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마지막으로 공개 코미디 방송을 본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학창시절만 해도 주말이면 반드시 챙겨봤는데 특별한 계기도 없이 일상에서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취재를 위해 기억을 되살리다 보니 뜬금없이 공개 코미디 방송을 둘러싼 논란만 기억이 났습니다. ‘정치적으로 편향되고, 사회적 혐오를 조장하는 코미디 방송이 이대로 괜찮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웃음을 줘야 할 코미디가 되레 시청자를 화나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취재하며 알게 된 공개 코미디의 현실은 ‘몰락’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시청자가 TV로 볼 수 있는 공개 코미디 방송은 취재 당시 딱 1개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몇몇 유명한 희극인들은 예능 방송을 하며 활동을 이어나갔지만, 대다수는 다른 방송에 출연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고, 이들 중 일부만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유튜버’로의 변신이었습니다.
취재를 시작하며, 유튜브에 있는 코미디 방송부터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방송 중에는 제가 즐겨보는 채널도 있었습니다. 해당 채널에 나오는 유튜버들이 방송사 공채 출신이었다는 것만 몰랐을 뿐이었습니다. 그제야 ‘어쩌면 TV가 이들의 능력을 다 담아내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미가 없어 몰락했다는 코미디가 유튜브로 자리만 옮기니 약 150만명의 구독자를 모은 채널로 성장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TV와 유튜브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궁금해졌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유튜브 속 희극인들은 웃음을 주기 위해 활용하는 소재에 성역을 두지 않았습니다. 정치, 성, 종교 등 우리 사회에서 대놓고 말하기 꺼리는 것들이 모두 웃음에 활용됐습니다. 그런데 사실, 유튜브에서 다루는 이들 소재 중에는 몇년 전만 해도 TV 방송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었던 것들도 많았습니다. 이를 두고 취재 중 만난 한 희극인은 “옛날에는 TV에서 시커먼 분장을 하거나 남자가 여장하고 나와 웃음을 유발했는데 요즘은 그렇게 하면 인종차별, 외모 비하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TV에서 사라진 공개 코미디를 단순히 재미없는 방송의 몰락 정도로 치부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웃음에도 성역을 두는 것이 맞다면, 이들 소재가 왜 그렇게 유튜브에서 인기를 누리는지도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