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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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답게 살 권리’를 외치다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향기, 은영, 섬나리 지음·호밀밭·1만4000원

[신간]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 外

인간의 선택을 받은 소수의 동물은 가족이 돼 사랑과 보살핌을 받는다. 하지만 절대다수의 동물은 공장에서 태어나 길러진 후 깨끗이 잘린 고기가 돼 식탁에 오른다. 2019년 한해 동안 닭 721억마리, 소 3억2400만마리, 돼지 13억4800만마리가 죽었다. ‘새벽이’ 역시 동물권 단체 ‘직접행동DxE’에 구조되지 않았다면 대량학살의 운명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새벽이는 2019년 7월 경기도의 한 돼지농장에서 태어났고, 저자들은 아기 새벽이를 ‘훔쳤다’. 그리고 돼지답게 살 수 있는 100평 남짓의 공간을 마련해 국내 최초이자 아직 유일한 축산동물의 피난처 ‘새벽이생추어리’를 만들었다. 진흙목욕을 즐기고, 감자전을 좋아하는 새벽이는 뒤이어 구조된 잔디와 함께 산다. 생추어리는 낭만적인 곳이 아니다. 그저 돼지가 죽음을 피해 본성대로 살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동물이 온전한 모습 그대로 인간과 만나 대등하게 관계를 맺는 곳이다. 이 책은 동물권 활동가인 저자들이 새벽이를 구출해 생추어리를 만들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살리는 것이 불법이고, 죽이는 것이 합법”인 모순된 세상을 헤쳐나가는 활동가들의 이야기도 담겼다. 저자들이 주장하는 동물해방을 위한 직접 행동은 축산 공장의 울타리를 넘어가 철창 안의 동물을 철창 바깥으로 데리고 나오는 행위다. 세상이 절도라고 부르는 행동이다. 하지만 이런 행위가 없다면 그 어떤 축산동물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구조 행위이기도 하다. 생존자 새벽이는 살아남지 못한 수많은 동물의 존재를 깨닫게 하는 증인이다. 저자들은 그 증언에 귀 기울인다면 우리가 “도살장 한가운데 서 있음을, 학살의 한복판에, 무덤 앞에 서 있음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동물이 행복한 세상에서 인간도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세상 모든 것이 과학이야! | 신방실, 목정민 지음·북트리거·1만3800원

[신간]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 外

비행기와 연필, 달, 냉동인간 등 우리 주변의 익숙한 소재와 사례로 과학을 이야기한다. 과학으로 세상을 읽는 법을 알려준다. 자연현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한편, 중학교 수준의 교과 지식을 자연스레 익힐 수 있다.

▲들어 봐, 우릴 위해 만든 노래야 | 이환희,이지음 지음·북후마니타스·1만8000원

[신간]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 外

지난해 세상을 떠난 이환희 출판편집자와 반려인 이지은 출판 편집자의 에세이다. 이환희가 생을 마감한 후 이지은은 그가 남긴 글 조각을 긁어모아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담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를 부정하기보다 되레 깊이 알고자 하는 애도로서의 글쓰기다.

▲결국엔 살아남는 브랜드 마케팅의 힘 | 조세현 지음·밥북·1만8000원

[신간]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 外

브랜드 마케팅의 개념을 바로 알게 하는 이론서이자 브랜드 마케팅 성공 사례를 담은 이야기책이다. 삼성과 애플, 샤넬과 에르메스를 비롯한 국내외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와 장수 브랜드의 마케팅 비법과 에피소드를 다룬다. 재미와 지식을 동시에 잡는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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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