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식스 센스> 감독의 신작 미스터리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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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시간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 안에서 유한한 존재인 인간의 한계와 이로 인한 처연한 감정까지 전달하고자 하지만, 얼마나 호소력 있게 전달될지는 의문이다.

제목 올드(Old)

제작연도 2021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08분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빅키 크리엡스, 토마신 맥켄지, 알렉스 울프

개봉 2021년 8월 18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유니버설 픽처스

유니버설 픽처스

‘특정 영화’를 ‘보고 싶다’ 생각하는 데는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다. 필자의 경우 다수의 작품을 통해 뛰어난 성취를 꾸준히 유지하는 감독의 작품은 오히려 궁금증이 덜한 편이다. 소재는 다를지언정 작품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감동이나 기술적 성취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런 짐작을 크게 벗어나는 경우가 없다. 이는 역으로 꾸준히 평균 이하의 작품을 내놓는 감독들의 작품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반면 좀처럼 뚜렷한 평가를 내리기 힘든 감독의 작품에는 호기심이 발동한다. 실망할 확률이 높고 실제로 후회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그럼에도 일단 확인을 하고 나면 마음이 편하다. 만약 그가 한편이라도 독특한 작품을 만든 전력이 있는 감독이라면 더 그러하다. 심지어 작품의 평가나 질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새로운 작품을 내놓는 근면한 창작자라면 더할 나위 없다. <올드>를 들고 돌아온 M. 나이트 샤말란이 이런 경우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매번 독특한 소재와 흥미로운 발단으로 시작되는 샤말란의 영화는 결말을 궁금하게 만든다. 이는 관객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임이 분명하지만, 꼭 만족스러운 결말까지 보장한다는 책임을 동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함정이다. 이번 작품 역시 일단 예고편을 통해 공개한 흥미로운 설정만으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하고 있다.

30분이 1년처럼 흘러가는 해변의 비밀

오랜 갈등으로 이혼을 앞둔 가이(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분)와 프리스카(빅키 크리엡스 분) 부부는 어린 딸 매덕스(알렉사 스윈튼 분)와 아들 트렌트(놀란 리버 분)에게 마지막으로 가족의 행복한 추억을 남겨주고 싶다는 목적 하나로 카리브해의 작은 유원지로 여행을 간다. 아름다운 풍경과 여유로운 사람들에 사이에서 마냥 즐거운 남매와 달리 가이와 프리스카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져만 간다.

도착 이튿날 호텔 매니저의 은밀한 초대를 받은 가이 가족은 의사인 찰스(루퍼스 스웰 분) 가족과 함께 특별 관리되는 해변으로 향한다. 여기에 먼저 와 있던 유명 래퍼 미드 사이즈드 세단(아론 피에르 분), 그리고 뒤늦게 도착한 심리치료사 패트리샤(닉키 아무카 버드 분) 부부가 합류한다.

일행은 거대한 암벽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해변의 풍경에 감탄하며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수영을 하던 어린 트렌트가 물에 떠밀려온 의문의 시체를 발견하고 해변을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큰 혼란에 빠진다. 하지만 뒤늦게 깨닫게 된 더 큰 난관은 해변 안에서의 시간이 바깥세상과는 달리 30분이 1년처럼 빠르게 흐르고 있으며 그만큼 사람들의 노화도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의 느낌은 다행히 최악의 경우는 면했다는 정도다. 감독이 초기에 내놓았던 참신한 작품들에는 턱없이 못 미치지만, 후반기에 내놓은 기괴한 실패작들과 비교해서는 낫다.

철학적 성찰까지 욕심낸 평이한 상업물

M. 나이트 샤말란은 자신의 재능에 상당한 신뢰를 가진 인물로 보인다. 데뷔작부터 대부분 작품의 각본을 스스로 썼다. 이번 작품 역시 스스로가 각본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애초 별도의 원작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특별하다.

바탕이 된 작품은 2011년 출간된 프랑스 작가 피에르 오스카 레비와 일러스트레이터 프레데릭 피터스의 그래픽 노블 <샌드 캐슬>이다. 이 책을 딸들에게 선물 받은 샤말란 감독은 외딴 해변에서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깨닫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곧바로 매료됐고 망설임 없이 영화화를 진행했다.

감독은 스스로 이전 작품보다 좀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일단 공포영화가 아니라고 못 박고 있는데 형태적으로는 미스터리 스릴러의 형태를 빌리고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정형화된 장르의 한계를 벗어난 주제와 공감까지 목표로 했다. 구체적으론 늙어가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부모의 나이가 됐을 때 느끼게 될 감정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는데, 결국 시간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 안에서 유한한 존재인 인간의 한계와 이로 인한 처연한 감정까지 전달하고 싶었다는 말이다. 이런 부분이 관객들에게 얼마나 호소력 있게 전달될지는 의문이다.

진행형의 중견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유니버설 픽처스

유니버설 픽처스


장르영화 팬들에게 M. 나이트 샤말란이란 이름은 어느덧 애증의 대상이 된 것 같다. 가히 천재적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식스 센스>(1999)로 할리우드 공포영화의 판도를 바꿔놓았고, 이어진 <언브레이커블>(2000), <싸인>(2002), <빌리지>(2004) 등 후속작의 성공을 통해 한동안 대중에게 ‘샤말란 영화=반전(反轉)영화’라는 기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내놓은 작품은 그럴싸한 설정에 비해 갈수록 빈약한 내용과 무책임한 결말을 답습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를 연이어 이끌어냈고, 급기야 본격적인 제작자 선언과 함께 야심 차게 선보인 대형 오락영화 <라스트 에어벤더>(2010)와 <애프터 어스>(2013)가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처참할 정도로 외면받으면서 한동안 그의 영화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의 재기는 생각보다 빨랐다. 태어나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외조부모를 만나러 외진 시골로 간 어린 남매가 겪는 끔찍한 악몽을 그린 <더 비지트>(2015)는 고전동화와 현대범죄 스릴러의 절묘한 조합을 통해 드디어 그가 초심으로 돌아갔다는 팬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내며 기사회생의 계기가 됐다.

하지만 <언브레이커블>에서 파생된 연작 <23 아이덴티티>(2016), <글래스>(2018)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그에 대한 평가는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또 자신의 연출작에 직접 출연하기를 즐기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얼굴을 내비쳤다. 이전보다 비중 있는 역할로 연기욕심까지 숨기지 않았는데, 그리 현명한 선택으로 보이진 않는다. 작품 속 그를 알아보는 건 그리 어렵지는 않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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