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에 빠진 전직 시의원, 심온 농업회사법인 온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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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많은 사람이 벌을 아끼고 살리는 데 동참했으면”

자치분권 운동의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심온(53·개명 전 그의 이름은 심규헌이었다) 전 경기도 고양 시의원. 막 서른 살에 접어든 1998년 그는 시의원이 됐고, 재선했다. 시의원이 무보수 명예직이던 시절이었다. 그는 ‘시민자치를 위한 젊은 일꾼’이라는 전국단위 지방의원 조직을 만들어 활동했다. 2006년 기초단체 의원 선거에 정당공천이 시작되면서 낙선했고, 그후 정치판을 떠났다.

심온 제공

심온 제공

“그때 선거에서 낙선한 핵심은 지방의원 유급화였어요. 보다 유능한 젊은 사람들이 지방정치에 많이 들어오려면 유급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정작 제가 주장한 대로 유급화는 됐지만 동시에 정당공천제도도 실시됐어요. 당시 저를 비롯해 무소속이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거의 떨어졌어요. 여전히 지금도 지방자치단체는 정당정치가 안 맞는다고 생각해요.” 떠났다고 하지만, 정치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끊은 것은 아니다. 집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경기도 남양주 시정을 돕는 일을 했다. 나름 격무였다.

그러다 얻은 것이 어깨가 석회로 망가지는 병이었다. “종합병원에서 2년, 한의원에서 1년 동안 치료를 받았는데 못 고쳤어요. 그런데 우연히 종합병원에서 주사를 놔준 것이 봉독주사입니다. (그는 휴대폰을 검색해 약제 정보를 보여줬다) 아피톡신이라고 하는데 양의원에서는 절대로 봉독주사라고 안 해요. 다시 말해 벌침이라는 거잖아요.” 6개월 벌침을 맞고 어깨통증이 완치되면서 벌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고 그는 덧붙인다. “다음으로 알게 된 것이 이렇게 유용한 벌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2016년도에 미국은 벌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어요.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벌이 멸종하면 어떻게 될까에 대한 예측 통계를 발표했는데, 벌이 멸종하면 전 세계 인구가 1년에 142만명씩 죽어간다는 겁니다. 그래서 벌이 중요한데 벌이 사라지고 있으니 안 키울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겁니다.” 2013년께부터 벌통을 구입해 벌을 키우기 시작했다. “실제 벌을 키우는 건 발품을 팔았어요. 다행히 멘토를 잘 만나 크게 벌들을 죽인 적은 없습니다.”

지난해 그의 회사가 성분 분석을 의뢰한 꿀의 항산화 성분, 플라보노이드 함량이 국제적으로 유명한 뉴질랜드산 마누카꿀보다 9배 높다는 결과를 한국농업기술실용화재단으로부터 받았다. 믿기지 않는 결과였다. “농사를 짓는 곳(경기 고양시 법곳동) 근처에 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 하나 한강 너머가 올해 람사르습지로 지정됐는데 그 안에 아스피린의 원료인 버드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어요. 그게 원인이 아닐까 싶은데 잘은 모르겠습니다.” 최근 그가 빌려 벌 농사를 짓는 땅이 개발지구로 수용될 예정이라 벌통을 지고 이사해야 하는 처지다. 벌 농사의 중요성을 시나 정부당국도 인식해 가능하면 근처로 이사했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선진국 유럽이나 미국, 호주 뉴질랜드에선 중요순위도가 소, 돼지 다음으로 벌을 치고 있어요. 우리가 먹는 반찬의 3분의 2는 벌이 수분해주기 때문에 열매를 맺고 있어요. 마누카꿀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가 뭐예요. 호주나 뉴질랜드 정부가 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앞으론 한국에서도 보다 많은 사람이 벌이 생산하는 생산물의 중요성을 알아서 벌을 더 아끼고 벌을 살리는 데 동참하면 좋겠어요.”

<정용인 기자 inqbus@kyu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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