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이 천직’이라 말하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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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집배원이 사람을 살렸다’는 소식이 1년 내내 끊이지 않았다. 집배원의 업무는 노동 강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사회적으로 물류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업무환경 개선이 시급한 영역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 일을 ‘천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 가진 힘이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시민으로부터 감사의 메시지를 받은 보은우체국 이창구 주무관(왼쪽)과 남해우체국 조준석 주무관 / 우정사업본부

시민으로부터 감사의 메시지를 받은 보은우체국 이창구 주무관(왼쪽)과 남해우체국 조준석 주무관 / 우정사업본부

부산지방우정청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20일 동래우체국 소속 이상현 집배원이 우편물 배달 업무를 하던 중 아파트 출입구 인근 벤치에 쓰러져 있던 노인을 발견한 후 신속한 응급처치로 생명을 구했다고 밝혔다. 이 집배원은 온몸을 이용해 그늘을 만들고 물을 제공하면서 119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쓰러진 이를 보살폈다.

우체국 매거진 ‘우체국과 사람들’ 웹사이트에는 ‘직원탐방’란이 있다. 지역사회에서 우체국 집배원에게 도움을 받아 감사의 뜻을 전하겠다는 시민들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올라온다.

“도시에 살다 4년 전 충북 보은군으로 귀촌한 사람입니다. 낯설고 조용한 시골 생활에 아내는 다시 도시로 나가자고 졸랐습니다. 조금 더 견뎌보니 이제는 사람을 조금씩 사귀게 됐고 마음도 편해졌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이창구 집배원님이었습니다.” 사연을 남긴 시민은 우편엽서와 고지서를 배달해주는 이 집배원의 따뜻하고 다정한 모습에 크게 감동했다고 밝혔다.

“40년 집배원 생활을 하면서 우편물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배달합니다. 평소 하던 대로 한 것뿐인데 엄청난 감동을 하신 것 같습니다. 저는 올해 12월 퇴직을 앞두고 있어요. 그동안 사람을 많이 만나고 안 것이 가장 큰 재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은 기간 봉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감사의 메시지를 접한 이 집배원도 소감을 밝혔다.

“경남 남해로 여행 온 첫날 오후에 홍현아랫마을 진입로에서 바퀴가 끼어 견인해야 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사고 수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우체국 차량이 저희를 보고 차를 세우는 게 아니겠어요. 차에서 내린 조준석 집배원님은 바로 차량용 안전삼각대를 설치해주셨고 차량 운행이 원활할 수 있도록 교통지도를 해주셨습니다. 더운 여름 날씨에 도로 위에서 일어난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차분하게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습니다. 아이들, 반려견

1마리와 견인차를 기다렸고 집배원님은 처리가 완료되기까지 1시간 30여분 동안 땀을 뻘뻘 흘리면서 저와 아이들을 진정시켜 주고 사고 처리를 도와주셨어요.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본인의 일인 것처럼 나서주신 조준석 집배원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 메시지에 대해 조 집배원은 답변했다. “당시 차량이 높은 언덕에 위험하게 있는 걸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님 혼자 아이를 데리고 오셔서 차에서 안전하게 하차시킨 후 안내를 도왔죠. 저는 항상 안전을 최우선으로 일하고 있는데요. 집배원은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신 전하는 사람인 만큼 밝은 미소로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최미랑 뉴콘텐츠팀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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