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의 한식’ 화제의 가게들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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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국밥, 뉴욕 통닭, 네덜란드 꿩만두, 핀란드 수육덮밥, 이탈리아 칼국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국제적 성공 덕분일까. 10월 하순 ‘세계 속의 한식’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이다. 사진을 보면 실제 영국 런던에 있는 국밥집이나 미국 뉴욕에 있는 통닭가게 사진이 아니다. 한국 자영업 식당 간판을 찍은 사진들이다. 저 가게들은 도대체 왜 저런 이름을 지은 것일까.

루리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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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원을 추적해보면 4~5년 전부터 돌던 사진들이다.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우선 런던 국밥. 전화했지만 받는 사람이 없다. 부산 사하구 하단동에 있던 가게다. 인터넷에 올라온 방문기들을 보면 의외로 평범한 국밥 맛이었던 모양이다. ‘이었던’이라고 과거형을 쓴 이유는 현재 사진 속 자리엔 초밥체인점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찾아보면 이 가게를 운영했던 남매(부부가 아니라 남매라고 한다)가 개설한 인스타그램이 나온다. “‘국내산’ 생고기만 사용해 100% 사골로 밤새 정성껏 끓였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인스타그램의 마지막 업데이트는 2016년 3월 5일에서 멈춰 있다. 초밥가게를 운영하는 체인점 본사 측은 자신들이 그 자리에서 영업을 시작한 것이 2016년 7월경이라고 밝혔다. 그러니까 그해 봄 정도에 사라진 가게다.

네덜란드 꿩만두? 역시 찾아보면 강원도 횡성지역 맛집으로 등극해 있다. 사진 속 간판은 꽤 오래된 듯하지만 지금은 영업시설을 더 확장했다. 왜 네덜란드가 붙어 있는지는 이곳을 탐방한 한 유튜버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인근에 6·25전쟁 네덜란드 참전기념비가 있다.

대전시 서구 월평동에 자리 잡은 핀란드 수육덮밥은 인터넷에서는 이미 네임드다. 여러 유튜버가 찾아가 “도대체 왜 핀란드냐”, “수육덮밥은 왜 안 파는지” 물었다. ‘핀란드’는 점주 정찬영씨(45)가 TV 프로그램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보고 세계에서 가장 청정국가 이미지에서 따온 것이고, ‘수육덮밥’은 초창기에는 있었는데 너무 맛이 없어 접은 메뉴다. 원래 간판에 있었던 핀란드 국기는 색이 뒤집혀 있어서 내렸고, 현재 돈가스, 잡채밥, 쌀국수를 메인 간판 자리에 써놓고 운영하고 있다.

궁금한 점은 위 가게들의 공통점이 이름을 지을 때 지역명+보통명사의 형식으로 돼 있다는 것이다. 이 코너에서도 다룬 남산돈가스 분쟁 사례처럼 저 경우 식별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돼 상표등록이 안 된다. 다시 말해, 설혹 정말 맛집으로 유명세를 얻는다면 누군가 모방해 같은 이름으로 가게를 내더라도 독점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 특허청 상표검색을 해보니 위 가게 중 등록된 상표는 없다. 예외적으로 ‘네덜란드 꿩만두’ 상표를 2003년 3월 강원도 원주시에 거주하는 조모씨가 냈는데 거절됐다. 더 알아보니 이 가게는 교직원이던 조씨의 부인이 운영하던 가게다. 현재는 부인 쪽 인척이 운영하고 있다. 핀란드 수육덮밥의 경우 간판 옆에 가맹점 문의 안내 번호가 있는데, 일단 상표등록부터 쉽지 않을 것이다.

“아, 가맹점이요? 사실은 크게 가맹점을 모집할 생각은 없습니다. 누가 붙여놓으면 좋다고 해서요.” 핀란드 수육덮밥 점주 정씨의 말이다. 진지하게 물었는데, 꽤 쿨한 답변이 돌아왔다. 런던 국밥 등 인터넷밈화됐던 다른 가게의 근황을 전하며 영업상황을 물었다. “코로나 시국에 영업이 잘된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죠. 인터넷에서 보고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은 지금도 가끔 있습니다.” 어려운 시절이지만 분투를 빈다. 파이팅!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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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역경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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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역경루
공손찬은 중국 후한 말 북방민족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화북의 군벌이다. 오늘날 베이징 근처 유주를 근거지로 세력을 키웠던 공손찬은 백마의종이라는 막강한 기병대를 중심으로 황건적과 만리장성 넘어 이민족들을 토벌하며 군세를 넓혀갔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갖췄으나 성품이 포악했던 공손찬은 폭정을 일삼으며 민심을 크게 잃는다. 왕찬이 기록한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에 의하면 공손찬은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가 하면 유능한 관료들을 쫓아내고 점쟁이를 측근에 등용하는 등 막장 행각을 벌였다. 하루는 백성들 사이에서 덕망 높았던 관리 유우를 저자에 세워놓고 ‘네가 천자가 될 인물이라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말한 뒤 비가 내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분개한 수만의 유주 백성들은 유우의 아들과 합세해 공손찬을 공격했고, 라이벌 원소와 이민족들까지 연합해 공격하니 공손찬은 고립무원에 처한다. 사방이 포위된 공손찬은 기주 역현에 거대한 요새를 짓고 농성에 들어가니 이 요새가 역경성이다. 자신의 남은 전력을 요새 건설에 쏟아부은 공손찬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 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향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