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조심’이라는 팻말은 더 이상 붙어 있지 않았습니다. 드나드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코바나컨텐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회사죠. 부부가 사는 아크로비스타 상가건물 지하 B125호에 있습니다. 입구 옆 벽면에는 그동안 이 회사가 주최한 전시회 작가들을 설명하는 문구들이 타이포그래피로 장식이 돼 있었습니다. 논란이 됐던 ‘개 사과’ 인스타그램 사진이 찍힌 장소이기도 합니다. 혹자는 의혹투성이 서초동 캠프의 거점이라고도 부르고요.
국민의힘 경선 당시 이른바 윤석열 손바닥 왕(王)자 논란에 대한 해명과 관련, 아파트 입구에 대기하고 있던 할머니들이 써줬다는 해명이 얼마나 가능한지 역시 간 김에 검증해봤습니다. 윤석열 후보 부부가 사는 아파트의 출입구는 별도 건물에 있습니다. 다만 윤 후보의 동선이 코바나컨텐츠가 입주해 있는 상가동을 통해 올라간다면 일반 주민들과 마주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겠더군요.
본·부·장 리스크, 다시 말해 본인과 부인, 장모의 행적과 관련된 의혹이라는 신조어를 저희는 안쪽의 ‘표지 이야기’ 기사에서만 사용했는데 다른 매체에선 아예 표지 제목으로 등극시켜놓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결과적으로 이 ‘리스크들’이 크리티컬하게 작동하느냐의 문제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해(2020년) 하반기, 검찰총장 윤석열 시절부터 검증기사를 써왔습니다. 이번 국민의힘 경선과정에서 뒤늦게 논란이 됐지만 이른바 천공스승 의혹도 지난 4월 그가 검찰총장을 사퇴한 직후에 검증해 기사로 쓴 바 있습니다. 지난 7월에는 단순 스폰서 관계를 넘어서는 뭔가 집안 사이의 석연치 않은 관계를 보여주는 강원도 동해시의 전기공사업자 황 사장 가족과의 관계를 검증하는 기사를 썼습니다.
한편으로, 후보자질과 관련한 심각한 문제점이 노출돼도 1~2주 몇% 정도 지지율이 빠진 뒤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 ‘검증이라는 게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시견(watch dog)으로서 언론의 역할은 충실히 해야 한다고 다잡곤 합니다. 두 전직 대통령이 결국 임기를 마치고 감옥에 가게 된 데는 그분들의 임기 시작 전이나 임기 중 언론이 감시견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못 한 탓도 있을 테니까요.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서초동을 떠났습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