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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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표 영화 브랜드의 혁신적 도약

제목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Shang-Chi and the Legend of the Ten Rings)
제작연도 2021
제작국 미국, 중국, 오스트레일리아
상영시간 132분
장르 액션, 판타지
감독 데스틴 다니엘 크리튼
출연 시무 리우, 양조위, 아콰피나, 장멍, 양자경
개봉 2021년 9월 1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호텔 주차요원을 하며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숀(시무 리우 분)은 여자 친구 케이티(아콰피나 분)와 함께 버스를 타고 가던 중 괴한들에게 습격을 당한다. 숀은 놀라운 무술 실력으로 괴한들을 때려눕히고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을 지켜내지만 이를 목격하고 놀란 케이티는 그가 감추고 있는 비밀을 말해줄 것을 끈질기게 요구한다. 결국 숀은 자신의 본명이 ‘샹치’이며 전설 속의 무기 텐 링즈를 가진 초인적 악당 웬우(양조위 분)의 아들이라 고백하고 위기에 처한 동생 샤링(장멍 분)을 구하기 위해 케이티와 함께 마카오로 향한다.

대략적인 줄거리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영화의 내용 자체만으로는 새로울 것이 전혀 없다. 주인공은 모험을 통해 각성하고 성장한다. 이야기와 주제, 경중의 차이가 있을 뿐 거의 모든 ‘이야기’에서 발견되는 필수적 요소이자 미덕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면해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 아버지라는 존재로 표면화되고 있어 더욱 노골적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마블영화가 그래왔듯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하 샹치)은 무난한 오락영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고도의 그래픽 기술과 빠른 전개로 쏟아지는 화려한 액션장면의 향연은 관객들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번 작품에서 단연 눈에 띄는 점은 이전까지와는 다르게 동양인 슈퍼영웅이 주인공으로 전면에 등장한다는 점이다.

할리우드 최초의 동양인 슈퍼영웅물

21세기 들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 거대 자본과 관객 시장을 의식한 할리우드의 타협은 종종 언급돼왔다.

여기에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할리우드는 성급히 ‘다양성’이라는 쉽지 않은 소재를 수용하는 듯한 자세를 취해왔지만, 여전히 장식적 조연으로 등장시키거나 동양문화의 표면적 이미지만 흉내 내는 등 급조된 한계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샹치>는 단순히 주인공만 동양인인 것이 아니라 영화 전반에 동양적 문화를 적극 수용하려 노력한 자세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확실한 변화를 실감케 한다.

2018년 <블랙 팬서>가 이전까지와 다르게 흑인 배우들을 대거 기용해 전면에 배치한 슈퍼영웅물이라는 점에서 큰 화제가 됐던 때가 떠오르는데, 당황스러운 것은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이나 전개까지 많은 부분에서 두 영화가 닮아보인다는 점이다. 다른 배경과 인종으로 만들어진 형제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또 한가지 눈에 띄는 지점은 연출을 맡은 데스틴 다니엘 크리튼의 이름이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4로 공개되는 초기 3편의 작품은 소위 인디예술영화 감독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연출을 맡고 있어 이채롭다.

예술영화와 상업영화의 허물어진 경계

앞서 7월 공개된 <블랙 위도우>를 연출한 호주 출신의 여류감독 케이트 쇼트랜드는 섬세한 여성서사 드라마로 정평이 나 있던 감독이다. 11월에 개봉 예정인 <이터널스>의 연출은 올해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주요 3개 부문을 휩쓴 <노매드랜드>의 중국 출신 미국 유학파 감독 클로이 자오이 맡았다는 사실은 이미 언급한 적이 있다.

이번 <샹치>의 감독 데스틴 다니엘 크리튼은 하와이 출신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일련의 사회성 드라마로 입지를 굳힌 인물이다. 특히 2013년에 발표한 두 번째 장편 <숏 텀 12>는 자신의 단편영화를 기반으로 확장한 작품이었는데, 그의 존재감을 드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된 작품이다. 청소년 보호시설을 배경으로 각자의 상처를 삭히며 서로를 보듬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렸다. 주인공인 그레이스 역을 맡은 브리 라슨은 이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아 스타 배우 반열에 올라섰고, 이후 MCU의 또 다른 슈퍼영웅 ‘캡틴 마블’을 연기한다.

마블 스튜디오가 보여주고 있는 이런 일련의 행보는 예술영화와 상업영화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이다. OTT 산업과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판로를 강요받고 있는 극장산업의 위기와 맞물려 영화산업의 새로운 판도를 여는 시발이라 분석하는 것도 과도한 진단은 아닐 것이다.

단순히 주인공만 동양인인 것이 아니라 영화 전반에 동양적 문화를 적극 수용하려 노력한 자세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확실한 변화를 실감케 한다.

21세기 <스타워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www.marv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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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코믹스에서 발행한 만화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처음 만들어진 때는 놀랍게도 194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록에 의하면 15부작 시리얼 영화(Serial Film·일종의 극장판 단편 연속극) 형태로 만들어진 <캡틴 아메리카>가 그 시작이다. 이후 <하워드 덕>(1986), <블레이드>(1998), <엑스맨>(2000) 등 다양한 작품이 개별적으로 기획되고 별도의 판권계약을 통해 제작됐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마블 스튜디오’ 영화 계보의 본격적 도약은 2008년 공개된 <아이언맨>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후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대명제 하에 공개된 일련의 작품들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상업영화로 언급되는 <스타워즈>와 비교되며 21세기 영화산업의 성공적 모델이자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에 공개되는 <샹치>를 포함해 총 25편의 장편영화를 근간으로 병행해 발표해온 다양한 단편영화와 애니메이션, 게임, 최근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는 드라마의 영역까지 세를 넓히면서 MCU는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지난 10여년 동안 쌓인 마블 스튜디오의 작품들은 작품이 발표된 시기와 특색을 통해 ‘인피니티 사가(Infinity Saga·2008~2019)’, ‘시크릿 워즈(Secret Wars·2021~ )’ 등의 대명제로 언급되고, 이는 다시 페이즈(Phase)라는 구분을 통해 세밀하게 분류된다.

이번에 공개되는 <샹치>는 ‘시크릿 워즈’의 ‘페이즈 4’에 속한 2번째 장편이다. 마블 스튜디오는 이미 2013년까지 <스파이더맨>, <토르>, <블랙 팬서> 등의 속편을 포함한 6편의 극장판 영화는 물론, 7편의 시리즈물까지 빼곡한 라인업을 공개해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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