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이재명 ‘추진력’ 선택
‘대망론 호소’ 윤석열 전 총장 본인 고향 아니라 적임자 애매
충청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안정감의 이낙연 전 총리보다는 강력한 추진력의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선택했다. 충청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첫 순회경선이 열린 지역이다. 지난 9월 4일 대전·충남에서 진행된 충청 경선은 앞선 여론조사처럼 이재명 지사가 앞서나갈지, 조직력을 내세운 이낙연 전 총리가 얼마나 선전할지 전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두 후보 간 경합이 예상됐으나 대전·충남 순회경선에서는 이재명 지사(54.81%)가 이낙연 전 총리(27.41%)에 압승을 거뒀다. 다음날 치러진 세종·충북도 이재명 지사 54.54%, 이낙연 전 총리 29.72%로 충청에서 이재명 지사가 낙승했다.
민주당 충청지역 선거인단은 7만6623명으로 민주당 전체 선거인단 수 216만9511명의 3.53%에 불과하다. 충청지역 투표자 수도 3만8463명으로 민주당 전체 투표자 수 145만9992명의 2.63%에 그치지만 선거결과의 파급력만큼은 엄청나다. 이재명 지사는 충청의 압승을 시작으로 광주·전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1위를 차지하며 누적 투표자 수 71만9905표인 50.29%를 얻어 결선투표 없이 본선으로 직행했다. 역대 대선에서 충청권은 영호남에 비해 중도층이 많고,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후보자를 결정하는 부동층이 많았기 때문에 전국 표심을 읽을 수 있는 지역이다.
충청은 왜 이재명을 선택했나
이낙연 전 총리는 충청에서 조직력이 탄탄했다. 이낙연캠프에는 박완주 의원(충남 천안을)이 캠프 부위원장을, 이장섭 의원(충북 청주 서원)이 전략본부장 겸 미래신산업본부장,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이 조직선본부장 겸 해양수산본부장을 맡았다. 또 임호선 의원(충북 진천·음성·증평)과 홍성국 의원(세종갑), 박영순 의원(대전 대덕), 정정순 의원(충북 상당) 등 가장 많은 7명의 현역 의원이 이낙연캠프에 합류했다.
반면 이재명캠프에는 5선의 변재일 의원(청주 청원)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문진석 의원(충남 천안갑)이 공동상황실장 겸 충남공동상임본부장을 맡았다. 황운하 의원(대전 중구)과 강준현 의원(세종을)도 이 지사를 도왔다.
이낙연캠프의 한 현역 의원은 지역을 2~3차례 돌았지만, 밑바닥에 흐르는 추세와 흐름은 이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의 개혁 의지와 추진력, 강력한 실행력이 충청민심의 밑바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본선에서 국민의힘 후보에 맞서 승리할 수 있는 후보이면서 충청권 특유의 착하고 어진 심성이 어릴 적 가난하고 힘들게 자란 흙수저 이재명에 대한 동정심으로 이어져 표심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충청권은 문재인 정부에서 인사와 예산에서 영호남에 비해 홀대를 당했다는 반감이 있다. 때문에 현 정부 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총리에게 책임을 물은 여론도 있다.
공동상황실장 겸 충남공동상임본부장을 맡았던 문진석 의원은 “이재명 지사에 대한 충청도 민심은 성남시장 8년과 4년에 가까운 경기지사를 맡으면서 민생과 관련된 성과에 대한 평가”라며 “충청도가 보수적 성향과 진보적 성향을 모두 갖춘 지역이지만, 선거에서는 합리적 선택을 해 왔다”고 말했다.
중원, 즉 충청권을 이긴 후보가 선거에서 이기는 결과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유권자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고향이 충청임을 자임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1위를 지키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후보 중 충청은 내년 3월 9일 누구를 선택할까. 역대 선거에서 충청민심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었다. 충청에서 이긴 후보는 결국 승리를 거뒀다.
안희정·반기문과는 다른 윤석열
변수는 경기도 성남시의 대장동 의혹사건이다. 대장동 의혹은 이재명 후보에게 악재로 작용하는 건 확실해보인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보다는 그 여파가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충청권은 수도권에 비해 부동산 문제가 덜 심각하다는 것이다. 지역정가에서는 조상의 고향이 충청도라고 밝힌 윤석열 전 총장이 이재명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지만, 대장동 사태 이후에도 그 격차가 크게 더 벌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19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충청대망론을 이끌며 충청인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충청인들이 생각하는 윤석열 전 총장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는 온도차가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고향이 논산으로 충남지사를 지냈고, 지난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본인이 충청대망론을 이끌 적임자라고 충청의 지지를 호소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음성이 고향으로 충주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다. 2016년 한때는 여론조사에서 당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앞서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당시 충청권 의원이 주축이 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이 미국 뉴욕으로 달려가 반 전 총장과 면담하면서 대선 출마를 권유하기도 했다.
이처럼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충청인들에게 충청대망론을 이룰 적임자로 생각됐다. 충청인들에게 영호남은 대통령을 만들어냈지만 충청은 JP(김종필)가 그랬던 것처럼 2인자, 캐스팅보트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이 있다. 충청인들의 가슴 한켠엔 충청대망론이 한처럼 남아 있다는 얘기다.
충청은 윤석열 전 총장 조상의 고향이다. 본인의 고향은 서울이다. 이 때문에 충청인들은 윤 전 총장을 충청인, 충청대망론을 이끌 적임자로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보다는 야권 1위 대선후보로 보는 시각이 더 크다. 이런 미묘한 충청의 민심이 밑바닥에 흐르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후보는 행정수도 완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충청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되면, 충청대망론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이 충청인들에게 충청대망론을 설득하고, 충청인들이 윤 전 총장을 충청대망론의 적임자로 받아들인다면 충청은 윤 전 총장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낼 수도 있다.
내년 3월 9일 충청은 누구를 선택할까?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충청인이지만, 충청은 지금까지 국가의 미래를 위해 가장 합리적 선택을 해왔다. 아울러 어떤 후보가 충청인의 염원인 충청대망론을 해소시켜줄 수 있을지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박명규 충청투데이 서울본부 정치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