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드러낸 유럽인의 민낯
<오래된 유럽>김진경 지음·메디치미디어·1만8000원
우리에게 유럽은 배우고 따라야 할 모델이었다. 유럽인 스스로도 ‘좋은 유럽인’이라는 표현을 썼다.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수호하고 국가와 민족을 초월해 함께 연대할 때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유럽인을 뜻한다. 코로나19는 유럽에 대한 동경을 깨뜨렸다. 팬데믹 초기 유럽은 허둥댔다. 확진자가 폭증하는데 방역당국은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다고 발표하는 등 비일관된 조치로 혼란을 키웠고, 시민은 개인의 자유를 이유로 방역조치에 협조하지 않았다. 바이러스가 5G 통신망으로 퍼지고 있다는 등 가짜뉴스도 횡행했다. 한국에서 기자로 일하다 스페인 사람과 결혼해 스위스로 이주한 저자가 수년간 유럽을 지켜보면서 내린 결론은 “좋은 유럽인은 죽었다”이다. 저자는 코로나19로 드러난 유럽 세계의 민낯을 여러 사례로 소개한다. 유럽은 인종차별 문제에서 스스로 미국보다 낫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유효하지 않다. 스위스의 한 흑인 이주 남성은 경찰 체포 과정에서 질식사했는데 2년 동안 주목받지 못하다 미국의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커지면서야 수면 위로 올랐다. 팬데믹 초기 아시아인을 향한 공격도 잇달았다. 자유를 내세우며 마스크와 백신을 거부하지만 취약층의 감염 위험을 키우는 연대 의식의 부재를 보여줄 따름이다. 이상적으로 소개되는 유럽 교육의 허상도 드러낸다. 유럽의 교육 역시 경쟁과 차별이 있고, 소득수준에 따라 상위 학교 진학률이 달라진다. 저자는 유럽과 아시아가 서로를 천편일률적이고 편견에 가득찬 시선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요한 것은 우열을 비교하기보다 각자가 처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편견 없이 배우려는 자세이다. 저자는 다문화 사회로 이행하면서 유럽이 거친 시행착오를 한국이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성장 이후의 삶 | 케이트 소퍼 지음·안종희 옮김·한문화·1만4000원
기후위기는 우리에게 삶의 태도와 소비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경제 성장이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신화를 깨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더 적게 소비하면서 더 많은 삶의 여유와 즐거움을 누리는 ‘대안적 쾌락주의’를 권한다.
▲물이 몰려온다 | 제프 구델 지음·박중서 옮김·북트리거·2만1000원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 한국도 2100년 최대 1.1m의 상승이 예상된다. 미국 언론인인 저자는 베네치아, 뉴욕, 라고스 등을 찾아 해수면 상승이 가져올 환경적·정치경제적 쟁점을 짚어 본다. 그러면서 기술적 해결책을 지나치게 낙관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우아한 우주 |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지음·심채경 옮김·프시케의숲·1만5800원
간결한 글에 재치 있는 그림을 곁들인 과학 에세이다. 천문, 물리, 생물학 등을 동원해 시간의 불가역성과 진화 등 다양한 과학 법칙을 소개한다. 우리 몸의 모든 원소가 별의 잔해에서 왔다는 걸 깨달으면 밤하늘의 별을 우리와 더 가까운 존재로 느끼게 된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