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 ‘꿈의궁전’ 모텔 괴담,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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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없는 게 수원역 괴담이 떠오르네.” 8월 24일, 한 커뮤니티에 달린 댓글이다. 리얼돌인데 리모컨을 누르면 동작하는 영상을 두고 한 말이다. 수원역 괴담? 유명한 이야기다. 아무래도 여름이 되다 보니 이 도시 전설급 고전 이야기가 리바이벌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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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은 2010년 9월. 이종격투기 커뮤니티에 한 회원이 자신이 1990년생 대학교 2학년생이라며 동대구역 인근에서 “3만원에 놀다 가라”는 매춘호객 권유를 받았다는 글에 달린 댓글이었다. 여기에 ‘드리프트’라는 닉네임의 회원이 “팔다리 없고 얼굴은 전지현보다 예쁜 여자가 가방에 실린 채로 들어올 수도 있다”라며 2001년 자신이 군대 상병휴가 때 겪은 경험담이라고 밝힌 글을 올리면서다. 어떤 아저씨가 “2만원에 해주겠다”는 말에 혹해 들어가 보니, 잠시 후 그 아저씨가 여행용 가방을 들고 방에 들어왔는데, 그 안에서 얼굴도 예쁘고 머리도 긴 여자가 생글거리며 웃고 있었다는 것. ‘어떻게 가방 안에 들어갔지?’라고 생각하는 찰나 여성의 팔다리가 없다는 걸 알고 깜짝 놀라 도망쳐 나왔다는 이야기다.

10년 넘게 사실처럼 유통되고 있는 이 수원역 괴담에서 특이한 점은 위 ‘팔다리 없는 여성’이 목격된 구체적인 장소가 거명된다는 점이다. ‘꿈의궁전’이라는 모텔이다. 실제 포털지도 등에서 검색해보면 수원에서 같은 이름의 모텔이 두곳 나온다. 정말 그곳에선 저런 매춘이 이뤄지고 있을까.

두곳 중 그나마 수원역과 가까운 곳이 인계동에 있던 꿈의궁전이다. ‘있던’이라고 쓴 것은 지금은 리모델링을 해 다른 모텔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나 여러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는 대부분의 이 괴담 관련 사진은 리모델링하기 전 모텔 사진이다.

“괴담이라고요?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습니다.” 과거 꿈의궁전이 있던 자리에서 현 모텔을 운영하는 관계자의 말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들은 현재 이름의 모텔로 리모델링한 상태에서 매입했기 때문에 “이전에 있던 모텔이 어떻게 운영됐는지는 일절 들은 바 없다”는 것이다.

“글쎄요. 진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이슈가 됐을 텐데 전혀 그런 일 없었습니다.” 성매매 집결지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수원시청 여성정책과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이 괴담장소로 지목하고 있는 인계동의 경우도 실제 수원역에서 차로 10~15분 떨어진 거리에 있는 만큼 애초 2010년 버전의 괴담도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경우”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 역시 “꿈의궁전 괴담은 처음 들어봤다”며 과거 20년 넘게 현장 업무를 담당한 소장에게 문의해보고 다시 연락을 주기로 했다. 그리고 마침내 돌아온 답. “그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본인이 관심을 가질 정도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하네요.” 본인이 관심을 가질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은? “이게 사실일까, 하고 찾아볼 정도의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말 그대로 괴담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장애가 있는 분이 사회생활로 돈 버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그런 직업을 갖는 경우는 더러 있었고, 과거 지적 장애가 있는 여성피해자 케이스가 없진 않았다”라며 “그런 종류의 이야기가 과장·와전돼 퍼지면서 이른바 수원역 모텔 괴담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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