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흉가에서 벌어지는 인간군상의 소동극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영화사 측에서는 호러코미디라고 하지만 귀신들린 장소 혹은 귀신들린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하고 있되, 공포영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제목 귀신(Possessed)

제작연도 2020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103분

장르 공포, 코미디

감독 정하용

출연 정이랑, 함건수, 최이태(재민)

개봉 2021년 8월 25일

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

㈜시네마천국

㈜시네마천국

가수 마돈나가 ‘뮤직’이라는 타이틀의 노래를 내놓는다는 건, 업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내리는 것이다. 독립영화감독이 장편 데뷔작으로 <귀신>이라는 제목을 내거는 건?

영화의 큰 테마는 감독의 귀신관이다. 실제 세계에서 귀신이라는 존재는 없으며 오직 인간을 통해서만 발현된다. 다시 말해, 독립적인 실재로서의 귀신이 아니라 귀신같은 행동(주로는 악행을 이야기하지만, 영화는 무당의 입을 빌려 선귀, 선행하는 귀신도 있다고 주장한다)을 일삼는 인간들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인간행동의 동인(動因)은 돈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귀신이라는 존재를 가정할 필요가 있을까. 그쪽을 다루는 세상의 용어로 빙의도 있고, ‘귀신들림(possessed)’도 있는데.

귀신보다 무서운 사건들

영화에 등장하는 인간군상은 크게 다섯 범주다. 첫 번째는 김무녕 PD팀이다. 방송국의 미스터리프로그램 제작진들로, 강원도 태백에 있는 귀신 나오는 것으로 유명한 한 교회를 탐사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려 하고 있다. 이 심령스팟을 탐사하기 위해 그들은 진짜로 영험이 있는 전문가인 무당을 섭외하려 한다. 두 번째는 이 방송국이 섭외한 체험단이다. 이들은 하루 전부터 이 교회에 와서 일박하면서 심령현상을 경험하려고 한다. 세 번째는 인터넷 도박을 통해 몇개월 만에 떼돈을 번 초등학교 동창들이다. 이들은 ‘우연히’ 교회 인근에 돈을 묻어두고 자수해 교도소에서 짧게 살고 나와 숨겨놨던 돈을 파내 흥청망청 살 인생계획을 가지고 있다. 네 번째는 조폭들이다. 한 그룹은 ‘사모님’의 요청에 따라 바람 핀 남편을 납치해 아마도 사전에 계획됐을 이 교회로 납치해온다. 또 다른 그룹은 남편의 사업체 비서이자 내연녀를 납치해 그곳으로 오고. 다섯 번째는 사모님과 운전기사 겸 수행비서다.

미스터리프로그램 제작진과 탐사단 그리고 돈을 묻으려다가 친구를 의심해 삽으로 때려죽인 남자, “니네가 깡패냐”며 깡패 짓을 하는 조폭 집단이 얽힌 소동극이다. 여기에 공포장르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영화사 측에서는 호러코미디라고 하지만 귀신들린 장소 혹은 귀신들린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하고 있되, 공포영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앞에서 소동극이라고 했는데, 오히려 영화는 많은 부분에서 연극적 구성에 가깝다. 영화에서 메인히로인으로 등장하는 코미디언 출신 정이랑은 바람 핀 남편 청부살인을 교사하는 사모님 역으로 나와 전형적인 연극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하필이면 그 인간군상이 전국적인 흉가로 유명한 교회로 모여든다는 설정 자체가 연극무대와 같은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소동극을 염두에 둔 작위다.

치밀하게 기획된 소동극

영화는 에필로그로 서너가지 후일담을 덧붙인다. 접촉사고를 낸 사람들이 싸우는 장면이나, 체험단의 일원이었던 조현병 환자를 인터뷰하는 방송사 리포터가 욕설을 퍼붓는 장면에서 그에게 귀신 분장을 시키는 건, ‘귀신은 사람을 통해 발현된다’는 감독의 명제를 부연해놓은 것이다. 진짜 에필로그는 자막이 올라갈 때 나온다. 온라인 도박으로 모은 돈을 파묻으러 왔다가 이 소동에 휩싸이게 되는 남자는 칼부림 당해 죽는다.

