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발 쿠데타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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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아이티 등서 실패… 내년에도 여러 국가 발생 가능성 커

쿠데타를 한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1월 25일 키르기스스탄에서 쿠데타 음모에 가담했던 15명이 체포됐다. 키르기스스탄 보안국에 따르면 체포된 이들은 일부 국회의원과 전직 관리들이었다. 원래 이들이 체포된 그 주말에 키르기스스탄 선거가 예정돼 있었다. 체포된 이들은 투표 결과에 반대하는 공격적인 성향의 청년 1000명을 모집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키르기스스탄은 2005년 2월 27일부터 4월 11일까지 발생한 일명 ‘튤립 혁명’으로 중앙아시아에서 민주화가 제일 먼저 이뤄진 나라다. 이번 쿠데타 음모는 튤립 혁명 이후의 키르기스스탄의 혼란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지난해 10월 총선에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당이 승리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정부가 선거에 행정력을 동원하고 유권자들을 매수했다며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여기에는 10여개 야당 지지자들이 참여했고 경찰은 물대포, 최루탄을 쏘며 격렬한 진압에 나섰다. 당시 대통령 반대 세력은 이번에도 부정선거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하에 사전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무장 괴한에게 암살당한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의 자택 주위에서 경찰이 순찰을 돌고 있다. / AP연합뉴스

무장 괴한에게 암살당한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의 자택 주위에서 경찰이 순찰을 돌고 있다. / AP연합뉴스

중남미 섬나라 아이티에서도 대통령의 임기만료를 앞둔 지난 2월 쿠데타 모의세력이 적발됐다. 록펠러 빈센트 법무장관은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면서 현직 대법관과 경찰 고위간부 등을 포함해 2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아이티는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2018년부터 격렬하게 일어났다. 이 사태의 촉발점은 ‘대통령 임기’였다. 아이티의 전임 대통령인 조슬레름 프리베르는 지난 2016년 2월 7일 임기가 만료됐다. 그뒤 모이즈 대통령은 대선 부정 시비 속에서 재선거를 거쳐 간신히 2017년 2월 7일 취임했다. 부정선거 시시비비 가리는데 꼬박 1년이 걸렸고, 그사이 대통령직은 공석이었다. 야당에서는 전임자 퇴임부터 시시비비 가리던 1년을 더한 대통령 임기 2021년 2월 7일까지가 대통령 임기 종료라고 주장했다. 반면 모이즈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 시부터 5년 뒤인 2022년 2월 7일까지가 임기라고 반박했다.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자 이 문제는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당시 아이티 사법위원회는 모이즈 대통령의 임기가 2021년 2월 7일 끝났다는 해석을 내놓으며 야당의 손을 들어줬다. 논란이 정리되나 싶었는데 미국 정부가 모이즈의 임기는 2022년까지라는 해석을 내놨다. 이 같은 상황에서 헌법재판관을 포함 야당 인사들이 쿠데타 혐의로 집에서 체포된 것이다. 아이티 정국은 그야말로 혼란의 도가니에 빠졌다. 그러던 와중에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쿠데타 모의세력 적발이 있었다. 지난 11월 30일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러시아가 현재 ‘친서방’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쿠데타를 모의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대중 봉기와 쿠데타를 일으키기 위해 정치적 반대파에 영향을 미치려는 ‘외부세력’의 활동을 포착하고, 특별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러시아는 늘 위험한 존재며 이번 쿠데타 시도도 러시아가 뒤에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올해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니제르에서도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 이처럼 올해 유독 쿠데타 시도가 많았던 것을 두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쿠데타가 바로 감염병”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도 악화된 경제 상태와 진정되지 않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아프리카와 중남미 여러 국가에서 쿠데타 가능성이 커보인다.

<김영미 다큐엔드뉴스코리아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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