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일은 말을 하는 일과 다르다. 워드 프로세서의 등장으로 글을 쓰다가도 얼마든지 수시로 앞으로 되돌아가 삽입과 삭제와 붙여넣기를 하며 재조합한다. 가다듬고 정제된 소통을 하기에 유리한 형식이다. 인터넷 덕에 누구나 활자를 동원하고 온라인에 출판(퍼블리시)할 수 있게 된 지금 활자문화는 그 정점을 치고 있다.
하지만 글은 아무래도 말처럼 편하게 뱉어놓을 수가 없다. 끊임없이 브레이크가 걸린다. 전달의 효율은 높지만, 생성의 성능이 좋지 않다. 잘 쓴 글과 못 쓴 글의 차이도 두드러지니 의기소침해지기도 쉽다. 하지만 글은 못 써도 말은 좀 하는 이들도 있고, 글이나 말이 어눌해도 전달하고 싶은 가치가 있는 이들도 있다. 유튜브는 이러한 이들에게 기회를 주며 신 구술문화를 열었다. 근래의 유튜브의 영향력을 보면 정보 소비자의 상당수는 글보다 영상을 편하게 여긴다.
최근 유튜브에 스크립트 기능이 생겼다. 유튜브가 알아서 정리해주니 영상보다 글을 좋아하는 이들도 영상을 다 보지 않고도 빠르게 내용을 열람할 수 있다. 달리 본다면 말하듯이 글을 쓴다면 훨씬 더 많은 양의 텍스트를 산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유명 저자의 책 중에 편집자가 강의나 구술을 녹취하고 이를 고스트 라이터가 정리해 책으로 내는 일들이 가끔 있다. 술술 읽히지만, 밀도가 떨어지니 아무래도 만족감이 떨어진다. 그래도 강의를 듣는 것보다는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정보를 흡수할 수 있다.
예전에는 사람이 하나하나 ‘따야’ 했던 녹취도 이제는 기계가 한다. 요즈음 인공지능 녹취가 무르익고 있다. 가끔 뜻하지 않은 기회에 사업이 홍보가 되는 일이 있다. 인공지능 녹취앱 클로바노트가 그랬을 것이다. 국민의힘 당대표와 전 제주지사와의 갈등 사이에서 여러 번 거론된 것. 네이버의 클로바노트는 실제로 꽤 쓸 만한 정도로 녹취를 해준다.
완벽할 리는 없기에 결국 사람이 확인해야 하지만, 속기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이제 녹취는 대중화되고 있다. 구글 문서의 ‘도구 > 음성 입력’ 기능도 괜찮은 녹취 실력을 보여준다. 급하면 PC에 구글 독스를 띄워 놓고 녹음한 스마트폰을 마이크로 들려주면 급한 대로 처리할 수 있다.
이들처럼 서버로 보내 처리하는 대신 구글은 서버로 보내지 않고도 크롬 브라우저 자체의 기능만으로 녹취를 구현해보기도 했다. 라이브 캡션이라는 이 기능은 훈련된 인공지능 모듈을 아예 크롬 브라우저와 자사의 픽셀폰 등 일부 안드로이드에 탑재한 것. 아직 영어 등 일부 언어뿐이지만 그 청해 능력의 정확도는 외국어 학습자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구글은 또 순정 기능으로 자체적인 통화 녹음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통화 녹음 자체가 불법이라 기능 자체가 도입되지 않을 수 있지만, 한국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 듯하다. 내가 오늘 듣고 말한 모든 말이 그날 저녁에는 문서로 정리되는 미래는 이제 SF가 아니다.
완벽할 리는 없기에 결국 사람이 확인해야 하지만, 속기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녹취는 대중화되고 있다. 오늘 듣고 말한 모든 말이 그날 저녁에는 문서로 정리되는 미래는 이제 SF가 아니다.
<김국현 에디토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