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캠프 총괄특보단장 맡았던 5선 안민석 의원
궁금했다. 경선이 끝났는데도 결정된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는 없었다.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내홍의 여진일까. 6선인 박병석 국회의장 다음으로 산전수전을 다 겪었을 5선 중진의원들은 어떻게 볼까. 이낙연 의원의 사퇴로 7명으로 줄어든 5선 의원 중 안민석 의원을 만난 건 그래서다. 그는 이번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 측 캠프 총괄특보단장을 맡았다. 인터뷰는 10월 13일,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진행했다.
-이재명 후보 열린캠프는 어제(10월 12일) 해단식을 가졌습니다. 이제 새로 본선을 대비한 캠프가 만들어질 것인데요,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당연히 이제 당 중심으로 짜야지요. 용광로 캠프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재명·이낙연 쪽 사람들뿐만 아니라 친노·비노·친문·비문이 다 들어오는 용광로 캠프가 짜여 공식적으로 원팀 선대본부가 만들어져야겠지요.”
-그동안 이재명 열린캠프에 모인 사람들을 보면 아무래도 당내 비주류, 외인구단에 가깝다는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이 후보가 국회의원 경험이 없다 보니 당내 기반이 없어보이는 면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저는 좀 다르게 보는데요. 일단 숫자상으로 2위를 차지한 이낙연 쪽보다 현역 의원 참여수가 3배 많았어요. 이쪽이 한 60명 되거든요. 60명 중 5선의 비율로 봐도 그렇습니다. 7명 중에 송영길 의원은 당대표, 이상민 의원은 선관위원장이었고요.”
-네. 그리고요.
“김진표 의원은 중립이었고, 이낙연 후보 쪽은 설훈 의원만 있었어요. 이쪽에 조정식·안민석·변재일이 있었으니 3:1이었죠. 그런데 이제 다시 5선 의원을 분류해보면 조정식은 주류, 안민석은 비주류, 변재일은 또 중도였습니다. 다시 말해 ‘무지개 연합군’이었습니다.”
-그렇게 보시는군요.
“네. 나머지 초·재선 그룹도 보면 청와대 출신 친문으로 분류될 의원도 있었고, 친문과 비문, 주류·비주류가 섞인 연합군이었어요. 그러니까 비주류연합군이라는 것도 적절하지 않고 무지개 연합군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서로 기반이나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자리 임명 같은 걸 두고 갈등이 벌어질 법도 한데 큰 잡음이 없었습니다. 정성호 의원을 비롯해 처음에 이재명 지지선언을 한 ‘7인방’이 있는데 이분들이 실제로 다 내려놨어요. 다른 분들에게 핵심 자리를 다 줬기 때문에 다국적 연합군이었지만 끝까지 갈등 없이 잘 진행됐던 것 같습니다.”
-경선 후 당내 진통은 얼마나 갈 것 같습니까.
“찻잔 속 태풍이라고 봐요. 이낙연 전 대표 승복 이후에 법정으로 간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고립무원이 될 겁니다. 지금은 게임이 끝난 거거든요. 선수도, 관중도, 심판도 다 돌아갔는데 어떻게 다시 불러 모아 재경기하자고 그래요. 패자로서는 아쉬움이 있겠지만 승복하는 것이 참 민주주의 기본 아니겠습니까.”
-5선입니다. 햇수로만 20년이에요. 많은 경험을 하셨을 텐데 경선 후유증은 이번이 제일 세지 않습니까.
“안 그래요. 제가 이 당에서 치른 대통령 후보 경선이 네 번째입니다. 경선 자체는 항상 시끄러운데 다른 경선에 비해서는 비교적 무난하게 치러졌다고 봐요.”
-정동영과 이명박이 붙은 2007년만 하더라도….