결국 그가 파묻은 돈은 주인을 잃은 셈인데, 그 돈의 최종주인은 방송팀이 데리고 갔던 무당이 됐다는 설정이다. 어떻게 그렇게 됐을까. 처음부터 복기하자면 그, 정확히 말하면 그에게 접신한 동자신은 미스터리 제작팀 CP에게 “너는 돈이라면 죽은 놈 무덤이라도 파헤칠 상판이야”라고 말한다. 영화의 에필로그 장면에서 이 예언은 실현된다. 교회에 처음 당도했을 때 그는 영가들이 나올 만한 곳이라는 말 이외에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은데?”라는 혼잣말도 꺼낸다. 그것 역시 나중에 이뤄졌다. 그러니까, 대사 하나하나가 치밀한 복선이다. 어디선가 많이 본 연출이긴 하다. 당장 떠오르는 것은 가수 임창정이 배우로 참여한 <시실리 2㎞>(2004)나 같은 해 개봉한 차승원 주연의 <귀신이 산다>와 같은 영화들인데, 이번 도쿄올림픽 폐막식 총감독으로 내정됐다가 석연찮게 연출이 불발된 일본 배우 다케나카 나오토가 출연한 코미디 영화들, <쉘 위 댄스>(1996) 같은 소동극이 연상된다. 국경을 초월해 독립영화에는 독립영화 특유의 연출방식이 있는 것일까. 1시간 43분짜리 장편영화이지만 확장된 단편극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전국구로 유명했던 흉가들의 근황은

사진/정용인기자

사진/정용인기자


손꼽히는 유명 흉가들은 이제 사라졌다. 흔히 한국의 3대 흉가라고 하면 경기도 광주의 곤지암 남양정신병원, 강화도 황금목장 그리고 충북 제천의 늘봄갈비 정도가 꼽혔다. 한두개 정도 빼고 팔당이나 영덕 흉가가 포함되기도 한다. 전국구로 유명한 곳들이라 인터넷 흉가동호회 같은 곳에서도 인기 탐방대상이었다.

아마 이 영화가 개봉하면 같이 비교하는 리뷰가 많을 텐데, 이중 곤지암 남양병원은 영화(<곤지암>·2018)로도 제작됐고, 영화는 꽤 성공적이었다. 영화 <곤지암>에 등장하는 귀신은 인터넷 ‘짤’까지 등장해 ‘밈(meme)’이 됐다. 병원이 폐원된 것은 1996년이지만 오랫동안 방치돼 전국구 흉가의 타이틀을 얻은 경우다. 영화가 개봉할 즈음 이 병원은 완전히 철거돼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천시 강화군 외포리의 황금목장도 마찬가지다. 2010년경 별장건물이 사라지고 자재창고가 됐는데, 지금은 그 자리에 카페가 들어섰다고 한다. 직접 방문해 기사를 썼던 충북 제천의 늘봄갈비 역시 마찬가지다. 이곳이 흉가가 된 사연은 인근에 중앙고속도로가 개설되면서 교통량이 줄자 매출이 감소했고, 결국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고물상 등이 돈 될 만한 쇠붙이 등을 뜯어가면서 폐가가 된 것이다. 여기에 그럴듯한 소문이 돌았다. 2015년 즈음 무속인이 인수해 카페를 열었고, 당시 해당 무속인을 강원도 원주에서 만나 인터뷰 기사를 썼다. 무슨 귀신같은 것이 있었다면 이제 다 해원해 사라졌다는 게 이 무속인의 주장이었다. 그 뒤 어떻게 됐을까. 여름휴가였던 지난 8월 초, 강원도 영월로 여행가는 길에 지나치면서 들렀다. 무속인에 이어 김치찌개, 닭볶음탕도 파는 가정식 백반 음식점이 들어선 것(사진) 같은데, 여전히 장사가 잘 안 되는 모양이었다. 기자가 들렀을 때 문이 잠겨 있었고, 상당기간 영업을 안 한 것으로 보인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시네프리뷰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