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후 먹히는 돼지’ 유튜브 채널 제작자 인터뷰
‘100일 후 먹히는 돼지’ 유튜브 채널 논란을 다룬 지난 호 ‘언더그라운드 넷’ 기사 마감 후, 신청해뒀던 인터뷰 요청의 회신이 채널 운영자로부터 왔다. 지난 6월 일본 주간지 ‘AERA’가 진행한 인터뷰에서 A씨로 표기됐던 미니돼지 갈비를 키운 당사자(35·남성)다. 채널은 101일째 미니돼지 ‘갈비’의 과거를 회상하는 에필로그 영상을 끝으로 더 이상 업로드하지 않고 있다. 인터뷰는 줌 화상미팅으로 진행했다. SF소설가 황모과씨가 통역으로 참여했다.

줌 캡처
-제일 궁금한 것은 갈비의 근황이다. 살아 있는가. “그 부분과 관련해서는 살아 있는지, 살아 있지 않는지 표현하지 않는 것을 정책으로 하고 있다.”
-101일째 회고하는 영상을 올렸다. 채널은 앞으로도 계속 운영하는가. “여러가지 연결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 트위터나 만화 같은 것도 생각하고 있다.”
-100일째 영상에 붙어 있는 ‘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코드의 의미는. “처음 기획을 한 것이 생명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진짜 먹혔는지, 안 먹혔는지 자체를 픽션이라 표현하고 싶었다. 통구이를 한 돼지가 ‘갈비’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그 자체를 연상하게 하는 것도 픽션이라고 하고 싶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더라도 이런 내러티브를 추구하는 것 자체가 ‘사이코패스 같다’는 비난이 있는데. “찬반양론을 생각하고 기획했다. 만약 ‘갈비’를 먹었어도 사람들의 비난은 굉장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먹지 않았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처음부터 찬반양론이 있었다. 물론 문화권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범위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나 한국사람, 어느 문화권에 가더라도 다른 생명을 먹는 것을 통해 사람의 생명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세상을 다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 영상을 보는 사람 중 누군가 한사람에게 그런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처음 기획 단계부터 한국의 동물보호법에 해당하는 일본의 동물애호관리법상 학대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AERA’ 인터뷰 때도 지적됐던 사안인데. “그 인터뷰는 6월 20일 기사로 지금으로부터 3개월 전이다. 그 당시는 진짜 먹으려 했다. 그때 찍은 영상 중 아직 공개하지 않은 영상이 있는데, 동물애호관리 시민단체에 가서 조언을 들은 것이다. 사전에 (법 위반 여부) 절차는 확인했다. 애호단체에 가서 이야기했던 것을 공개할지, 안 할지를 두고 고민 중이다.”
-‘갈비’라는 이름은 한국요리에서 따온 것이 맞나. “일본의 야키니쿠에 가면 소갈비, 부타갈비(돼지갈비)와 같은 표현을 쓴다. 꼭 한국을 특정한 것은 아니다.”
-101일째 올린 영상 뒤에는 ‘당신이 먹고 있는 돼지고기와 갈비는 똑같은 생명입니다’라고 적어놨는데. 비건이나 동물권 캠페인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 비건과 똑같은 생각이었다면 ‘먹지 맙시다, 100일 후에는 먹지 않았습니다’라고 발표했을 것이다. 평상시에 우리가 먹고 있고, 먹을 때마다 감사하게 다른 생명을 받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SDGs(지속가능한 발전목표)와 관련해서는 세계적으로 인식이 동일하기 때문에 거기서 출발했다. 일본에서 외식산업으로 버려지는 식품만 700억엔(7442억3300만원)이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이런 비슷한 기획이 널리 퍼져 버려지는 식품 비율이 1%만 줄어들어도 7억엔(74억4233만원)이다. 물론 돼지고기를 안 먹는 문화권도 있고 먹지 말자는 사람도 있지만, 공존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세상이 좋아지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