회까지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중국은 얼마 전부터 미얀마에서 희토류를 들여오고 있다. 희토류는 전기차 배터리, 스텔스기 등 생산에 들어가는 원자재인 만큼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핵심적 자원이다. 중국과 미얀마 간 국경교역은 쿠데타 이후 코로나19 확산으로 6개월 넘게 문이 닫혔다. 하지만 중국 내 희토류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자 지난가을부터 소리소문없이 미얀마와 중국의 국경에서는 희토류 교역 재개가 이뤄졌다. 이는 미얀마 군부와 중국의 협력이 없이는 이뤄지기 힘든 일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얀마 군부에 미온적인 이유가 희토류 때문 아니냐라는 성토가 나오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1월 29일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장관급 회의 개막식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얀마·기니에 대한 반응 ‘극과 극’
반면 기니의 쿠데타에 중국은 전혀 다른 입장을 취했다. 기니는 알루미늄 원료인 보크사이트 매장량이 세계 1위인 국가다. 그밖에도 철광석, 금, 다이아몬드 등이 매장된 자원 부국이다. 중국은 자원 부국 기니의 자원 개발에 많은 투자를 했다. 2009년부터 중국은 기니에 석유, 우라늄, 철광석 등 70억달러 규모의 자원 개발 투자를 하는 등 2012년까지 총 1000억달러를 투자했다. 2016년 중국은 기니와 수도 코나크리의 항만을 현대적으로 확충하는 7억74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기니의 자원을 중국이 수입하려면 기니 항만이 필수였다. 인프라가 부족한 기니에서 중국은 자원 수입과 함께 항만 개발이라는 종합적인 수입 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중국이 이처럼 공을 들인 정부는 쿠데타 이전 정부인 알파 콩데 대통령 정부였다. 각종 계약서는 이전 정부랑 체결됐다. 기니 쿠데타는 중국이 공을 들여 체결한 계약서를 휴짓조각으로 만들었다.
이에 평소 ‘내정 불간섭’을 외치던 중국이 돌변했다. 기니 쿠데타가 일어난 다음 날인 9월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례적으로 “중국은 쿠데타를 통한 정권 탈취를 반대하며 알파 콩데 기니 대통령을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얀마와는 전혀 다른 중국의 대처에 세계는 의아해했다. 중국이 기니에 투자한 가장 큰 사업은 시만두광산 개발이다. 철광석 24억t 이상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 최대 미개발 고품질 철광석 광산이다. 당초 중국은 2025년까지 이 광산에서 확보할 철광석은 전체 수입 철광석의 2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보크사이트 수입 물량 중 절반 가까이가 기니산으로 5270만t에 달한다. 만약 이번 쿠데타로 보크사이트 수급에 문제가 생긴다면 중국은 손해가 막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쿠데타 세력은 중국보다 프랑스와 친분이 많으며 반중 감정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쿠데타 세력을 이끄는 마마디 둔부야 대령은 프랑스에서 교육받은 군인으로 중국에서 교육을 받는 여타 기니 장교들과는 다른 행보를 걸어왔다.
기니 여론도 중국편이 아니다. 앞서 중국이 시만두광산 채굴권을 가져간 것에 대해 기니 국민은 불만이 많았다. 3선에 무리하게 도전한 콩데 대통령이 친중국 정부라는 평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니에서 활동하는 구호단체의 한 관계자는 “국민은 콩데 정부가 중국과 부정부패로 잘 맞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쿠데타 세력은 이런 국민감정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반중 노선으로 민심을 달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8년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은 쿠데타 정권 탈취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내지 않을 수 없었다. 미얀마 유력지의 전직 기자는 “중국은 미얀마 쿠데타는 인정하고 기니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자국의 이익에 따라 쿠데타가 인정된다면 중국의 민주주의 가치는 지하자원 매장량 확보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으로, 이는 중국이 전혀 민주주의를 모르는 나라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정세 판단 어려워 딜레마
두 나라의 쿠데타에 대처하는 각기 다른 중국 태도는 그동안 공들여온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원자재 채굴에서 도로 등 인프라 건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문제는 이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아프리카 상당수의 국가의 정국이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은 이런 나라들의 군부에 공을 들여왔다. 군인들을 중국에 유학시켜 친중국 세력으로 만들기도 하고, 각종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빈틈을 보여준 것이 이번 기니의 쿠데타였다. 또 아프리카에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반중국 정서도 중국의 고민거리다.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하면서 부패한 아프리카의 정권과 친분을 쌓은 것이 중국에 대한 민심 악화로 돌아오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부정부패한 정권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고 각종 사업권을 따내는 것이 가장 쉬운 자원 확보 수단이다. 하지만 정권이 쿠데타로 바뀌는 것까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또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하자 다른 극단적인 아프리카의 이슬람 테러조직들도 이에 환호하면서 쿠데타에 합류할 기미를 보여 정세 판단을 더 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 같은 아프리카의 불안한 정세는 대아프리카 진출을 꿈꾸는 중국에 많은 딜레마를 주고 있다. 중국이 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해 쿠데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이득에 따라 쿠데타를 판단한다는 말이다.
<김영미 다큐엔드뉴스코리아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