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이터널스(The Eternals)
제작연도 2021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56분
장르 SF, 액션, 드라마
감독 클로이 자오
출연 젬마 찬, 리처드 매든, 앤젤리나 졸리, 셀마 헤이엑, 마동석
개봉 2021년 11월 3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2019년 봄,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기록한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이어 9월 개봉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을 끝으로 소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페이즈 3’가 막을 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일이 미뤄지면서 페이즈 4의 시작도 늦어졌는데, 드디어 올여름 개봉한 <블랙 위도우>를 시발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 이어 이번 <이터널스>가 공개되면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확장은 본격적인 가속을 밟고 있다.
기존 ‘마블’ 영화가 구축한 인기와 관객들의 선호를 잃지 않으면서도 이전과 차별된 오락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작사 마블 스튜디오의 부담은 페이즈 4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이런 고심은 결국 작품에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서는 깊이를 부여해보자는 결론에 도달한 듯하고, 과감하게도 소위 작가주의 독립영화 감독으로 평가받는 인물들을 연출에 등용함으로써 새로운 도전은 가시화됐다.
평가는 아직 진행 중이다. 이미 2편의 영화가 개봉했지만 어중간한 평가가 지배적이고 이번에 공개된 <이터널스> 또한 시사회를 통해 흘러나온 평가들이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진정 흥행과 작품성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것은 욕심일까? <이터널스>의 개봉 이후 대중의 평가를 기다리며 침이 마르는 것은 비단 마블 스튜디오의 수장인 ‘케빈 파이기’만은 아닐 것이다.
슈퍼영웅의 옷을 입은 고대신화
우주 만물의 창조와 흥망성쇠를 관장하는 셀레스티얼족의 ‘아리솀’은 10명의 ‘이터널스’를 각성시켜 초기 지구로 보내 포식자 ‘데비안츠’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라는 사명을 부여한다. 그들은 인간의 순수한 모습에 감동하며 문명의 진화에도 관여하지만 어느 날 홀연 모습을 감춘다. 그리고 수천년이 지나 인간들 속에 섞여 정체를 숨긴 채 살아가고 있던 그들은 다시 모습을 드러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인다.
장장 3시간에 육박하는 영화는 슈퍼영웅의 옷을 입은 고대신화처럼 보인다. 주인공들이 단순한 초인의 경지를 넘어서는 신격화 인물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지만 7000년을 넘나드는 시간적 설정이나 지구를 넘어 범우주를 아우르는 공간적 배경까지 이제까지 봐왔던 이야기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를 보여준다. 애당초 이렇게 거대한 세계관과 다수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한편의 오락물 안에 담아내겠다는 포부 자체가 꿈같은 기획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 마블 영화로 익숙했던 재미를 기대하는 관객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작품이 될 수도 있겠다. 일단 전작들에 비교해 액션의 규모나 짜임새가 상당히 나약해보임은 부정할 수 없다. 또 워낙 광범위한 시간적 배경과 인물들의 관계를 그려내다 보니 수시로 등장하는 회상장면이나 단절된 이야기들의 구성이 산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선입견이나 생경함을 극복하고 나면 이제껏 봐왔던 어떤 슈퍼영웅물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독특한 여운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볼 것’보다는 ‘생각할 것’에 방점이 찍힌 작품이다.
클로이 자오와 마동석의 존재감
연출을 맡은 클로이 자오는 중국계 여류감독으로 전작 <노매드랜드>로 올해 상반기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한 다수의 영화제 수상으로 선풍을 일으킨 인물이다. 그래서 혹자는 이 작품을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라기보다 연출을 맡은 클로이 자오의 작품이라고 단언한다. 일리 있는 단정이기도 하지만 엄밀히는 정체성 그대로 ‘새로운’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로 인정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영화 속에는 오리지널 스코어 외에도 다수의 명곡이 상당히 등장하는데 이중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타임(Time)’은 유난히 강렬하게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귀에 익숙한 전주는 반갑지만, 이야기의 전개에 비춰 너무 정직한 가사와 멜로디가 노골적이다 못해 촌스럽게까지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음악의 등장에 느끼는 감정의 호불호란 영화 전체에 대한 평가와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국내 관객들에게는 ‘길가메시’ 역을 맡은 마동석의 출연이 가장 큰 기대요소일 것이다. 다행히 그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상으로도 중요한 역할이다. 적어도 이 부분에서만큼은 실망하진 않을 것 같다. 본편 이후 2개의 쿠키영상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침체했던 문화계가 이달부터 시행 중인 거리 두기 개편으로 인해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극장도 심야상영이 가능해졌고, 백신 접종자에 한해 음식섭취가 가능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의 시점에 때맞춰 공개되는 할리우드 대작 <이터널스>는 회복과 성장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공산이 크다.
이런 기대를 반영하듯 홍보사는 한동안 보지 못했던 대규모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단지의 형태와 스케일은 이전에 볼 수 없는 역대급이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영화 홍보물이라 할 수 있는 전단지는 다양한 크기와 독특한 모양으로 작품의 분위기를 전달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B5 사이즈에 낱장인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처럼 온라인 광고가 없던 시절엔 골목 어귀마다 나붙던 포스터나 신문, 잡지 광고와 더불어 영화의 개봉을 알리는 가장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인쇄광고의 하나였다. 근래에는 A4 사이즈의 낱장인 형태가 기본으로 굳어진 모양새다.
<이터널스>는 개봉 한달 전에 투명 플라스틱 재질로 제작된 특수형태의 투명 전단지를 뿌리며 관련 이벤트를 진행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개봉 임박해서는 2단으로 접히는 A4 접이전단을 배포했는데, 펼치면 A2 사이즈로 영화 속 주인공 중 한 인물의 포스터가 된다. 이러한 형태가 과거에도 있었다고 기억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독보적인 점은 <이터널스>의 주인공이 총 10명이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각각의 다른 인물이 개별적으로 인쇄된
10종류의 전단이 만들어졌다는 것. 앞서 말한 투명 전단지와 보편적인 A4 낱장 전단까지 더하면 총 12종류의 전단이 존재하는데, 이는 한국 영화사에 전무후무한 대규모 전단 홍보 기록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