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앱’이라는 디지털 마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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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서 울리는 알람이 하루평균 63개인 시대. 기술에 의존할수록 우리의 집중력은 더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기술의 편리함을 향유하면서도 알지 못하는 조울감에 마음은 더더욱 병들어가는 요즘이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우울감을 증폭시켰다. 원격근무가 일상화하고, 지인들과의 대면 접촉은 줄어들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성은 조금씩 무너져 내렸다. 줌, 구글미트와 같은 편리한 비대면 화상대화 도구들이 대면 관계의 완벽한 대체품이 되진 못했다. 2020년 이래 오픈(Open), 캄(Calm), 헤드스페이스와 같은 디지털 마음챙김앱들이 붐을 이룬 배경이다. 이 앱들은 기존 피트니스 시장을 대체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일례로 명상앱 캄은 지난해 12월 무려 2조원의 기업가치로 8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미국의 명상앱 헤드스페이스도 이미 유니콘의 반열에 올랐다.

디지털 마음챙김 산업의 확장을 ‘무드 경제(Mood Economy)’의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있다. 무드 경제는 고통과 이에 대한 해결을 치료 논리로 환원하면서 경제적 부를 키워가는 경제 형태다. 새로운 산업의 조류를 대변하는 세련된 조어지만 한편으로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심리치료로 넘어설 수 있다는 자유주의적 관점을 고착화한다. <마음챙김의 배신>(McMindfullness·맥도날드+마음챙김)의 저자 로널드 퍼서는 “마음챙김 수행은 무엇이 부당하고 문화적으로 유독한지, 또 환경적으로 파괴적일 수 있는지에 대한 비판이나 토론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자칫 ‘사회적 마취제’로서 작동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마음챙김의 행위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를 눈감게 하고 그것의 효과를 과장하는 마음챙김 기술산업이 잔인하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디지털 마음챙김 도구들의 인기는 현대인들의 기술 의존성이 빚어낸 회색빛 문화 현상을 상징하기도 한다. 중독과 몰입을 부추기는 알고리즘은 기술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붙잡는다. 더 많은 시청시간을, 더 빈번한 관여를 부추긴다. 하지만 그것이 초래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은 상업적 이해에 가려 뒷전으로 밀려난다. 정작 중독을 일으키는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플랫폼 기업들은 사내 마음챙김 프로그램을 개발해 직원들의 건강을 지원한다. 이것이 마음챙김의 역설이다.

기술이 벌여놓은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면서 조 단위 산업으로 성장해가는 마음챙김앱들을 보면 씁쓸한 뒷맛을 경험하게 된다. 구조를 바라보는 감각의 거세를 통해 자칫 현대인의 비판의식을 앗아가는 건 아닌지 두려움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당장 살아야겠기에 그것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팬데믹이 잠잠해지면 그 인기도 일부 줄어들 것이다. 빅테크를 향한 규제들이 현실화하면 거품이 꺼지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손안의 기술에 집착해온 10여년 우리의 습관과 관성이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메타버스가 또 다른 치료제가 될 것이라는 건 착각일 뿐이다. 어쩌면 마음챙김앱과 같은 디지털 마취제들의 번성을 가져올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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