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가정용 로봇과 ‘프라이버시 악몽’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아마존이 지난 9월 말 미국에서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Astro)를 출시했다. 아스트로의 대표적 기능은 ‘홈 모니터링’이다. 집을 비워도 언제든 스마트폰에서 아스트로 앱을 통해 집안 곳곳과 특정 방을 확인하고 침입자를 감지할 수 있다. 아마존은 아스트로에 탑재된 ‘지능형 모션(Intelligent Motion)’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고급 학습 알고리즘과 센서 융합을 이용해 집안을 빠르게 탐색하는 기술이다.

아마존의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 / 아마존

아마존의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 / 아마존

아스트로는 센서를 이용해 집안 지도를 학습하고, 사용자가 앱에서 원하는 곳을 탭하면 아스트로가 이동해 영상을 보여준다. 외출 모드로 설정하면 아스트로가 스스로 순찰하면서 모르는 사람을 감지할 때 알림을 해준다. 높은 곳을 확인하기 위해 잠망경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고, 수상한 것을 발견하면 사이렌을 울릴 수도 있다.

집에 사람이 있을 때는 사용자가 좋아하는 음악 또는 동영상을 재생하면서 방에서 방으로 사용자를 따라다니게 설정할 수 있으며 음성비서 알렉사(Alexa)로 설정한 전화, 알림 등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아스트로는 사람, 반려동물, 계단 등과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이동하며 적절한 때 스스로 충전기를 찾아가 배터리를 충전한다.

출시 예정인 ‘알렉사 투게더(Alexa Together)’ 서비스를 이용하면 노인이나 환자를 원격에서 돌볼 수 있다. 아스트로와 알렉사를 이용해 활동 알림을 수신하고 쇼핑 목록을 관리하고 아스트로의 화물칸에 물병, 영양제 등을 넣어두고 제공할 수 있다.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연중무휴 긴급대응팀에 연결할 수도 있다.

아마존은 현재 초대 고객만을 대상으로 999달러에 아스트로를 판매한다. 아스트로의 첫 버전에는 ‘데이(Day) 1 에디션’이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참고로, 데이 1은 초심과 고객중심 경영을 강조하는 아마존의 중요한 문화요소다. 최근 아마존은 아스트로뿐만 아니라 ‘링 올웨이즈 홈 캠(Ring Always Home Cam)’ 등의 신제품에 데이 1 에디션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링 올웨이즈 홈 캠도 주목할 만한 제품인데, 집안을 비행하며 감시하는 드론 형태의 카메라로 아스트로와 마찬가지로 초대 고객에게 판매 중이다.

아스트로 출시에 긍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국 CNET은 아스트로 출시를 “프라이버시 악몽(Privacy Nightmare)”이라 평가했다. 아스트로는 가장 민감한 사생활 정보를 수집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기업에 의해 오남용되거나 보안 결함 등으로 해킹이 발생하면 프라이버시 악몽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생활 깊숙이 음성비서나 로봇이 들어오는 상황을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소비자가 편리함과 안락함을 위해 그런 제품을 기꺼이 구매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를 더 많이 제공할수록 더 편리해지고 더불어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그것이 디지털의 본질이자 아이러니가 아닐까 한다.

정리하면 아마존의 아스트로 출시는 머지않아 가정용 로봇시장 경쟁이 본격화될 것임을 보여주는 신호탄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 사업은 시장 선점의 효과가 크기 때문에 앞으로 빅테크의 유사 제품이 속속 출시되면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류한석 IT 칼럼니스트>

IT칼럼바로가기

이미지
용산의 역경루
오늘을 생각한다
용산의 역경루
공손찬은 중국 후한 말 북방민족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화북의 군벌이다. 오늘날 베이징 근처 유주를 근거지로 세력을 키웠던 공손찬은 백마의종이라는 막강한 기병대를 중심으로 황건적과 만리장성 넘어 이민족들을 토벌하며 군세를 넓혀갔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갖췄으나 성품이 포악했던 공손찬은 폭정을 일삼으며 민심을 크게 잃는다. 왕찬이 기록한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에 의하면 공손찬은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가 하면 유능한 관료들을 쫓아내고 점쟁이를 측근에 등용하는 등 막장 행각을 벌였다. 하루는 백성들 사이에서 덕망 높았던 관리 유우를 저자에 세워놓고 ‘네가 천자가 될 인물이라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말한 뒤 비가 내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분개한 수만의 유주 백성들은 유우의 아들과 합세해 공손찬을 공격했고, 라이벌 원소와 이민족들까지 연합해 공격하니 공손찬은 고립무원에 처한다. 사방이 포위된 공손찬은 기주 역현에 거대한 요새를 짓고 농성에 들어가니 이 요새가 역경성이다. 자신의 남은 전력을 요새 건설에 쏟아부은 공손찬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 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향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