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통·문통과 달라” PK에 이재명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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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민주당 진영별 의견 크게 갈려… 정권교체 심리 이어져 득표력 낙관 어려워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대선후보로 선택하면서 관심은 부산·울산·경남(부울경·PK)으로 향한다. 이재명 후보가 PK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의 계승자로 인정받느냐 하는 문제가 달려 있다. PK는 민주당 최대 세력인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의 본산이다. 이번 민주당 경선은 일찌감치 승패가 결정된 17대 대선을 제외하면 DJ 이후 20년 만에 PK대망론의 공백상태에서 치러졌다. PK를 잡아야 본선에서 승리하는 구도는 민주당의 전통적 대선 승리 공식이다. 적자의 소멸로 정치적 공백기의 PK를 놓고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사생결단식 대결을 벌인 이유다. PK의 민심이 이 후보를 친노·친문의 전승자로 인정하느냐는 민주당 정권 재창출과 직결되는 문제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부터) / 경향신문 자료사진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부터) /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낙연 전 대표는 10월 13일 “이재명 후보께 축하드린다”고 했다. 지난 10일 대선 경선 종료 사흘 만이다. 민주당 당무위원회가 이날 이 전 대표 측이 제기한 무효표 처리에 대한 이의제기를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따른 승복 입장이다. 이재명 후보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조금 떨어져 서로 경쟁하던 관계에서 이제 손을 꽉 맞잡고 함께 산에 오르는 동지가 됐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제2의 노무현·문재인’으로 인정할까

겉으로는 경선 갈등이 봉합된 모양새다. 하지만 이 전 대표 지지자 일부가 경선결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준비한다. 송영길 당대표는 이들을 겨냥해 “일베 같다”고 공격했다. 경선 후유증은 아직 진행형이다. 특히 PK 여권세력의 화학적 결합이 ‘이재명 원팀’의 성공요건이다. PK 여권은 경선기간 이재명·이낙연으로 갈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팽팽한 대결을 벌였다. 국회의원은 물론 원외 지역위원장과 지방의원들도 반으로 쪼개졌다. 이들 대부분은 짧든 길든 노 전 대통령, 문 대통령과 함께했다. 그리고 민주당 진영에 혹독했던 PK의 정치적 토양을 일궜다. 이재명 후보는 이들과 공유한 경험이 없다. PK 민주당 진영이 ‘이재명’이라는 새로운 일가를 함께 이룰지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이재명 후보가 PK에서 노무현·문재인의 후계자로 인식될까. 답은 진영별로 모두 다르다. 불확실성이 크다는 방증이다. 전재수 민주당(부산 북강서갑) 의원은 이 후보를 “노무현·문재인 가문의 대를 이을 사람”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경선기간 이재명캠프에서 부울경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다. 30대 시절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제2부속실장을 맡았던 이후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등으로 활동해온 PK의 대표적 친노·친문 인사다.

전 의원은 “고난의 정치적 성장 과정이라든지 정면 돌파형의 스타일, 정치적 비주류라는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기 전에 혼자 결정한 것이 아니고 두루 상의를 거쳤다”고도 했다. 지역 친노·친문계와 교감을 가진 뒤 이재명캠프에 합류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낙연 전 대표를 도왔던 PK 인사들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이들 역시 PK 친노·친문계의 한축을 형성한다. 한 인사는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고, 우려스러운 요인도 있다. 본선은 당내 경선과는 다르다”고 우려했다. PK 국민의힘 인사들은 이 후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 후보에게는 과거 노 전 대통령이 PK에서 가졌던 지역주의 타파, 민주화 운동의 경험 등이 없다고 했다. 이 후보에게 ‘노무현의 자산’을 받을 연결고리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이 후보를 둘러싼 도덕성 논란, 대장동 의혹 등도 ‘제2의 노무현·문재인’이 될 수 없는 이유로 꼽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5월 1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마루아트센터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모전시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5월 1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마루아트센터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모전시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40% 지지율 달성이 관건

이 후보의 PK 숙제는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이 쌓아올린 40%에 가까운 득표율을 올릴 수 있느냐다. 전재수 의원은 “최근 20년 동안 그래프를 보면 민주당의 PK지지율은 10% 중반에서 30% 후반까지 우상향했다. 이것은 과학이고, 그래서 이재명 후보는 부울경에서 40% 득표를 할 것이다”라고 장담했다. 이어 “특히 부산의 정치질서는 경쟁이 자리 잡았다. 이것은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이 넘어지고 또 도전해 이뤄낸 역사 위에 있기 때문에 갑자기 다시 과거로 돌아갈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의 PK 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PK지지율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TBS 조사(지난 10월 8~9일,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PK의 긍정평가는 34.7%였다. 반면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홍준표 의원과 양자대결을 벌일 경우 PK지지율은 각각 27.1%와 25.2%에 그쳤다.

이강윤 KSOI 소장은 “부울경의 친노·친문의 색채는 많이 옅어졌지만, 완전히 없어졌다고 할 수는 없다. 과거 노무현·문재인 대통령과는 대하는 결이 다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 출신이지만 이재명 후보는 아니다. PK에서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정권교체 심리도 이어지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 소장은 “이 후보가 민주당을 계승하는 민주당 후보니까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표를 당연히 물려받을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하는 공약으로는 안 통한다. 부울경을 세분화해 대책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정책을 내보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역시 이 후보의 PK득표력을 낙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 비해 지역구도는 완화됐다. 이번 대선에서 여당에 심각한 변수는 세대구도, 부동산 불평등에 따른 계급투표다. 또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20대의 세대구도 한축이 무너졌다. 이런 요인들이 민주당 재집권의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부울경으로 한정해서도 이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 수준의 득표율을 올릴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문 대통령은 부울경에서 상당한 지지기반을 형성했다. 이것은 지난 대선 승리에 큰 힘이 됐지만 이 후보는 상황이 다르다. 또 지금 부울경에서 대선, 지방선거, 총선 때 지지했던 일부는 적대세력화했다. 그리고 현 정부에 대한 심판 바람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본선에 올랐지만 이 후보의 대선 가도는 녹록지 않다. 험로의 중심에 PK가 자리한다. 이 후보가 PK의 마음을 얻느냐에 대선 판도도 결판난다.

<박태우 국제신문 서울정치부장 yai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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