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갑질방지법’은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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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말 세계최초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을 통해 ‘인앱(In-app)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법안(일명 구글갑질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9월 14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그간 구글과 애플이 모바일 운영체제와 앱 마켓 시장을 독점함에 따라 여러 문제가 제기돼왔다.

지난 10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경훈 구글코리아 대표이사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10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경훈 구글코리아 대표이사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앱 마켓에서 벌어지는 주된 불공정 행위를 살펴보면, 앱 마켓 사업자가 자사 앱 마켓을 통해 앱을 배포하는 조건으로 앱 개발자에게 자사의 앱내 결제시스템 이용을 강제하는 행위, 자사 앱 마켓에서의 판매가격 및 판매조건을 다른 앱 마켓보다 더 유리하게 설정하도록 요구하는 행위, 자사 앱이나 파트너 앱을 우대하기 위해 초기화면이나 검색결과 상위에 노출하는 등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행위 등이 있다.

이런 문제점 중에서 최근 크게 이슈화된 것은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이다. 애플은 처음부터 모든 앱에서 인앱결제를 강제해왔다. 반면 구글은 지금까지 게임에만 인앱결제를 강제해왔는데, 올해 10월부터 모든 앱에서 인앱결제를 강제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법안이 통과되자 카카오, 네이버, 엔씨소프트, NHN 등을 회원사로 둔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이번 법안 통과로 창작자와 개발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이용자가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정한 앱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법안 통과 후 구글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며 법안을 준수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애플은 법안 통과 전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번 개정안은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경로로 상품을 구매한 이용자들을 사기 위험에 노출시키고 개인정보보호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라면서 반발한 바 있다.

법안이 9월부터 시행됐지만, 구체적인 법 집행을 위해 필요한 시행령 등 하위법령 정비와 실태점검 등에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구글과 애플은 10월 말까지도 구체적인 법안 준수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앱 개발사들도 구글과 애플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에 따르면 우회결제시스템을 준비 중인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구글갑질방지법은 거대 플랫폼 기업의 여러 불공정 행위 중 인앱결제 부분만 규제했을 뿐이다. 계속 독점 폐해가 커짐에 따라 앞으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앱 개발사들은 현재 30%라는 높은 앱 마켓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데, 이것이 적정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이어져왔다. 제대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 독점시장에서는 합리적인 수수료를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이에 대한 추가적인 규제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정부의 규제 강화와 이를 피하려는 플랫폼 기업의 대응이 길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규제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규제로 얻는 이점보다 규제의 부작용이 클 때도 있으며, 심지어 시장 왜곡을 가져오기도 한다.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고려해 규제도 신중하고 규제 완화도 신중해야 한다. 세계최초로 시행된 구글갑질금지법이 과연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함께 지켜보자.

<류한석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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