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 양자구도 속 최재형·원희룡 향한 구애 움직임
본경선 막판 후보 간 연대 가능성
상대는 정해졌다. 이제는 누가 링 위로 올라갈 것이냐만 남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면서 국민의힘 후보가 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2차 경선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남은 후보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 유승민 전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가나다순)이다.
이미 각 후보는 아슬아슬한 수위의 견제를 주고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재명 지사의 민주당 후보 확정은 새로운 경쟁 지점을 만든다. 이 지사에 대한 상대적 우위를 부각시켜 자신이 후보가 돼야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홍보하는 식이다. 국민의힘 경선은 후보 간 경쟁과 이 지사 ‘때리기’가 더해지며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승리 위한 연대’ 이루어지나
국민의힘 경선이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 지난 10월 8일 2차 컷오프 결과 안상수·최재형·하태경·황교안 후보가 탈락했다. 본경선에 진출한 4명의 후보는 오는 11월 4일까지 7번의 권역별 순회 토론회와 3번의 일 대 일 맞수 토론을 통해 마지막 승부에 나선다. 이를 위해 현재는 전략을 가다듬고, 전력 충원에 나선 모양새다.
후보들이 먼저 착수한 것은 세 불리기다. 이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반문재인 정부’의 상징이 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다. 2차 컷오프 발표 직후 윤 전 총장이 “함께하자”고 제안했고, 홍 의원 캠프 역시 영입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원장은 이들 제안에 “고민하고 있다”며 확실한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며 정치활동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최 전 원장이 고민하는 사이, 홍 의원은 지난 10월 12일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캠프 공동선대위원장 겸 인천총괄본부장으로 영입했고, 13일에는 이언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까지 영입했다.
본 경선에 진출한 후보 간 연대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있다. 다수 여론조사를 통해 4등으로 추정되는 ‘원 전 지사’를 향한 구애다. 특히 윤 전 총장과 원 전 지사 사이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10월 11일 광주에서 열린 호남권 합동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을 둘러싼 ‘정법 논란’이 제기됐다. 이는 윤 전 총장이 ‘정법강의’라는 이름의 유튜브 동영상을 올리고 있는 천공스승과 관계가 있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윤 전 총장은 천공스승을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정법논란은 손바닥 왕(王)자 논란 등과 맞물리며 ‘윤석열 무속 논란’으로 확산 중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유 전 의원이 해당 문제를 제기하자 토론 종료 직후 원 전 지사가 “이제 (정법 얘기는) 그만하시라. 남들 보기 안 좋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치 윤 전 총장을 옹호하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된 것이다. 이에 화답하듯 윤 전 총장은 다음날 자신의 SNS에 ‘원희룡 후보는 어떻게 대장동게이트 1타 강사가 되었을까’라는 글을 게시했다. 해당 글에는 이 지사의 ‘대장동 개발 의혹’을 설명하는 원 전 지사의 유튜브 영상이 첨부됐다. 윤 전 총장은 “대장동게이트에 대해서 아주 잘 설명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원 후보의 그런 능력이 부럽기까지 하다”거나 “원희룡 후보의 미래가 기대된다”며 칭찬을 쏟아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홍 의원은 유 전 의원을 편들며 갈라지는 모양새다. 홍 의원은 “광주 토론에서 유승민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한 검증을 내부총질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참으로 부적절한 비판이다”며 “대통령 후보를 검증하는데 무슨 가이드라인이 있느냐”고 두둔했다.
국민의힘 경선은 윤 전 총장, 홍 의원의 양자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뚜렷한 대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경선 막바지로 갈수록 후보들 간 이합집산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원 전 지사의 경우 막판까지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을 경우 다른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 역시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비해 주류와 비주류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며 “이 때문에 이합집산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선 막바지에 이르러 본경선 후보들 간에 승리를 위한 연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흠 없는’ 후보가 이재명 이긴다?
국민의힘 경선의 또 다른 화두는 ‘누가 이재명을 이길 것인가’이다. 각 후보는 ‘대장동 특혜 의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며 자신이 ‘정권교체’를 이끌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이 지사에 대한 상대적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이 내세우는 것은 ‘흠 없는 후보’다. 홍 의원은 “비리 후보를 상대하려면 비리가 없는 깨끗한 후보가 나서야 한다”며 “범죄자 대선이 돼서는 안 된다. 전과 4범이 대통령이 된 일은 유사 이래 없었다”고 이 지사를 겨냥했다. 유 전 의원 역시 “이 지사같이 많은 흠이 있는 후보를 상대하려면 흠이 없어야 마음 놓고 공격을 할 것 아닌가”라며 “이재명 후보가 가장 두려워하는 (국민의힘) 후보는 저”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들의 공격은 단순히 이 지사 비판에서 끝나지 않는다. 공격의 마무리가 항상 윤 전 총장 비판으로 끝난다. “범죄 공동체”라며 이 지사와 묶어 비판하거나 “본인이나 처, 장모의 여러가지 수사가 걸려 있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평가절하하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윤 전 총장은 이 지사를 공격하면서 동시에 방어에도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 지사와 함께 비판받는 경우가 잦아지자 윤 전 총장은 지난 10월 13일 국민의힘 제주도당에서 개최한 캠프 제주선대위 임명식에서 “정권을 가져오느냐 못 가져오느냐는 둘째 문제이고, 정말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며 “고발사주 의혹을 가지고 대장동 사건에 비유하며 이재명과 유동규의 관계가 저와 정보정책관(손준성 검사)의 관계라는 식으로 말하는데 이게 도대체 야당 대선후보가 할 소리냐”고 비판했다.
이 지사를 향한 비판이 결국 윤 전 총장으로 향하는 상황을 두고 잘 짜인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 교수는 “사실 경선 단계에서 이 지사 비판은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만 상대적으로 투쟁적 이미지가 약한 유 전 의원의 경우 강한 이미지 형성과 당내 상대 후보를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속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