“그때 별의별 일이 얼마나 많았는데요. 정동영 쪽 사람들과 붙어 선거인 명부를 어디에 숨겼다고 경찰이랑 같이 뒤지고, 2012년도에는 김두관·손학규 후보 쪽에서 제주도 결과가 조작됐다고 발표하면 안 된다고 해서 각 캠프에서 1인씩 대리인이 나와 검증위원회까지 만드는 등 논란이 한달간 지속됐습니다. 그에 비하면 이번 경선은 네거티브 경선이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비교적 다른 경선에 비하면 나빴다고 보지 않아요. 경선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분위기가 지금 있는데 오래가지 않을 거라고 보고요. 엊그제 저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가을비를 뚫고 도깨비가 나타났는데 이 도깨비는 가을 낙엽 속으로 다시 사라졌다’. 며칠이라고 봐요.”
-이낙연 후보를 지지한 분들을 보면 후보 지지보다는 ‘이재명 불가’라는 비토정서가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두 부류죠. 이낙연이 좋아서 지지했던 사람도 있고, 이재명이 싫어서 이낙연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러니 후자는 지금도 계속 그런 입장이고, 그것이 갈수록 더 견고해지는 경향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역시도 앞으로 5개월이거든요. 지금 5개월은 평상시 5년보다 더 길어요.”
-결국 이재명 후보 지지로 넘어올 것이다?
“아무리 싫어도 대선에 이겨야 하잖아요. 저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어떤 집단지성에 또 힘이 있다고 봅니다. 결국엔 싫더라도 대선승리를 위해 한마음으로 모일 거라고 봅니다.”
-대장동 의혹은 언제까지 간다고 보십니까.
“수사결과에 달려 있다고 봐요. 대장동 판도라 상자에 뭐가 들어 있는지는 지금 현재로서는 알 수 없어요. 이 몸통 속에 곽상도가 있거나 과거 보수권력의 실세가 관련이 있다는 것이 나오면 의혹을 제기하는 국민의힘 스스로가 대장동 프레임을 깨려고 할 겁니다. 설혹 이재명 후보의 측근이 연루돼 있다고 하더라도요. 몸통이 누구냐에 따라 국민의힘 판단이 달라질 거예요. 제가 맞춘 퍼즐로는 아직 완벽하지 않는데, 저는 이게 과거 MB, 박근혜 보수권력의 ‘부패 카르텔’로 봅니다. 관련된 인사도 보수권력 관련 인사, 정치인·법조인·언론인들일 걸로 봅니다. 이재명 후보나 민주당 쪽에서는 몸통을 빨리 밝혀주길 바랍니다. 그래서 국민적 의혹이 있으니 토건세력의 부패·비리 카르텔을 제도적·법적으로 깨는, 개발이익을 시민과 국민에게 환수할 수 있는 제도와 법을 보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고요. 대장동의 끝은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에게 오히려 플러스가 될 거예요.”
-지금 국민의힘 쪽에서는 이재명 후보를 겨누고 있는 것 아닙니까. 단순한 측근 비리가 아니고 몸통이 이재명이라고….
“이재명 지사에 대한 믿음이 있어요. 제가 수차례 물어봤어요. 그런데 본인이 측근들에게 ‘자신 있냐, 깨끗하냐’ 누차 물어봤다고 하니까 본인이 관련됐다는 의혹으로부터는 자유로울 것이고, 측근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는 위치겠죠.”
-이번 정권 직전 국정농단 사건이 벌어졌을 때 박근혜와 최순실을 묶는 논리가 경제공동체였어요. 박근혜는 자신이 직접 안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결과적으로 하나로 움직인 것이 아니냐는 논리인데, 비슷한 논리로 엮으려 하지 않을까요.
