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선택 아닌 필수! 계약서 작성 핵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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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로서 스타트업 관련 법률문제를 검토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2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법이고, 두 번째는 계약서입니다. 법은 극히 제한적인 일부 사항만 정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법률관계에 있어 계약서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다양합니다. ‘서로 믿는다’, ‘계약서 작성하자고 하면 뭔가 불신하는 것 같다’는 이유로 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몰라 계약서를 못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계약서를 작성하려 하면 비용이 부담돼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 9월 15일 서울 구로구 글로벌창업사관학교에서 ‘도전! K-스타트업 청년리그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9월 15일 서울 구로구 글로벌창업사관학교에서 ‘도전! K-스타트업 청년리그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작성하더라도 제대로 작성하지 않은 경우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 분쟁을 해결할 기준이 전혀 없고, 상호 대립되는 주장만 있을 경우 진실을 판단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소송을 하더라도 질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계약서 작성은 했지만 제대로 작성하지 않은 경우 여전히 계약서 해석상 다툼이 발생하고 법적 분쟁으로 이어집니다. 반대로 계약서만 확실하게 잘 작성해둬도 대부분의 법적 분쟁 자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설령 법적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계약서에 근거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듭니다.

실무상 보면, 대부분 법적 분쟁은 서로 믿는 사이에 발생합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믿는 사이일수록 계약서를 작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계약서를 작성하는 업무는 일반적으로 변호사들이 자주 하는 업무로 비교적 보수가 낮은 편이라 크게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닙니다. 계약서를 작성하는 비용이 100만원인데 나중에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분쟁이 생기면 수백배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비용을 조금 들이더라도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계약서를 작성하는 게 좋습니다.

물론 변호사 도움 없이도 계약서 작성은 가능합니다. 계약서에는 별도 형식이 정해진 것이 없고 당사자들 간에 합의된 사항을 구체적으로, 최대한 명확하게 기재하면 됩니다. 당사자들 간에 서로 원하는 내용을 상호 문서화하고 그것을 취합해 문서화하면 계약서가 됩니다. 각종 경우의 수를 생각하면서 각 경우에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기재하면 도움이 됩니다.

계약서 작성 시 핵심은 ‘명확성’에 있습니다.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 주로 분쟁의 원인이 됩니다. 단어와 관련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정의 조항을 활용해 “A는 ~~라고 한다”와 같이 당사자들 간에 용어를 구체적으로 정하면 도움이 됩니다. 또한 문장이 길어지면 어디서 끊어 읽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도 많으므로 가급적 짧은 문장으로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서만 잘 작성해도 법적 분쟁의 99%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계약서 작성은 중요하므로 신중하길 바랍니다.

<강혜미 스타트업·M&A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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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정예 겁쟁이들
오늘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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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전범의 아들 노다 마사아키가 쓴 <전쟁과 죄책>에는 포로의 목을 베라는 상관의 명령을 거부한 병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 관동군 중대장으로 근무했던 도미나가 쇼조의 증언에 따르면 중국 후베이성에서 포로를 베는 ‘담력’ 교육 도중 한 초년 병사가 “불교도로서 할 수 없습니다”라며 명령을 거부했다. 불교도로서 ‘살생하지 말라’는 계율을 지키려 했던 이 병사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홀로코스트 연구자 크리스토퍼 R. 브라우닝이 쓴 <아주 평범한 사람들>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학살 임무를 거부하고 총기를 반납한 나치 대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독일 101예비경찰대대 빌헬름 프라프 대대장은 유대인 학살 임무에 투입되기 직전 병사들에게 “임무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앞으로 나오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10명 남짓 병사가 앞으로 나왔고, 그들은 소총을 반납하고 대기했다. 그 병사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각 부대에서 학살 임무를 거부한 병사와 장교들이 속출했지만, 나치 독일의 가혹했던 군형법은 이들에게 명령불복종죄를 비롯한 어떠한 형사처벌이나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