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 암호화폐와 공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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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참 맑다. 지난 9월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5년 관측 이래 가장 낮았다고 한다. 체감상으로도 이미 여름부터 미세먼지에 대한 걱정은 잊고 살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과 환경 당국은 그 비결로 정책 성과를 강조했다. 굴뚝자동측정기기를 설치했고, 노후 경유차가 조기에 폐차되는 등 자동차로 인한 오염이 줄어서라고 설명하면서 동풍이 자주 불어 대기질이 깨끗해졌다는 근거도 들었다. 환경부도 과학원도 “중국의 농도 변화에 따른 국내 영향은 작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사진/김기남 기자

사진/김기남 기자

그런데 이러한 극적인 개선에 대한 원인으로 든 정책치고는 어딘가 약하다. 저 정도로 개선될 것이었다면 왜 몇년째 지지부진했을까. 당국의 입장에서야 씨도 안 먹히는 남 탓을 하는 시간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개선하는 편이 더 좋은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일 날씨조차 예측하기 힘들어하는 것이 입자가 움직이는 복잡계의 동역학이다. 단언하기 전에 다양한 변수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접한 중국의 동향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 중국의 공기질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중국의 지난 제13차 5개년 계획의 슬로건 중 하나는 ‘녹색’이다. 그 초과 달성 사례를 ‘베이징 블루’로 삼은 중국 당국은 달라진 공기질을 자랑하고 있다. 북경을 안고 있는 허베이성은 지난 8월 2013년 관측 이래 최고의 공기질을 기록했다. 베이징 스모그 사진은 시진핑의 임기 시작과 함께 그를 괴롭혀온 중국의 대외 이미지 중 하나였다. 이는 자국 내에서도 위험한 갈등 요인이 되고 있었다. 환경오염을 지방정부와 관영기업의 어두운 결탁의 산물로 고발하는 다큐멘터리가 큰 인기를 끌다가 검열되는 일도 발생했다. 미세먼지는 중국 집권층의 당면과제였던 셈이다.

세계 최대 탄소발생국 중국이 탈수소로 전환하겠다는 호언은 허언은 아니다. 특히 지난달에는 중국 제조업의 생산 공장이 밀집해 GDP 중 중추적 역할을 하는 광둥성이나 장쑤성 등에서 조업정지가 속출했다. 에너지 소비 억제를 위해 공장 가동을 단축하도록 강제 조치가 이뤄졌는데, 이들 성이 탄소 배출량 감소 목표를 위한 에너지 소비량 절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서였다.

환경을 무시한 성장을 더는 넘겨버리지 않겠다는 메시지였는데, 실은 에너지를 정책적으로 줄인 것이라기보다 에너지가 모자라서였을지도 모른다. 중국 전력 소비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석탄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여기에는 호주 석탄 수입금지 조치도 한몫했다. 코로나19의 원인으로 중국을 지목한 데 대한 보복이었지만, 중국 내 석탄 생산도 축소된 상태에서 여파는 컸다. 지방정부에 호통을 쳐보지만 답답하다. 전기 먹는 하마로 알려진 암호화폐 산업을 사실상 폐쇄한 배경에는 이러한 초조함이 있다.

다양한 부품 공장들이 즐비한 곳곳에서 전력 부족으로 아우성이다. 반도체의 원자재를 제공하는 1차 공장들도 조업정지, 상황은 심각하다. 여파가 확대되며 알루미늄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은 2~3배로 폭등해 우리 제조업도 지금 비상이다. 그리고 이 비용은 순차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터다. 맑은 하늘은 싸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행사 때마다 하늘을 맑게 만드는 위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반짝효과 후 더 강력한 스모그의 요요현상이 일어나곤 했다. 지금의 이어지는 맑은 날들에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고민일 듯하다.

<김국현 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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