“근본적으로 박근혜·최순실과 이재명·유동규 관계는 다릅니다. 박근혜는 최순실의 꼭두각시였잖아요. 그것 때문에 국민이 분노한 것이었고. 두 사람의 사적 관계 때문에 분노한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이 최순실의 꼭두각시가 돼서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용인했다는 것 아닙니까. 같은 논리라면 이재명이 유동규의 꼭두각시였다?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죠. 이재명을 자꾸 의심하는 것은 발상의 오류라고 봅니다. 왜냐면 이 후보 본인이 이명박·박근혜 시절 사찰대상이었거든요. 그래서 주위 공무원들이나 측근들에게 ‘나와 당신들은 어항 속의 금붕어다, 검찰이 칼을 들이대고 있다는 생각으로 행정을 하고, 나와 같이 정치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많이 했거든요. 그리고 실제로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현미경으로 보듯 이재명을 들여다봤어요. 비리나 비리에 연루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본인이 몰랐던,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던 그런 영역에서 어떤 비리나 부패가 있을지 모르지만 검찰·사정당국이 어항 속 금붕어처럼 들여다보는 것을 어느 누구보다 아는 이재명 당시 시장이 비리를 저지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요.”
-의원께선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규명에서 핵심 플레이어 중 한명이었습니다. 이때 촛불혁명으로 만들어진 것이 문재인 정부인데, 한편으로 촛불혁명 정부라는 걸 강조하면서도 광범위한 탄핵연대를 만드는 데 실패해 결국은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습니다. 나름 역할을 한 당사자로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촛불혁명의 정신은 진행형이라고 봅니다. 지난 4년 동안 기대한 만큼 성과가 없어서 국민이 답답해하고, 실망·좌절하고 때로는 분노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도 압니다. 그런 마음들이 다음 대통령, 촛불혁명을 완수할 적임자가 누구냐로 모아졌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재명이라는 후보를 선택했다고 봅니다. 이재명 후보의 많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누가 더 촛불혁명을 완수할 적임자냐, 그거를 국민과 당원들이 봤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난 4년 동안 지지부진한 개혁을 보면 고구마를 먹다 체한 것 같은 답답한 기분인데, 그런 시대적 흐름이 이재명 후보를 만들어냈고, 이재명 후보의 시대정신은 사이다 정신이라고 봅니다.”
-당대표가 지사직을 사퇴하고 당캠프를 본격적으로 꾸려달라고 했는데, 이 후보가 지사직 사퇴를 다음주 국정감사 이후로 미뤘어요. 국정감사장에서 대장동 의혹을 제기하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한바탕 설전을 벌일 것 같습니다. 때론 리스크도 될 수 있는 이 후보의 퍼스낼리티가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봅니다.
“국감까지는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전투에서 가장 앞에 서서 싸울 겁니다. 국감을 마치고 난 다음에는 대장동 전투는 당에서, 당내 선수들이 맡아주고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전투를 빠져나와 중원을 향해 가지 않을까요. 중도층 민심을 얻기 위한 그런 행보를 할 걸로 전망합니다.”
-대선주자 이재명의 과제로 2030·여성, 중도층 지지확보 이야기가 나오는데 현재의 ‘사이다’ 이미지로 가능한가 라는 질문이 나옵니다. 당 경선에서 마음을 얻은 열성 지지자들과 본선에서 만날 유권자는 다른데, 지금의 사이다·실행력 이미지만으로 중도의 마음을 얻기 힘들다는 회의적 시각이 없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남은 5개월은 평상시 5년 이상의 굉장히 긴 기간이에요. 2030이 돌아선 것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이 더 큽니다. 청년들의 좌절·분노가 굉장한 것은 사실입니다. 결혼하더라도 (집값이 너무 올라) 집을 얻을 수가 없으니. 젊은층은 정파성이 굉장히 약합니다. 그러니까 문재인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홍준표를 지지하고 윤석열을 지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다시 말해 실용적이지요. 젊은층의 마음에 와닿을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장동 전투를 접으면 젊은층의 표심이라든지 여성의 표심을 얻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이나 공약을 통해 2030·여성을 다시 붙잡아야 하는 것이 이 후보의 과제겠죠.”
<글·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사진·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